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부터 불어온 레트로 열풍은 CD 조차도 구시대의 매체가 되어버린 2020년대에 LP와 턴테이블을 부활시켰다. 우리나라에는 80년대 이후에 전부 폐업수순을 밟은 LP 제작 공장이 다시금 들어서기도 하고, 홍대나 이태원 같은 젊은이들의 거리에 크고 작은 LP전문샵들이 들어서기도 했다. 현대카드에서는 이태원에 Vinyl & Plastic이라는 대형 LP쇼핑몰을 오픈하면서 LP음악을 향유하는 젊은 MZ세대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다.
요즘 음악감상법의 대세라는 LP는 어떻게 듣는 것일까? 이 글은 유행이라고만 들었지 실제로 듣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초심자들을 위해 준비한 글이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LP라는 건 "Long Play"의 약자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LP라는 이름은 규격을 뜻하지 이 매체를 지칭하는 이름은 아니다. 가장 작은 7인치 사이즈를 SP (Standard Play), 10인치 사이즈를 EP (Extended Play)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SP나 EP까지 다 뭉뚱그려서 LP라고 하지만 해외에선 보통 "Vinyl Record"나 "Vinyl"로 통용된다. 일본도 7,80년대 까지는 LP라는 용어를 바이닐 레코드를 부르는 용도로 사용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주로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3분 정도 곡길이라고 했을 때 7인치 바이닐에는 앞뒤로 한곡 정도 들어가고 10인치에는 두세 곡, 12인치에는 네다섯 곡 정도 들어간다. 가장 흔하고 메인인 규격은 단연 12인치 바이닐. 초심자 여러분들이 처음 바이닐 레코드를 듣거나 본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이 12인치 바이닐 일 것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지만, 바이닐은 판만으로는 음악을 들을 수없다. 판에 새겨져 있는 소리골을 따라 읽어줄 기기가 필요하다. 바로 턴테이블이다. 바이닐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소리골에 바늘을 올려놓아야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기본 준비가 끝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리를 증폭해 줄 포노앰프가 필요하고, 증폭된 소리를 듣기 위해 스피커가 필요하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요즘에는 포노앰프가 내장되어서 나오는 제품들이 많다. 대부분 내장되어서 나온다고 보면 되고, 추가적으로 음질의 향상이나 음색을 바꾸고 싶다면 추가적인 포노단자를 이어서 외부포노앰프도 사용할 수 있게 나온다. 그럼 다음 문제는 스피커다. 포노앰프내장형 턴테이블이 많이 나오는 요즘, 스피커도 내장형으로 나오는 턴테이블 역시 많은데 포노앰프와 달리 내장형 스피커형 턴테이블은 절대로 비추천한다. 내장된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바이닐과 바늘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 그렇다면 추가적으로 액티브 스피커를 구매하여 연결해 주어야 한다. 여러 액티브 스피커가 있지만, 어떤 스피커를 사용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오디오테크니카나 데논 같은 턴테이블의 명가에서 나오는 다양한 가격대별 스피커에서 선택하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이고 소니 같은 음향기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곳의 제품도 좋다.
바이닐을 감상할 준비가 끝났다. 그럼 바로 들어볼.... 아니 그전에 바이닐판을 닦고서 듣는 것이 좋다. 잘 닦고 듣는 바이닐은 최상의 소리를 들려줄뿐더러, 소모품인 바늘의 수명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극세사천이나 바이닐 전용으로 나오는 클리닝 세트로 닦아 주고 듣는 방법도 있으나, 먼지가 심하거나 미세먼지가 소리골에 박혀있어 판이 튀거나 잡음이 심하다면 물청소도 추천할 만하다.
글만 쭉 따라서 읽어만 봐도 눈치채겠지만, 음악을 듣기 위해 바이닐을 찾아서 정성스럽게 닦아 턴테이블에 올려서 조심스럽게 카트리지의 바늘을 올리는 행위는 매우 귀찮다. 심지어는 20분 정도 음악을 들으면 또 조심스레 카트리지의 바늘을 들어 올리고 반대로 뒤집어야만 한다. 오래전, 음악을 감상할 방법이 바이닐뿐이었던 시절에는 필수적이었지만 대스트리밍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수고를 들이지 않는다. 아니, 들일 필요가 없다. 터치 몇 번으로 음악과 음악을 넘나들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닐 애호가들은 많이 존재하고 몇 년간은 젊은 바이닐 애호가들도 늘고 있다. 왜일까?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음악을 듣기 위한 일련의 행위들 자체가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마치 차량 애호가가 자신의 차를 정성껏 세차하고 정비하듯, 와인 애호가가 정성을 들여 와인의 맛을 음미하듯 듣고 싶은 바이닐과 음악에 정성을 쏟는 이 행위 자체가 다. 좋아하는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이닐과 턴테이블에 정성을 다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