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을 수 없는 별들
농구 경기가 시작되자 공기는 금세 팽팽해졌다. 엄마 품에 안겨 울던 나래도 눈물을 닦고 코트 가장자리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형준은 단 한순간도 봐주지 않았다. 웃음기를 싹 지운 얼굴로 태연과 예린을 정면으로 막아섰다. 드리블을 시도하면 바로 끊고, 슛을 쏘려 하면 길목에서 재빨리 손을 뻗어 공을 빼앗았다. 하지만 몸으로 밀거나 부딪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수비의 동작 하나하나가 절제되어 있었다.
규만이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농구는 원래 거친 운동인데 지금 형준이 몸싸움은 안 하고 길목만 막잖아. 그거 자체가 매너야. 괜히 다치게 안 하려고 그러는 거지.”
우덕도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에너지 낭비하는 동작이 하나도 없어. 방학 내내 기본기만 파고든 티가 난다니까. 진짜 농구만 했네 저 녀석...”
태연과 예린은 곧 깨달았다. 드리블로는 절대 뚫리지 않는다는 걸.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며 패스를 돌리기로 했다.
형준은 코트 안쪽으로 움직이며 비웃듯 말했다.
“어차피 너희는 멀리서 못 넣잖아. 괜히 돌리지만 말고 빨리 쏴보라고.”
순간, 공이 예린에서 태연으로, 다시 수빈에게로 넘어갔다. 수빈은 숨을 고르며 작은 결심을 담아 점프했다. 하지만 그 순간 형준이 날카롭게 튀어나와 손끝으로 공을 쳐내며 강력한 블로킹을 했다.
“꽝!” 하고 울린 충격음과 함께 수빈의 몸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규만은 감탄하듯 외쳤다.
“와... 진짜 깔끔한 수비다.”
하지만 민지는 얼굴이 굳어버렸다.
“깔끔은 무슨 수빈이 다쳤잖아! 농구는 모르겠지만 지금 저거 위험했어!”
우덕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야, 저건 파울 아니야. 오히려 흐름 읽고 딱 끊은 거라고. 경기 제대로 배운 거 맞네.”
그 순간, 땅에 쓰러진 수빈이 손목을 붙잡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놀란 나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동안 눌러왔던 말을 한꺼번에 터뜨렸다.
“정말 너무해!! 나랑 수빈이는... 불꽃놀이 때도 불만 붙이고, 놀지도 못하고 맨날 눈치만 봐야 했어! 이렇게 농구할 때도 대놓고 무시당하고 차별받고... 예린이랑 태연이한텐 절대 그렇게 안 하잖아!!”
형준은 차갑게 대꾸했다.
“먼저 하자고 한 건 걔였고, 난 공만 쳐냈어. 몸으로 민 적도 없어.”
“사과하라고!!” 나래는 소리쳤다.
형준은 농구공을 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사과 타령이네? 진짜 지겹다. 난 연습이나 더 하러 간다. 여기서 시간 낭비 안 할래.”
말을 마친 형준은 공을 들고 코트를 떠나버렸다. 정연은 머리를 감싸 쥐며 자리에서 일어나 형준을 부르며 뒤를 쫓았다.
“진짜 미치겠다...”
남은 코트에는 울음 섞인 숨소리와 무거운 침묵만 가득했다
형준은 멀리 가지 않았다. 펜션 옆 평지에 홀로 서서 스파이더 드리블을 하고 있었다. 공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밤공기를 가득 메웠다. 정연은 그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 처음에는 한마디 하려 했지만, 공을 다루는 형준의 손놀림에 잠시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농구만큼은... 진짜 진심이구나.
형준은 드리블을 멈추지 않은 채 고개를 들어 정연을 바라봤다.
“잘 왔다.”
그는 웃으며 계속 드리블을 하며 다가왔다.
“혼내려고? 아니면 정연이 너도 나랑 1대 1 해보고 싶어?”
정연은 피식 웃더니 바닥에 털썩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널 누가 말리겠냐... 근데 별 진짜 많네.”
형준은 바로 대꾸했다.
“별은 뭐 하러 봐. 너 자체가 별인데.”
정연은 돌멩이를 하나 집어 형준 쪽으로 툭 던졌다.
“연습이나 계속해.”
그 순간, 숨 가쁘게 달려온 나래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그래! 둘은 각자 다른 분야에서 별이 되겠지! 근데 별들끼리는 절대 붙어있지 못해! 붙는 순간, 별은 폭발하니까!!”
형준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농구공을 움켜쥔 채 이를 악물었다.
“이게 진짜 말이면 다인 줄 아냐? 더는 못 참겠다.”
순간, 형준은 농구공을 힘껏 던져 나래의 얼굴을 맞혔다. 공에 맞은 나래는 뒤로 비틀거리며 코피가 터졌고, 눈물까지 흘러내렸다. 형준이 달려들려는 순간 정연이 달려들어 그를 껴안고 말렸다.
“형준아!! 제발 멈춰!!”
그러나 형준은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뒤늦게 달려온 우덕과 규만이 형준의 팔을 붙잡고 겨우겨우 뜯어말렸다.
나래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끼며 펜션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형준은 여전히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뒤통수를 향해 농구공을 한 번 더 던지려 했다. 그 순간 우덕과 규만이 온 힘을 다해 형준의 팔을 막아세웠다.
펜션으로 돌아가는 나래의 뒷모습은 코피와 눈물로 범벅되어 있었고, 아이들 모두가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성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개학이... 곧 오겠지. 근데... 2학기, 정말 안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