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사람, 그들의 결벽성향
터키의 인종구성은 터키인이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쿠르드인 7퍼센트에 나머지가 그리스인과 유대인 등이라 한다. 우리가 이스탄불에서 돌아다닐 때 그리스인의 외양을 한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았는데, 그들 점유율이 쿠르드인에도 못 미친다는 것은 의외다.
에게해의 최남단, 따라서 지중해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항구도시 보드룸.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태어난 곳이고, 터키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휴양지로 인기 있는 곳이라고 한다. 아타 튀르크 동상이 있는 자리에서 마음대로 둘러보라는 1시간여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부근에는 이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베드로 성(城)이나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건축물의 하나였던 마우솔레움 터가 있지만 가장 나이 많은 축인, 그래서 원기 왕성하지도 않은 우리가 하나라도 더 챙겨보겠다고 기를 쓰고 빨빨거리며 다닐 생각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이곳에 싱싱해 보이는 과일이나 사다가 깎아 먹으며 선착장 부두에 총총히 정박한 요트들의 하늘을 찌를 듯한 돛대와 푸른 하늘, 흰 구름이 어우러져 그리는 자연 그림이나 완상 하며 시간을 보내자는 의견의 일치가 있었다.
과일을 사러 간다던 아내들은 기약한 시간이 훨씬 지나도록 오지 않으니 할 일이 마땅찮은 우리 남자들 시선이 자연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쏠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철호가 이곳 사람들의 뒷머리를 유심히 관찰하고 내린 결론인 듯, 터키사람들은 하나 같이 뒤통수가 밋밋한 것 같다고 했다. 두형(頭形)이 낫 모양으로 뒤통수가 절벽인 사람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나도 했었다.
외양은 그런데 이들의 성향은 깔끔한 것을 끔찍이 좋아한다는 느낌을 곳곳에서 받는다. 터키국민 98퍼센트 이상이 이슬람교도들이고 그들은 기도하러 사원으로 들기 전, 주변에 그런 용도로 마련된 수도에서 손발과 얼굴을 씻는다. 몸을 정갈하게 하고 기도하라는 종교적인 계율(戒律)을 따르다 보니 깨끗이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습관이 배인 것일까 하는 생각이다.
터키 주부들은 얼굴을 가꾸듯이 자기네 유리창이 늘 반짝반짝 빛나도록 닦아놓는다고 한다. 이유야 어떻든 그러지 못하는 이웃 이방인들은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는 게 현지에서 5년째 살고 있다는 가이드의 말이다.
호텔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식당 등 웬만한 공공장소 화장실 대변기에는 콕을 돌리면 강력한 물줄기가 뿜어 나오는 비데가 설치되어 있다.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여행자가 잘못 만져 물벼락을 맞고 나오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볼일을 끝내고 휴지만 사용하여 뒤처리를 끝내서는 불결하게 생각하고, 께름칙함을 떨치지 못하는 결벽의 소치가 아닌가 한다.
호텔이고 어디고 세면기에 물막이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는 욕조에도 그런 경우가 반반은 되는 것 같다. 될 수 있으면 흐르는 물에 씻어야 정갈히 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온천은 별개지만 여행 중 우리가 경험한 터키식 목욕탕에도 여럿이 함께 들어가 몸을 담그는 탕이 따로 없다. 대신 중앙에 평상모양으로 돌출한 둥근 대리석 바닥을 온돌처럼 따끈하게 달궈, 거기 누워 뒹굴며 몸을 지지고 땀을 빼다가 벽면에 둘러있는 냉온수 수도꼭지에서 양푼 바가지에 물을 받아 씻는 것이었다.
온갖 사람들이 들고나는 관광명소들은 어쩔 수 없이 지저분해지는 것이 예삿일 터인데 우리가 다닌 곳들은 어디고 깨끗한 거리 인상이었다. 하나를 보고 열을 미뤄 알 수도 있지만 국한된 부분만 경험하고 전체를 다 아는 양 이야기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그저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 단서를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