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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Jun 29. 2023

화이트 앨범 챌린지

1968년 비틀즈의 유일한 더블앨범이자 명반 The Beatles A.K.A. White Album이 발표되었다. 비틀즈의 대표적인 명반으로 꼽히는 지금과는 다르게 당대에는 너무 난잡한 구성에 통일감이 떨어진다는 혹평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밴드로서 가장 결속력이 좋았던 시기인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제작하던 시기에 비해 비틀즈 내부에 여러 문제들이 슬슬 불거지기 시작한 징조 이기도 했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신경전은 음악 내외적으로 더 치열해졌고, 조지 해리슨 역시 커져만 가는 창작에 대한 욕구와 밴드 내에서의 위치에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링고 스타 역시 두 명의 천재와 새로 빛나기 시작하는 재능 사이에서 밴드를 유지하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점점 지쳐 갔다. 점점 같이 음악을 만드는 시간은 줄어갔고, 개인플레이가 늘어갔다. 본인이 작곡한 노래는 본인이 레코딩 일정 잡고 세션섭외하고 본인이 노래 부르고 연주, 스케줄이 있으면 레코딩에 참여 안 해도 OK. 이런 식이였다. 평단의 "난잡한 구성" , "통일감의 결여" 이런 반응들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훗날의 평가는 반전되는데, 오히려 비틀즈 멤버들 개개인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곡들이 통일성은 떨어질지언정 시장 바닥처럼 난잡하게 흩어져 있는 게 아니라 고급진 백화점처럼 보석 같은 곡들이 전시되어있다는 의미에서 난잡한 구성이라는 평가에서 백화점식 구성이라는 평가로 바뀌었다. 21세기에 와서는 당당히 비틀즈의 걸작들 중 하나로 평가받으면서 5대 명반 중 하나로 대접받고 있는 앨범이다.


화이트 앨범 시기의 비틀즈. 왼쪽부터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하지만 오늘 글의 주제는 화이트 앨범 챌린지. 무엇인고 하니, 몇 년 전부터 해외 음악 관련 블로그나 유튜버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유행하던 챌린지인데, 30곡 90분의 러닝타임을 가진 더블앨범인 화이트 앨범을 15곡 45분 분량의 1장으로 줄여보자는 기획이다. 당연히 멤버들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속성을 해치지 않는 절묘한 선곡이 중요하다. 일단 필자가 짜 본 리스트는 이렇다.


1. Back In The U.S.S.R.

2. Dear Prudence

3. Glass Onion

4.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5. Happieness Is a Warm Gun

6. Martha My Dear

7. I'm So Tired

8. Blackbird

9. Piggies

10. I Will

11. Jilia

12. Yer Blues

13. Helter Skelter

14. Sexy Sadie

15. Good Night


막상 짜보니 당연히 개인적인 느낌과 선호도가 많이 영향을 미친다.

우선 1번 트랙부터 3번 트랙. 화이트 앨범의 시작은 역시 비행기 이륙음이 안 나면 뭔가 시작한 것 같지가 않다. 시작은 Back In The U.S.S.R. 이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것도 개인적인 느낌인데 Dear Prudence와 Glass Onion까지 오프닝인 3 트랙은 쭉 이어 듣는 것이 좋다. 굉장히 좋은 곡인 점도 그렇지만 폴 매카트니가 오프닝에 뿌려놓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존 레논이 특유의 우울하고 비뚤어진 감성으로 중화시켜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4번째 곡은 아마 이 챌린지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빼놓을 리가 없으리라 생각되는 조지 해리슨의 명곡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비틀즈 앨범 최초의 게스트인 에릭 클랩튼의 블루지 하게 흐느끼는 기타와 쓸쓸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빛나는 명곡이다. 조지 해리슨의 일취월장한 작곡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명곡 중의 명곡이다.


5번 트랙 Haippieness Is a Warm Gun은 존 레논의 곡으로 3분도 안 되는 짧은 러닝타임의 곡이지만 곡의 분위기가 계속해서 전조하고 바뀌는 변화무쌍한 곡이다. 존 레논 답게 삐딱하고 불경한 가사와 짧으면서도 매우 복잡한 구성을 가지고 급박하게 변화하는 곡이라 일각에서는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곡이다. (TMI 지만 본인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


6번 트랙 Martha My Dear는 폴 매카트니의 곡으로 바로크 팝으로 분류되는 곡이다. 고풍스럽고 우아한 곡 진행이 역시 폴 매카트니다 싶은 명곡.


7번 트랙 I'm So Tired는 존 레논의 곡이다. 존 레논의 당시 밴드 내외적으로 피곤한 심정을 담은 곡으로 당시 손대기 시작한 헤로인에 영향을 받은 곡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하튼 가사나 곡의 분위기가 매우 존 레논 다운 곡이다.


8번 트랙 Blackbird는 폴 매카트니의 곡으로 폴 매카트니의 전문분야 중 하나인 어쿠스틱 기타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이다. 비슷한 스타일로 초기에 Yesterday가 있다면, 중. 후기 에는 이 Blackbird가 있다.


9번 트랙 Piggies는 조지 해리슨의 곡으로 바로크 팝 스타일의 곡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빛을 발하는 조지 해리슨의 작곡능력이 돋보이는 곡.


10번 트랙 I Will은 두말할 것 없는 폴 매카트니표 멜로디 팝의 정수 중 하나이다.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곡으로 멜로디 적으로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11번 트랙 Julia는 실제 화이트 앨범에서도 I Will에 바로 다음 트랙이다. Julia는 존 레논의 곡으로 폴 매카트니의 I Will에 못지않은 명곡이다. 밝고 긍정적인 I Will이 폴 매카트니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면 Julia 역시 존 레논의 성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가득한 곡이다.


12번 트랙 Yer Blues는 존 레논의 곡이다. 앨범에서 가장 Rocking 한 곡 중 하나로 당대에 유행하던 일렉트릭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블루스 스타일의 가사와 곡 구조를 가지고 있다. 블루스 곡이 드문 비틀즈의 귀중한 블루스 록 트랙.


13번 트랙 Helter Skelter는 폴 매카트니의 곡이다. 비틀즈의 곡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가장 시끄러운 개러지 사운드를 들려주는 곡인데, I Will이나 Blackbird 같은 감미로운 곡을 부른 폴 매카트니가 불렀다는 게 안 믿어지는 샤우팅으로 일관된 보컬과 강렬한 연주는 프로토 헤비메탈로 분류될 정도. 전 트랙인 존 레논의 Yer Blues와 대비된다.


14번 트랙 Sexy Sadie는 존 레논의 곡으로 시궁창스러운 가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다. 가사나 곡에 얽힌 이야기를 모르고 듣는다면 굉장히 따스한 감정마저 불러일으키는 존 레논의 명 발라드 중 하나이다.


15번 트랙 Good Night는 존 레논이 작곡하고 링고 스타가 노래한 곡으로 원래 더블앨범에도 마지막 곡으로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이 곡도 폴 매카트니의 앨범 오프너 Back In The U.S.S.R.처럼 화이트 앨범의 마무리로 이 곡 외에는 상상이 잘 안 된다. 편안히 귀를 감싸주는 아련한 오케스트레이션과 링고 스타의 부드러운 보컬이 잘 어울리는 완벽한 앨범의 클로징 트랙이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화이트 앨범은 어떤 모습인가?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화이트 앨범을 작업 중인 비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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