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88화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by 동룡

“그럼 병문안은… 규만이, 예린이, 우덕이.
세 명만 다녀와.”

성곤이 조심스레 말하자, 교실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형준은 멀찌감치 창가에 앉아,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 난 안 가는 게 맞지.”

누구도 뭐라 하지 못했다.


시간은 흐르고, 방과 후.

경호팀 멤버들이 슬그머니 교실 한쪽에 모여들었다.
책가방도 벗지 않은 채, 슥슥 문을 닫고 회의가 시작됐다.

“형준아, 그럼… 수빈은 어떻게 할까?”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묻자, 형준은 천천히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아니 아니. 지금은 조금 기다려야지.
그리고 걔도 이미 많이 겁먹었어.”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공포에 떠는 모습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나름… 재미있거든~”

형준은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

“다들 오늘도 고생 많았어!
자자, 수고비 받은 걸로 맛있는 거 사 먹고~
난 말이지, 우리 컴퍼니 직원들 중에 경호팀이 제일 좋아.
내가 경호팀을 맡고 있다는 게 진짜 자랑스러워~!”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수고비 봉투를 열었다.

10,000원.

“콜팝이다!!!”

경호팀은 소리치며 우르르 뛰어갔다.
형준은 그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흐뭇하게 웃었다.


형준은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그 시간, 벌칙 청소가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정작 청소는… 정연과 형준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연은 지금, 사물함 위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라간 게 아니라… 올려진 거였다.

“이건 정말 잘못됐어… 우리가 청소 안 하면 안 되지.”
정연은 뾰로통하게 말했다.

형준은 팔짱을 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근데 넌 공주잖아.
공주가 청소하는 동화 봤어? 난 못 봤는데?"


한편, 뇌물을 받고 청소 중인 아이들은
늘 그렇듯 수빈에게만 힘든 일을 몰아주고 있었다.

걸레는 수빈 손에만 있었고,
나머지는 “감시”라는 이름으로 간식만 먹고 있었다.

수빈은 중얼였다.

“…그러면… 나는 하녀냐…”

그 말에 형준은 반쯤 장난스럽게, 반쯤 진심으로 말했다.

“드디어 알았구나! 맞아. 정연이는 공주고, 넌 하녀야~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네~”

정연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야!! 말이 너무 심하잖아!”

형준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어허~ 정연 공주님!
그렇게 화내시면 안 내려드릴 건데요?”


정연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진짜…
이젠 협박도 하네.
별이니 뭐니 하더니… 이젠 내가 덜 소중한 거지?”

형준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응. 별이니까~ 높은 데 올려놓은 거야.

절대 안 내려줄 거야~”

같은 시간, 병문안 팀은 병원에 도착해 있었다.

예린은 침대 옆에서 눈을 부릅뜬 채 말했다.

“어떡해… 너무 슬퍼…
진짜 무서운 세상이야… 나 울 것 같아…”

그리고 곧, 정말로 울기 시작했다.

규만은 고개를 숙였다.

“나래가 꼭 낫길 바랄게요…
매일 기도할게요…”

우덕은 손을 모으고 또박또박 말했다.

“이래서,
학생들을 위한 경호 시스템이 필요한 거예요.
이건 구조적 문제입니다.”

그 옆에서 성곤과 태연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얘네… 홍보하러 온 거지…?’

침대 위의 나래는 조용히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 옆, 나래의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계단에서 밀친 건지, 걷어찬 건지…
머리가 깨지고, 목이 부러지고…
옆구리는 뼈에 금이 갔다더라…”

모두 말이 없었다.

“나래가 아끼던 인형도… 칼로 다 찢어놨대.
며칠 전부터 계속 학교 가기 싫다고 했는데…
혹시… 우리 나래 따돌림 같은 거 당했니?”

예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수빈이라는 친구랑… 친했어요.

오늘은 벌청소 때문에 못 왔고…
친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나래가 계속… 억울하다고 했거든.
혹시… 무슨 일 있었니?”


이번엔 성곤이 나서서
조심스럽게 우정카드 사건을 설명했다.

나래 어머니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 얘들아.
우리 나래는 그런 아이가 아니야.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 같구나.
그래도… 와줘서 정말 고맙다.”

그녀는 지갑을 꺼내 몇 장의 지폐를 아이들에게 건넸다.

“이걸로… 맛있는 거라도 사 먹고 가렴.”


병원 밖, 덕군 컴퍼니 멤버들은 환호한다.

“우와!! 돈 생겼다!!!”

예린, 규만, 우덕은 씩 웃으며 병원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는 성곤과 태연.

그들은 말없이 한 걸음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입은 닫혀 있었지만, 표정이 말하고 있었다.

“… 이게, 진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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