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를 설명할때 절대 빼놓을 수없는 인물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존 F. 케네디 대통령
티모시 리어리 박사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제명당한 1963년,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두 인물이 총기에 암살당하는 대사건이 벌어진다. 인종차별 타와 유색인종의 인권향상을 위해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마틴 루터 킹 목사, 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베트남 전쟁의 종식에 힘썼던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바로 그들이었다. 이 두 인물은 당대 미국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들이었다. 두 사람의 허망한 죽음에 미국의 젊은이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 믿었던 사람들이 연이어 암살을 당한 것이다. 1953년 티모시 리어리 박사의 LSD와 인간의 심층의식, 세상을 바라보기 전에 LSD의 도움을 받아 먼저 내면의 우주를 들여다 보라는 사상은 현재 미국사회와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히피들의 탄생이었다.
* 세상에 절망한 히피들, 얼터너티브(대안) 문화의 시작
히피들은 세상이 싫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하루가 다르게 베트남에 끌려가 죽임을 당하거나 누군가를 죽여야 했고, 매일 아침 뉴스를 보면 전쟁터에서 죽은 내 또래의 젊은이들이 시체백에 쌓여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인종차별은 극에 달해 흑인들과 유색인종들은 끊임없는 차별과 멸시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얼터너티브 (대안)이 필요했다. 먼저 히피들은 기성세대와 미국사회에 뿌리 깊은 기독교 세계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히피들은 동양종교와 명상 등 동양의 신비주의사상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힌두교와 티베트불교, 일본의 선불교 등이 기독교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힌두교의 영향력이 두드러졌는데, 6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 비틀스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이 귀의해서 유명해진 힌두교는 당대 비틀스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등에 업고 빠르게 히피들 사이로 퍼져 나갔다.
좌. 인도의 전통악기 시타르를 연주 중인 조지 해리슨 , 우. 사이키델릭한 힌두 이미지로 페인팅 된 조지 해리슨
1964년, 티모시 리어리와 그의 동료 리처드 알퍼트, 랄프 메츠너와 함께 "The Psychedelic Experience: A Manual Based On The Tibetan Book of The Dead"라는 책을 출판하며 사이키델릭 무브먼트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이 책은 8세기경 티베트불교의 성인 "파드마 삼바바"가 지은 경전인 "Bardo Thodol (바르도 퇴돌)"의 내용과 사이키델릭 경험의 유사성과 LSD를 사용한 명상 가운데 어떤 식으로 내면을 탐구해야 하는지에 관한 사이키델릭 체험안내서 였다. 바르도 퇴돌은 티베트불교에서 전통적으로 사후의 망자에게 들려주는 설법으로, 망자는 사후 49일 동안 바르도(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간지점)에서 해메이면서 수많은 시각적인 환시와 시험에 빠지게 되는데, 이 과정은 윤회전생의 과정으로 49일의 기간 동안 미혹에 빠져 미물로 환생하지 않고 인간으로, 궁극적으로는 윤회의 고리를 깨고 해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후세계 가이드북이다. 바르도 퇴돌에서 묘사하는 49일간의 오감으로 느껴지는 환시와 시험의 단계가 LSD로 인해 변해가는 의식의 흐름이 매우 유사하다고 느낀 티모시 리어리는 LSD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The Psychedelic Experience: A Manual Based On The Tibetan Book of The Dead"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좌. 티모시 리어리 연구팀의 The psychedelic Experience의 1964년 초판본. 우. 월터 에반스벤가 번역한 바르도 퇴돌의 영문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다.
티베트불교의 경전의 내세관은 서양세계에 뿌리 깊은 기독교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을 선사했다. 거기다 당대의 화두였던 LSD와 사이키델릭 체험에 관한 내용이 합해지자, 책은 굉장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책의 저자인 티모시 리어리는 히피집단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루(Guru. 산스크리트어로 스승을 뜻함.)로 여겨지게 된다. 이 책의 큰 히트는 히피들 사이에서 힌두교와 함께 기독교의 대체종교로서 티베트불교가 큰 주목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 히피들의 지상낙원 캘리포니아의 꿈같은 한때
이전 세대인 비트세대들은 지하클럽과 자신들만의 아지트에서 모이길 좋아했다. 하지만 다음 세대인 히피들은 어두운 지하실보다 따뜻한 햇살, 산과 바다 등 풍요로운 자연을 사랑했다. 언제나 따스한 햇살이 내려쬐고 바다에는 일 년 내내 파도를 타는 서퍼들이 상주하는 곳 캘리포니아는 히피들의 지상낙원이었다. 미국전역의 히피들이 캘리포니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베트남전쟁과 인종차별 같은 현안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평화적인 반대운동을 벌이는 가 하면, 히피들의 사상과 LSD에 영향을 받은 새롭고 전위적인 예술적인 퍼포먼스를 벌이고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따사로운 햇살과 자연에 둘러싸여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했다. 세상은 어둡고 끔찍했지만, 캘리포니아에는 언제나 풍요로운 자연과 뜻을 함께하는 히피들과 이들의 친구이자 스승 LSD, 또 언제나 낙천적이고 즐거운 비치 보이스의 음악이 있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환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캘리포니아의 히피들은 모종의 이유로 인해 캘리포니아를 버리고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당대 젊은이들과 모든 아티스트들의 메카가 되면서 히피문화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