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20화. 정의에는 사연이 있다

누구는 사랑, 누구는 의리, 누구는 돈

by 동룡

교감 선생님은 관자놀이를 짚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담임 선생님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 어제 있었던 일…
철봉에 매달려서 매미소리 내게 한 것,
립싱크했다고 박치기한 것,
그네 줄을 꼬아 태워서 토하게 만든 것,
그리고 샌드백처럼 매달아 놓고 때린 것… 다 사실이야?”

형준, 규만, 우덕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초 아이들도 조용히 “네…”라고 대답했다.


“그럼… 왜 싸웠는지, 각자 말해보렴.”

먼저 하늘초 아이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저희가 게임하고 있었는데요…
먼저 와서 때렸어요.
저희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갑자기…”

담임 선생님은 말없이 고개를 돌려
형준을 바라봤다.

형준은 의자 등받이에서 몸을 떼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날…
정연이가 쟤네한테 맞고, 돈을 뺏겼어요.
그 순간, 머리가 하얘졌어요.”


“정연이가 나쁜 일을 당해서 네가 싸웠다고?”

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냥, 정연이라서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담임 선생님은 다음으로 규만을 바라봤다.

“… 민지도 쟤네한테 맞을 뻔했어요.
제가 말리려다 같이 맞았고…
그냥, 더는 못 참겠더라고요.”

말없이 듣고 있던 담임 선생님의 눈썹이 살짝 떨렸다.


“… 우덕이 너는?”

우덕은 번쩍 눈을 뜨더니
벌떡 일어나 외쳤다.

“쟤네가 제 철권 대회 망쳤어요!!”

담임 선생님은 이마를 짚었고,
교감 선생님은 헛기침을 세 번 연속했다.

잠시 후,
담임 선생님은 마이크를 들고 방송을 울렸다.

“김민지, 유정연. 교무실로 오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교무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민지와 정연이 들어왔다.

둘은 하늘초 아이들의 상태를 보고
숨을 들이켰다.

“우와... 이게 무슨 일이야...”
민지가 중얼였고,

“쟤는 얼굴이 노래… 텔레토비 나나 같아.
쟤는 보라돌이 수준인데…”
정연도 작게 말했다.

담임 선생님이 물었다.

“정연아, 민지야. 너희가 겪은 일…

있는 그대로 말해줄래?”

정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냥 학교를 가고 있었어요.
근데 쟤네가 와서 돈 달라 그러고,
가방 뒤지고… 진짜 무서웠어요.
욕도 심하게 했고요…
특히 쟤 가요.”

정연은 보라돌이 상태인 아이를 가리켰다.


민지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사실… 그날은 제가 당한 건 아니었어요.
우리 학교 친구 한 명이 먼저 당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말리려다 맞을 뻔했는데…
규만이가 막아줬어요.”

담임 선생님은 긴 한숨을 쉬며
교감 선생님과 눈을 마주쳤고,
교감 선생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모두 교실로 돌아가렴.”


아이들은 조용히 일어섰다.

형준은 정연 옆을 지나며
조심스레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정연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지만
말없이 받아들였다.

규만은
민지와 눈이 마주쳤다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우덕은 여전히 억울한 듯
“게임 대회…”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날,
복도에는 긴 여운과 침묵만이 조용히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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