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굴 버린다고?
“학교에선 절대 상대가 안 돼.”
수빈은 교실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나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이제 다른 무대로 가야 해.”
그렇게 둘은 한산한 동네 학원가로 향했다.
이곳은 감시도 없고, 입도 빠르며, 소문은 몇 시간 만에 한 바퀴를 돈다.
“정연이가 학교에서 제일 예쁜 건 맞아. 근데 형준이 요즘 그 애 있잖아, 하늘초 가은이? 걔한테 더 잘해준대.”
“같이 운동도 한다던데? 둘이 축구 얘기하면서 눈 반짝였다더라.”
“원래 정연이랑도 친구였다가… 연애로 넘어간 거잖아. 이젠 바꾸려는 거 아냐?”
“맨날 정연이한테 혼나니까 질린 거겠지. 아무리 예뻐도 그건 좀…”
수빈과 나래의 ‘우연한 대화’는 그렇게 몇몇 학원 친구들의 귓속에 심어졌고,
그들은 또 다른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흘려보냈다.
그리고, 그 소문은 결국…
정연은 심부름을 위해 혼자 문방구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 순간, 건너편에 모여 있는 하늘초 아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박히는 걸 느꼈다.
“이쁘긴 진짜 이쁘네… 가은인가 걔는 얼마나 이쁜 거야, 그럼?”
“내가 저런 사람 남친이면 진짜 보물처럼 대할 텐데…”
“쟤가 정연이야? 근데 버림받았대… 더 예쁜 애 생겼다고.”
“헐… 그 남친 진짜 쓰레기네…”
정연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들은 당황한 듯 얼굴을 붉히지만, 곧 소문을 그대로 정연에게 말해버린다.
형준과 가은, 요즘 친해졌다는 것.
운동도 같이 하고, 성격도 잘 맞고, 같은 축구팀 팬이라는 것까지.
정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웃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형준, 그리고 옆에 선 하늘초의 가은.
둘은 운동복 차림이었다.
가은은 땀에 젖은 머리를 묶으며 형준에게 뭔가를 말했고,
형준은 한참을 웃었다.
익숙한 그 표정. 정연을 향할 때와 다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더 가볍고, 더 자연스러웠다.
정연은 천천히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나밖에 없다더니…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며…
웃기지도 않아, 진짜.”
이제 정연의 마음에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그것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