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87화 칠월칠석과 1학년 1반

벌점이 별처럼 쏟아지는 국어시간

by 동룡

“얘들아, 오늘 국어시간엔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게.
바로, 견우와 직녀 이야기야.”

선생님의 조용한 목소리에 교실은 조금씩 집중을 되찾았다.
하지만 정연은 묘하게 불안했다.
이 수업, 아무리 생각해도 조용히 끝날 것 같지 않다.

“견우와 직녀는요, 서로 너무 사랑해서
일을 게을리하다가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요.
결국 하늘강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일 년에 딱 한 번만 만나게 되죠.”

“헐…”
“진짜요…?”

아이들이 탄식하는 가운데,
누군가 손을 번쩍 들었다.

형준이었다.

형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저와 정연이를,
옥황상제처럼 갈라놓으려 한 존재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제가 견우라면요, 옥황상제 수염이든 머리카락이든 다 뽑아버려서라도
직녀한테 갑니다! 하루만 안 봐도 미치겠는데,
일 년에 한 번이라뇨?! 너무하잖아요!!
견우는 남자답게 옥황상제와 싸워서 직녀를 지켜야 합니다!”

정연은 고개를 숙였고, 예린은 작게 중얼거렸다.

“너답다… 진짜 너야…”

태연과 지수도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형준이라면 진짜 수염 뽑고도 남을걸…”


“저요!”

이번엔 규만의 손이 올라갔다.

“전요, 오작교를 건널 때 직녀를 번쩍 안고 뛰어갈 거예요!
그래서 같이 함께 살 거예요!”

선생님은 웃으며 물었다.

“견우가 힘들지 않을까? 은하수는 정말 넓단다~”

그러자 규만은 당당하게 말했다.

“아뇨, 형준이도 툭하면 정연이 번쩍 안고 뛰어요!
저도 민지한테… 아이고!”

퍽!

민지의 슈퍼꿀밤이 정확하게 규만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정연은 두 손으로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잘했어, 민지야.”


우덕은 느긋하게 손을 들었다.

“저는요, 옥황상제한테 뇌물 줘서 더 자주 만날래요.
예를 들면, 고급 망고라든지…
조금만 잘 조율하면 한 달에 두 번은 가능하죠.”

교실엔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태연은 조용히 말했다.

“전 애초에 그냥 열심히 일했을 거 같아요…”

지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처음부터 열심히 했으면 벌도 안 받았지.”

그때, 수빈이 조심스레 손을 들려 하자
우덕이 툭 내뱉었다.


“야, 넌 뭐…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받지도 못하잖아.
이야기가 공감은 돼?”

“푸하하하하!!”

아이들은 일제히 폭소했고,
선생님은 냉큼 말했다.

“서우덕! 상처 주는 말! 벌점!”

수빈은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말했다.

“… 견우와 직녀 너무 불쌍해요…
옥황상제가 너무 가혹했어요…”

형준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그럼, 우정카드 하나 보내봐.
그거 잘하잖아?

우정카드로 독설 날리기~!”

또 한 번 폭소가 터졌고,
선생님은 이번엔 단호하게 외쳤다.

“안형준! 너도 벌점!”

아이들이 왁자지껄한 사이,
맨 뒷자리에서 성곤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 아이고… 어지러워라… 병문안 가면… 이거보다 더하겠지… 정말 큰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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