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85화 이건 고백이 아니라, 증언이에요

그 애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정말로요.

by 동룡

교무실 문이 덜컥 닫혔다.
그 안엔 세 명의 어머니와 두 명의 아이,
그리고 잔뜩 긴장한 선생님들만 있었다.

“이건 명백한 보복 폭행이에요!! 우리 애를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나래 어머니의 목소리는 교무실을 뚫고 복도까지 울렸다.
정연의 어머니는 울먹이는 딸을 안으며 맞받아쳤다.

“증거도 없이 우리 애를 왜 그렇게 몰아붙이세요!
정연이는 그런 애가 아니에요!!”

형준의 어머니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니까 애들 싸움을 어른들이 이렇게 만들어버리면 어떡합니까!? 확실한 증거도 없잖아요!!”

교무실은 금세 난장판이 되었다.
선생님들은 서로 어머니들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때,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훌쩍거리던 정연을 본 형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누구보다 선생님이 아실 거잖아요!!
정연이는 친구들을 위해 양보하고, 참는 아이예요!!
못된 저 하나 말리려고, 얼마나 신경 쓰셨는지도 선생님이 다 보셨잖아요!!
그래서 짝도 바꾼 거고요!!”

교무실 안이 조용해졌다.

“이건 정연이를 좋아해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동안 정연이가 해온 말과 행동을 전부 봐온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에요!!
정연이는 그냥... 쫌 유별난 남자친구를 둔 잘못밖에 없다고요!!”


형준의 외침에 어른들도, 선생님들도 잠시 말을 잃었다.
정연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형준의 옷자락을 잡았다.
하지만 형준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 일을 알았다면!! 정연이는 오히려 화냈어요!!
절대 안 된다고, 그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에요!!
정연이는 얼굴보다 마음이 더 예쁜 애예요!!
친구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이유가 다 있는 거라고요!!
누구처럼 인형 끌어안고 이상한 말 하는 애가 아니에요!!”

그 순간 정연이 형준의 등을 세게 쳤다.

“야, 잘 나가다!! 마지막 그 이야기는 뭐야!!!
나래 아줌마가 얼마나 마음 아프시겠냐고, 이 바보야!!!”

형준은 숨을 고르더니, 다시 한번 소리쳤다.


“이거 봤죠!?
아무 이유 없이 억울하게 머리를 맞아도 이런 말 하는 애라고요!!!
교무실에 정연이가 끌려온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결국 담임 선생님이 나섰다.

“형준아, 정연아.
둘 다 잠깐 복도에 나가 있어.
여긴 어른들 이야기 좀 해야겠다.”

교무실 문이 다시 닫혔고,
아이 둘은 복도에 나란히 서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있던 정연은
옆에 있는 형준의 손을 살짝 잡았다.


“… 나 그냥… 고맙다고 안 할래.”


“어?”


“고맙다고 하면, 또 더 할 거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조용히 있어.”

형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교무실 문이 다시 열리고 어머니들과 선생님들이 나왔다.

형준의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다.

“형준이. 아무리 그렇다 해도, 교실에서 그렇게 버릇없이 행동한 건 네가 잘못했잖아. 나래 어머님께 사과드려.”


하지만 형준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내가 왜요?!!
오히려 정연이 머리를 때린 나래 아줌마가 저한테 사과해야죠!!
나도 정연이 머리는 함부로 안 만져요!!!
그 소중한 머리를!! 감히!!!”

나래 어머니는 할 말을 잃은 채,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학교를 나갔다.
형준의 어머니는 뒷목을 부여잡았다.
“진짜, 얘는… 학교 좀 조용히 다니면 안 되냐…”

담임 선생님은 고개를 숙이며 두 어머니에게 말했다.

“이런 일이 생겨서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더 잘 살피겠습니다.”


복도에서 형준의 귀를 쥐어잡은 형준 어머니는 씩씩댔다.

“제발, 조용히 좀 살아, 너! 또 들어가서 교실 엎을 거야!?”

그 옆에서, 정연의 어머니가 형준의 손을 꼭 잡았다.

“정말 고맙구나.
네가 있어서 정말 든든하다.
앞으로도 우리 애 잘 지켜줘. 아줌마가 진짜 고마워.”

형준은 갑자기 바짝 고개를 숙이며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끝까지 지킬게요.”

정연은 눈이 동그래졌다.

“얘가… 아까까지 고함지르던 애 맞아??”


이 모든 이야기는 순식간에 1학년 전체에 퍼졌다.
아이들은 ‘형준이 교무실에서 정연이를 위해 어른들한테까지 싸웠대’라며 웅성였다.

수빈은 루비코 인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혹시 나도, 저렇게 되는 거 아니야…?”

이제, 아이들은 알아버렸다.
누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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