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반을 말릴 수 있을까
성곤이 그렇게 바라지 않았던 2학기가 결국 찾아왔다. 교실 창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마음은 벌써 차가웠다.
나래와 수빈은 첫날부터 발걸음이 무거웠다. 계곡에서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교실 문을 열기 전부터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으며,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불안해했다.
반면 형준은 아침부터 대용과 함께 운동장을 돌며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대용은 지수를 만나러 가고, 형준은 자연스럽게 정연을 향해 갔다. 늘 그렇듯, 시작은 똑같았다.
우덕은 등굣길부터 "우덕 컴퍼니" 얘기를 꺼냈다.
“2학기 임원 총 미팅 해야지. 방과 후 떡볶이집 집합이야.”
그는 이미 머릿속에 수십 가지 장사 아이템을 굴리고 있었다.
예린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2학기 행사 일정을 꼼꼼히 살폈다.
“가을 소풍에 장기자랑도 있네~ 이번엔 내가 무대 주인공 될 거야.”
규만은 교실 구석에서 학교 방송실 TV로 온게임넷을 켜 두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 스타크래프트 경기가 펼쳐지자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다.
“와... 임요환 이거 진짜 미쳤다.”
그러자 민지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놈의 게임 좀 그만 봐. 진짜 너한텐 게임이 먼저구나?”
그때, 교실 문이 열리며 담임 선생님이 들어왔다.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여러분~ 드디어 2학기 시작이에요. 방학은 어땠나요? 오우... 형준이는 진짜 운동만 한 것 같네? 못 알아보겠는데?”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형준은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앉았다.
“좋아요, 그럼 시작은 방학 발표로 해봅시다. 다들 어떤 방학을 보냈는지 이야기해 봐요.”
정연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저는 방학 내내 댄스학원 다니면서 연습했어요. 장기자랑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박수를 치자, 옆에 앉아 있던 형준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팝핀을 추기 시작했다. 몸을 덜컥 덜컥 흔들며 오버액션을 하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정연은 얼굴을 붉히며 팔로 형준을 꾹 눌렀다.
“야! 앉아!!”
그 순간, 2학기가 정말 시작됐음을 모두가 실감했다.
선생님은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어휴, 여전하구나 형준이 저 장난기는! 정연아, 현장체험학습으로 2주간 유럽 가족여행 안 가면 안 되겠니? 쟤는 너 아니면 누가 말리니!”
형준은 의외로 쿨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올 때 초콜릿~”
아이들은 모두 놀랐다. 당연히 “보고 싶다, 가지 마라” 같은 난리를 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백한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정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어쭈? 이제 마음이 식은 거냐? 내가 안 보고 싶겠냐?”
순간, 형준은 책상 위로 점프하더니 외쳤다.
“보고 싶지!! 그래서 이 비디오를 준비했어!! 인성초의 별, 우리 정연이 단독 영상!!”
그렇다. 방학 전 학예회, 함께 ‘NO.1’을 추던 순간을 찍은 비디오였는데, 정연만 집중적으로 편집한 것이었다.
규만도 덩달아 책상 위로 올라가 소리쳤다.
“정연이만 있는 게 아니라고! 민지, 태연, 지수까지 4인 핑클 무대도 있어! 우리의 4대 여신 중 마음에 드는 사람 골라서 보는 거지!”
우덕은 교활하게 웃으며 손바닥을 비볐다.
“일명! 4대 여신 단독 비디오~ 가격은 개당 5000원! 망설이지 말고 저와 형준, 규만에게 문의하세요~”
예린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흔들며 외쳤다.
“그리고 곧 5대 여신이 될 저의 모습도 공개됩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태연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저것들 또 시작이네...”
지수는 책상을 탕 치며 외쳤다.
“누구 맘대로 그걸 판매하냐고!”
민지는 차갑던 평소와 달리 얼굴이 붉어져 책상에 고개를 푹 숙였다. 정연은 더는 참지 못하고 책상 서랍에서 플라스틱 자를 꺼내 형준의 다리를 내리쳤다.
“유럽에서 확 안 돌아오기 전에, 얼른 내려와서 앉아!!”
형준은 장난스럽게 “악!” 소리를 지르며 내려왔고, 규만과 우덕도 투덜대며 자리로 돌아갔다. 예린은 “아쉽네~”라며 입술을 삐죽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곤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또 시작이다...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