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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Jun 27. 2023

여름에는 시티팝 말고도 좋은 음악이 많다고요

2010년대 후반, 일본의 가수 타케우치 마리아의 Plastic Love와 오오누키 타에코의 4 A.M. , 마츠바라 미키의 Stay With Me 같은 8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를 상징하는 곡들이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타면서 시티팝 붐은 형성되었다. 마침 불어닥친 레트로 열풍과 맞물려 어느샌가 여름음악 = 시티팝이라는 공식이 정형화되어 버렸다. 나는 이 글에서 그런 시티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미 시티팝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약간의 식상함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세한 시티팝의 담론은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고, 자 오늘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시티팝 말고도 여름에 듣기 좋은 음악은 세상에 참 많고도 많다는 것이다.


오늘 이 글에서는 시티팝은 아니지만, 성큼 다가온 여름에 안성맞춤인 앨범 10장을 소개할까 한다. 이 앨범에 담긴 음악들이 올여름 당신의 플레이리스트를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면, 이 글과 필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1. Bob Marley & The Wailers - Live! (1975)



레게다. 아직도 여름을 대표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레게의 왕 밥 말리와 그의 밴드 웨일러스의 실로 아이코닉한 라이브 앨범이다. 레게를 상징하고 또 밥 말리를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인 이 앨범은, 레게 라이브의 열기와 밥 말리와 웨일러스의 열정 넘치는 노래와 퍼포먼스가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8월의 태양보다 뜨거운 레게 음악의 금자탑을 한 번 경험해 보시길.


추천곡: No Woman No Cry, Kinky Reggae, Stir It Up, Trenchtown Rock


2. Santana - Abraxas (1970)



라틴 록의 거장이자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칭송받는 카를로스 산타나가 이끄는 밴드 산타나의 두 번째 앨범이자 밴드 최고의 명반으로 대접받고 있는 록의 걸작앨범이다. 60년대 문화계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였던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에서 열정적인 무대 퍼포먼스로 화제를 불러 모은 밴드 산타나는 두 번째 앨범인 본 작으로 본격적인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시선을 빼앗는 화려하고 사이키델릭 한 커버아트도 화제였지만, 남아메리카의 라틴리듬과 재즈, 하드록과의 블렌딩은 이 앨범에서 더욱더 완성도 높여 산타나는 라틴록의 파이오니어이자 거장으로 불리게 된다. 


추천곡: Black Magic Woman, Oye Como Va, Samba Pa Ti


3. Black Sabbath - Black Sabbath (1970)



여름에는 조금은 오싹한 음악은 어떨까? 블랙 사바스의 데뷔작인 본 작은 앨범커버아트부터 서늘한 한기가 느껴지는 앨범이다. 오래전부터 돌아다니던 루머로는 커버아트의 저 여성이 최초에는 없었는데 인쇄를 해보니 찍혀 나왔다나 뭐라나..... 여하튼 블랙 사바스의 데뷔앨범은 록음악의 역사로 봤을 때도 기념비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헤비메탈의 진정한 시작이라고도 평가받고, 훗날의 헤비메탈을 영원히 바꿔 놓았다고도 평가받는 본 작은 앨범의 첫머리인 동명의 곡 "Black Sabbath"부터 서늘하고 오싹한 소리를 들려준다. 교회의 종소리와 천둥소리가 불길하게 울리며 시작되는 곡은 보컬 오지 오스본의 절규와 기타의 토니 아이오미 특유의 다운 튜닝된 기타의 음울한 울림으로 듣는 이로 하여금 잊지 못할 오싹한 순간을 선사한다.


추천곡: Black Sabbath, N.I.B. , Warning


4. Beach Boys - The Beach Boys with the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2018)



한여름의 태양아래, 한여름의 해변가에서 바다 소년들의 음악은 여름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의 가장 알맞은 BGM이다. 이 앨범은 비치 보이스의 리믹스 베스트앨범이다. 비치 보이스의 바다의 모래알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명곡들을 영국 런던의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인 Royal Philharmonic Orchestra의 어레인지로 한층 더 고급스럽고 사랑스럽게 재녹음한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원곡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오케스트라 어레인지가 들어간 작품으로 비치 보이스의 팬은 물론,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들어보고자 하는 리스너들에게도 안성맞춤인 알짜배기 베스트 앨범이다.


추천곡: 전곡! 


5. Dennis Wilson - Pacific Ocean Blue (1977)



윌슨 형제의 둘째, 로큰롤 라이프를 실천한 비치 보이스의 록커, 밴드 내의 유일한 리얼 비치보이였던 데니스 윌슨의 첫 솔로 앨범이자 유일작인 본 작품은 당대의 천재이자 섬세하고 여린 감성의 형 브라이언 윌슨의 곡들에 비해 굉장히 남성적이고 호쾌한 로큰롤을 들려주는 작품이다. 블루스와 로큰롤, 약간의 가스펠을 섞으면 본 작이 나온다. 정말 바다에서 살았고, 바다에서 삶을 마감한 데니스 윌슨의 음악은 비치 보이스의 음악처럼 대놓고 바다의 낭만에 대해 노래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삶이 녹아있는 자연스러운 비치 뮤직으로 여름에 참 잘 어울리는, 호쾌하고 후련하지만 아련한 아름다움도 갖춘 멋진 앨범이다.


추천곡: River Song, Moonshine, Friday Night, Pacific Ocean Blue


6. Steely Dan - Aja (1977)



조금은 더위가 가신 여름날의 저녁시간에 와인을 한잔 곁들인다면 어떤 음악이 최적일까? 많은 앨범들과 플레이리스트가 있겠지만, 스틸리 댄의 재즈 록 마스터피스 "Aja"를 떠올리는 음악팬들도 상당히 많을 듯싶다. 도시적이고 새련된 AOR, 어덜트 컨템퍼러리 그 자체인 본 작은 재즈와 팝, 록이 정확히 1 : 1 : 1 비율로 절묘하게 블렌딩 된 고감도의 재즈록을 선보이는 작품으로 많은 오디오필(오디오 애호가)들의 오디오 테스트용 음반으로도 유명한 본 작은, 최고의 리코딩과 40명이 넘는 초특급 세션들의 최고의 연주가 어우러진 재즈록의 마스터피스이다. 더위가 한 풀 꺾인 여름 저녁에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맥주나 와인을 한 손에 들고 들어보시라. 


추천곡: Black Cow, Aja, Deacon Blues, Peg


7. AC/DC - Live at River Plate (2012)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다. 더운 여름, 여름의 뜨거운 햇살보다 더 뜨거운 로큰롤 한마당이 여기에 있다. 2009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공연을 담은 본 작은 8비트 로큰롤의 화신 AC/DC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앨범에서는 힘을 숨기고 녹음했다는 듯 밴드의 넘치는 에너지와 남미의 뜨거움과 같은 관중들의 호응이 어우러진 라이브 명반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종일관 Rock & Roll Train (AC/DC의 곡) 마냥 질주하며 달리는 시원시원한 하드록 라이브의 진수가 여기에 있다.


추천곡: Back In Black, Shoot To Thrill, Whole Lotta Rosie, Let There Be Rock


8. The Rolling Stones - Some Girls (1978)


 

60년을 넘도록 쉬지 않고 구르는 로큰롤의 영원한 상징 롤링 스톤즈의 최대 히트앨범인 본 작은, 스톤즈의 본 령인 블루스와 로큰롤보다는 당대의 흐름이었던 디스코와 흑인음악에 진한 영향을 받은 댄서블 하고 팝적인 음악이 담기면서 당대의 평론가들과 대중들에게 큰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를 거쳐 펼쳐진 스톤즈의 명반 퍼레이드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1972년 발표된 역사적인 작품 "Exile On Main St."로 정점을 찍은 스톤즈는 조금씩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후에 발표된 "Goats Head Soup" , "It's Only Rock 'n Roll" , "Black And Blue" 앨범들이 상업적, 평론적으로 평범한 수준의 평가를 받으면서 서서히 기세가 꺾여 갔던 스톤즈가 꺼내든 회심의 일격이 바로 본 작이다. 앨범의 타이틀 "Miss You"는 오랜만에 빌보드 1위를 수성하고 각 국 차트에서 1위를 석권하며 미국 내 앨범판매량도 600만 장을 넘기며 다시금 록음악의 맹주로서의 기세를 되찾은 상징적인 앨범이다. 앞서 얘기했듯 댄서블 하고 팝적인 감각과 이들의 전문분야인 호쾌한 로큰롤이 어우러진 이 여름에 어울리는 한 장의 앨범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추천곡: Miss You, When The Whip Comes Down, Beast of Burden


9. The Mamas and the Papas - If You Can Believe Your Eyes and Ears (1966)



캘리포니아의 싱그러운 햇살과 해변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와 아름다운 화음의 선샤인 팝의 걸작.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에 삽입되어 다시금 큰 주목을 받았던 선샤인 팝과 포크 록의 걸작 "California Dreamin'"이 수록된 작품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와 함께 60년대 히피 무브먼트의 가장 큰 중심지 중 하나였던 캘리포니아신을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한 본 작은 샌프란시스코씬의 환각적이고 실험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와는 차별화되는 팝적이고 아름다운 화음이 돋보이는 선샤인 팝이라는 장르를 비치 보이스와 함께 대표하며 캘리포니아를 60년대의 중요한 음악적 거점으로 만든 작품이다. 1960년대 뜨거웠던 사랑의 여름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이다.


추천곡: Monday Monday, I Call Your Name, Do You Wanna Dance, California Dreamin'


10. Jefferson Airplane - Surrealistic Pillow (1967)



샌프란시스코에서 중점적으로 벌어졌던 "Summer of Love (사랑의 여름)"의 분위기를 가장 음악적으로 잘 재현해 낸 사이키델릭 록의 마스터피스인 본 작은 베트남 전쟁과 인권운동, 인종차별철폐운동, 각종 정치이념이 뜨겁게 자기주장을 하던 미국의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히피들의 이상과 시대정신을 가감 없이 가사와 음악에 담아낸 본 작은 그 자체로 시대를 대표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앨범의 가장 유명한 곡은 사후피임약과 콘돔의 발달로 인한 히피들의 프리섹스 풍조와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히피들의 이상세계를 대변하는 "Somebody To Love"와 히피와 사이키델릭 무브먼트의 최중요 물질이었던 환각제 LSD의 효과를 루이스 캐럴의 동화 "Alice In Wonderland"의 내용에 빚대어 묘사한 오싹한 사이키델릭 넘버 "White Rabbit"이다. 온갖 이념이 들끓던 문화의 용광로였던 당대 샌프란시스코 사랑의 여름을 대표하는 본 작을 이번 여름에 한번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추천곡: Somebody To Love, Today, How Do You Feel, White 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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