누군가는 별이 되고, 누군가는 패배자가 된다
태연과 태연의 어머니는 형준에게 연신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마워, 형준아.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태연이 어떻게 됐을지...”
형준은 씩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 정도면 겨울방학 전까지 떡볶이는 무제한이겠죠?”
태연의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생명을 구해줬는데 떡볶이라니? 소고기든 뭐든, 네가 먹고 싶은 건 다 사줄게.”
형준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야~ 맨날맨날 구해줘야겠네요. 근데 같은 행동을 해도 대접이 이렇게 다르다니~ 아, 아야!!”
정연이 냅다 형준의 옆구리를 꼬집어버린 것이다.
그때 규만이 옆에서 슬쩍 낄낄거리며 거들었다.
“맞아. 나래 구했을 땐 온갖 소리 다 듣고 인생의 후회라더니, 태연이 구하니까 소고기네. 역시 사람은 누구를 구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아이들 사이에 묘한 웃음이 퍼졌다.
민지는 곧바로 규만의 팔을 꼬집으며 귓속말을 날렸다.
“너 오늘 진짜 왜 이래? 정말로 죽고 싶어?”
하지만 규만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형준도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러게 말이야. 어떤 사람은 구해도 소용없고, 어떤 사람은 구하면 보람이 있지. 내가 인생 공부를 참 빨리 하고 있네.”
순간 나래의 얼굴이 굳어졌다. 정연은 바로 두 사람을 노려봤다.
“둘 다 입 다물어.”
하지만 분위기는 이미 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우덕이 얼른 화제를 돌리듯 말했다.
“아무튼 태연이는 우리 반 4대 여신 멤버니까 절대 다치면 안 되지. VIP 관리 들어가야 한다니까?”
예린이 바로 끼어들었다.
“이제는 5대 여신이지, 나까지 합쳐서.”
형준은 비웃듯 대꾸했다.
“응, 아니야~ 정연이는 인성초의 별이고, 넌 인성초의 돌멩이야.”
예린이 돌을 집어 들며 소리쳤다.
“돌멩이로 맞아봤어?! 가만 안 둬!”
형준은 깔깔 웃으며 도망가고, 예린은 돌을 들고 뒤를 쫓았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후, 정연의 어머니가 태연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아이들을 불렀다.
“얘들아, 이제 캠프파이어 시작하자.”
캠프파이어 불빛이 활활 타올랐다. 아이들은 둘러앉아 마시멜로와 고구마를 굽고 있었다. 불꽃이 얼굴을 붉게 비추며 분위기를 달궜다.
지수가 두 손을 모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우와! 별 진짜 많다!”
형준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어 말했다.
“정연이 저기 있다! 우리 정연이 열심히 빛나고 있네. 인성초를 넘어 전 세계의 별이 됐구나!”
정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구운 마시멜로를 형준 입에 꾹 밀어 넣었다.
“별 얘기 그만하고 이거나 먹어, 바보야.”
규만도 맞장구치듯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아냐, 저건 민지별이지. 민지만큼 반짝이잖아.”
민지는 꼬챙이로 규만을 툭 찌르며 눈을 흘겼다.
“웃기고 있네.”
그때 성곤이 불 앞에 서서 차분히 말했다.
“얘들아, 언젠가 다들 저 별처럼 빛날 거야. 우덕이는 사업가, 형준이는 스포츠스타, 규만이는 프로게이머… 그리고 태연이랑 지수, 민지, 정연이는 모두 사랑받는 사람이 될 거야.”
형준이 손을 번쩍 들며 끼어들었다.
“아닌데? 정연이는 내 여잔데? 누가 감히 사랑한다고 해?”
규만도 주먹을 불끈 쥐었다.
“민지는 아무도 못 빼앗아 간다!”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렸고, 예린도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나도 별처럼 빛날 거야. 난 예쁘니까!”
우덕은 피식 웃으며 던졌다.
“글쎄다. 2학기 때 보면 알겠지. 진짜 5대 여신이 될지, 그냥 스스로의 여신인지.”
형준이 불쏘시개 막대를 들며 농담을 얹었다.
“돌멩이도 불 붙이면 잠깐 빛나거든. 예린아, 넌 돌멩이 스타네.”
아이들은 또 웃음을 터뜨렸고, 예린은 돌멩이를 집어 들며 형준을 쫓아갔다.
“뭐!? 또 돌멩이라고!? 죽었어!”
형준은 도망가며 장난을 쳤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따라 웃었다.
잠시 뒤, 불꽃이 고요히 타올라 분위기가 가라앉자 나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어른 되면 뭐하고 있을까...”
순간, 조용해진 틈을 파고들어 예린이 비웃듯 나래에게만 들리게 독설을 날렸다.
“뭐 하고 있긴~ 넌 평생 땅바닥에서 패배자로 살면서, 하늘에서 빛나는 우리만 바라보고 있겠지.”
그 말에 나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입술을 깨물더니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내가 그렇게... 평생 땅바닥에 있어야 해? 내가 그렇게까지 잘못했어?”
수빈은 깜짝 놀라며 나래의 어깨를 안고 달랬다.
“괜찮아, 나래야. 넌 절대 혼자가 아니야.”
그러나 예린은 태연하게 다시 마시멜로를 꼬챙이에 꽂으며 아무 일 없다는 듯 웃고 있었다.
불꽃은 여전히 타올랐지만, 나래의 마음속엔 깊은 상처만 남아 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