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39화 밤하늘의 불꽃처럼

웃음과 눈물 사이, 아직 터지지 않은 불꽃

by 동룡

캠프파이어의 불꽃이 점점 높아지며 밤이 무르익을 때였다.
우덕이 욕망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벌떡 일어나더니, 무려 캐리어 두 개를 질질 끌고 나왔다.

“얘들아, 오늘 밤은 그냥 불놀이가 아니야. 불꽃의 제왕, 우덕 컴퍼니가 준비한 스페셜 이벤트!”

캐리어를 “철컥!” 열자 안에는 가지각색 폭죽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형준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야... 불꽃놀이 못해서 미친 거냐? 이게 뭐야, 온 동네 폭죽을 다 쓸어왔냐?”

규만도 고개를 내밀어 폭죽들을 구경하며 놀란다.
“우와... 진짜 별별 게 다 있네. 로켓 폭죽, 스파클링, 연발탄까지... 너 진짜 장사라도 할 셈이냐?”


우덕은 손을 비비며 씩 웃었다.
“중국에선 불꽃놀이를 하면 일이 잘 풀리고, 특히 돈이 잘 들어온다잖아? 성곤이 말대로 우린 평생 하늘에서 빛날 사람들이야. 근데 오늘은 그보다 더 화려하게! 다들 맘에 드는 거 챙겨가라, 전부 우덕 컴퍼니에서 쏜다!!”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폭죽을 골라 들었다.
하지만 나래와 수빈이 조심스레 다가오자, 우덕은 손을 휘저으며 막아섰다.

“멈춰! 너희 둘은 임원도 아니고 VIP도 아니잖아. 하늘에 쏘는 건 하나당 천 원, 스파클링은 오백 원, 500 연발은 만 원씩이야. 너네는 원래 투명인간 취급해야 하는데, 분위기 봐서 그냥 봐주는 줄 알아라.”

나래와 수빈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두 사람은 말도 못 하고 뒤로 물러섰고, 그 모습을 본 규만이 우덕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


우덕은 잠시 귀를 기울이더니 갑자기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두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좋아! 너희도 똑같이 가져가도 돼.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규만이 귀띔한 조건은 단순했다.
“나래랑 수빈이는 라이터 들고 다니면서 불 붙여주는 역할을 하며 노는 걸로 폭죽값을 내는 거야.”

결국 나래와 수빈은 제대로 놀지도 못한 채, 이 친구 저 친구 돌아다니며 폭죽 심지에 불을 붙여주느라 바쁘게 뛰어다녔다. 다른 아이들은 하늘에 터지는 불꽃을 보며 환호했지만, 두 사람은 손에 라이터만 들고 분주히 움직였다.

모범생 군단, 성곤·지수·태연은 신기한 폭죽을 들여다보며 순수하게 즐거워했다.
“와, 진짜 별이별 폭죽이 다 있네!”
웃음소리가 캠프파이어 불빛에 섞여 퍼졌다.


그 와중에 형준은 정연 옆에 딱 붙어 있었다. 폭죽이 연달아 하늘에 터질 때, 그는 슬쩍 정연을 뒤에서 껴안으며 물었다.
“우리 교실에서 진실게임 했던 순간이랑, 내가 방송실 뛰어가서 크게 선언했던 거 기억나?”

정연은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 어떻게 잊어.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선언까지 했는데... 기쁘면서도, 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더라니까.”

형준은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방법 찾았어?”

정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미친 듯 날뛰어도 내 말은 그래도 잘 듣는 것 같으니 다행이지. 그리고 이제 농구부도 하니까, 1학기보단 낫겠지.”

옆에서는 규만과 민지도 함께 폭죽을 쏘고 있었다. 규만은 민지의 어깨 뒤로 팔을 뻗으며 은근슬쩍 물었다.
“너도 그 진실게임 기억나지? 그때 내가...”


민지는 곧장 몸을 틀며 규만을 밀어냈다.
“오늘 나 껴안을 만큼 잘한 행동은 없는 것 같은데? 당연히 기억나지. 너랑 형준이, 우덕이까지 해서... 나래랑 수빈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날이잖아. 같은 반 애들끼리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싶더라.”

규만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건... 잘 기억 안 나는데...”

형준이 곧바로 끼어들며 씩 웃었다.
“난 잘 기억나. 내가 그때 뭐라 했는지 말해줄까? 나래는 나를 짜증 나고 화나게만 만든다고 했었지. 그래서 잘해줄 생각도 없다고. 근데 정연이랑 있으면 그냥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편하다고. 오늘처럼 같이 뭘 해도 좋고, 안 해도 편하고. 그게 나래랑 정연이의 차이라고 했잖아.”

정연은 “그게 뭐 자랑이냐”라며 형준을 타박했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스며들었다.
민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진짜 너희 셋은…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어이가 없어.”


그 순간, 나래와 수빈은 잠시 멈춰 섰다. 손에 쥔 라이터 불빛이 작게 흔들리고, 둘의 표정은 씁쓸하게 굳어졌다.
나래는 눈을 내리깔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다들 저렇게 웃으면서 떠드는데... 왜 나는, 우리는... 늘 이 구석에서 불만 붙이고 있어야 하지...’

수빈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고개를 돌렸지만, 손가락이 나래의 손등을 스치듯 닿았다.
그 작은 위로조차, 나래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었다.

밤하늘엔 또다시 거대한 불꽃이 터졌다. 모두가 환호했지만, 나래의 눈에서는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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