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86화 병문안과 경호사업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아이들

by 동룡

정연이와 형준이 교실로 돌아왔다.
모두가 조용히 쳐다보는 사이, 규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의의 사도가 귀환하셨다~!”

순간 어색했던 공기가 와르르 깨졌다.
민지도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엔 좀 괜찮았네, 형준아. 어디서 본 건지 감동도 좀 있었고.”

형준은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눈을 돌렸고,
우덕은 뒷짐을 지고 형준을 보며 씩 웃었다.

“그래~ 얼굴보다 마음이 더 예쁜 정연이 지켜서 기분 좋냐, 안형준?”

정연은 턱을 괴고 조용히 말한다.

“너도… 나 놀리는 재미로 학교 오는 거지?”

아이들은 킥킥대며 웃었고, 오랜만에 교실에 평화가 깃든 듯했다.


그러나, 그 순간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을 다시 멈춰 세웠다.

“얘들아.
나래가… 어제 불량 학생들한테 심하게 맞아서 중환자실에 갔단다.”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난 건… 그 때문이었어.
근데 선생님도 인정할게.
어른들이 먼저 잘못했어.
애들 앞에서, 정말 모범적인 모습은 아니었어…”

아이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자, 선생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형준이 너!
누가 어른한테 눈 부릅뜨고 대들래? 버르장머리 없이!”

형준은 벌떡 일어나려다
정연이의 손이 번개처럼 날아와 형준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읏…!”

형준은 소리만 내고는 조용히 다시 앉았다.
교실 안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작게 번졌다.

“나래 병문안 가고 싶은 친구는 성곤이한테 말해.”

선생님의 말에 성곤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휴… 수빈이 한 명이겠지 뭐…’

하지만 뜻밖의 인물이 손을 들었다.
우덕이었다.


“얘들아, 병문안 갈 준비 하자.”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래?”
규만이 먼저 반응했다.

형준은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난 지금 나래 때린 애들한테 상이라도 주고 싶은데?
너 지금 뭐라는 거야?”

예린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우덕아… 드디어 돌았구나.”

그런데, 우덕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 바보들아.
지금 상황에서 누가 봐도 우리가 한 것처럼 보이잖아.
그래서 가야지.
다 같이 안타까운 척 연기하고, 따뜻한 척하면 경호 서비스 홍보에 정말 좋은 스토리 된다니까.
우린 지금부터 착한 애들 모임이다, 알았냐?”


그때, 수빈이 벌떡 일어났다.

“절대로 안 돼!!
가서 또 무슨 짓 하려는 거야?!
특히 형준이는! 나래 어머니한테 대들었잖아!”

형준은 고개를 번쩍 들고 소리쳤다.

“그러면!!! 아무 잘못도 없고, 증거도 없는데!!
우리 정연이를 때리는데 그냥 보라고?!
정연이는 말이야, 너처럼 운동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걷어차도 되는 그런 애가 아니야!!
정연이는 우리 인성초의 별이라고!!
너 같은 돌멩이가 아냐!!! 확 그냥 걷어차 버릴까 보다.”

선생님이 바로 소리친다.


“안형준!
친구한테 상처 주는 말, 벌점이다!”

정연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태연이 조용히 말했다.

“하튼간… 쟤는 영원한 정연이의 방패야…
교통사고 나서 기억 다 잃어도 정연이는 기억할걸…”

지수도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뭐… 서로 방패지. 정연이 없었으면, 형준이는 지금쯤 퇴학당했지 뭐.”

형준은 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누군가의 방패야.
대용이 너 말 한마디면 꼼짝 못 할걸?

색종이로 하트 접어서 예쁜 병에 넣고 있어 요즘.
지금쯤 50개 됐을 걸?”

“으아아아악!!”

지수는 얼굴이 시뻘게지더니 책상에 엎드려버렸다.

예린은 형준의 등짝을 쾅 때리며 소리쳤다.

“그런 건!! 비밀로 해야지, 바보야!!”

선생님은 아이들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말했다.

“우리 학교엔 참 훌륭한 사랑꾼들만 모였네?
자~ 수업 시작하자. 30쪽 펴세요~!”

교실 안엔 다시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엔,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무거운 마음이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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