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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Jul 15. 2023

프로그레시브 록 미술관

프로그레시브 록 (Progressive Rock)의 세계는 매우 탐미적이다. 음악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아름답고 인상적인 커버아트를 가진 작품들도 참 많다. 개인적으로 LP를 수집하는데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음악이고 그 다음이 커버아트일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프로그레시브 록음악들은 커버아트까지 포함해서 Total Art를 선보이는 작품들도 많기에 커버아트의 중요성은 다른 음악들에 비해 더 높다고 할 수있다. 여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 커버아트 10개를 소개한다. 음악만큼 환상적이고 탐미적인 커버아트를 보고 흥미가 느껴진다면 음악도 함께 감상하는 것이 최고의 감상법일 것 이다.


1. Pink Floyd - The Dark Side of The Moon (1973)


음악도 물론 두말할 것 없이 완벽한 프로그레시브 록의 마스터피스이지만 커버아트만 놓고 보아도 굉장히 예술적인 완성도를 보여주는 핑크 플로이드의 1973년 걸작 The Dark Side of The Moon이다. 각각 전면, 후면, 내부 아트워크인데, 앞뒷면의 수미쌍관적인 디자인도 멋지고 무지개가 내부 커버아트로 이어져서 계속되는 순환을 표현했다. 커버아트 디자인은 대중음악계의 가장 유명한 디자인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Hipgnosis가 디자인했다. 특히 밴드 멤버들의 오랜 고향친구인 Storm Thorgerson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힙노시스와 스톰 소거슨은 밴드의 두번째 앨범인 A Saucerful of Secrets(1968) 부터 거의 대부분의 커버아트를 담당하면서 수많은 걸작 커버아트들을 만들어 냈다.


2. King Crimson - Larks' Tongues In Aspic (1973)


킹 크림슨의 걸작앨범들 중 하나 (개인적으로 킹 크림슨의 70년대 앨범들 중 걸작이 아닌 앨범은 없다고 생각한다.) Larks' Tongues In Aspic (1973) 이다. 음악적으로 이 앨범은 원래부터 재즈적 요소를 다분히 가지고 있던 킹 크림슨이 더욱 재즈와 록의 융합으로 발전시킨 앨범이다. 또한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와 매우 어그레시브하면서 역동적인 분위기가 앨범내에 혼재되어있다. 음악을 반영한 앨범의 커버아트 또한 해를 품은 달을 표현하고 있어서 동양철학의 음과양의 조화를 상징하고 있다. 정동이 혼재하고 재즈와 록이 조화를 이루는 앨범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리는 신비롭고도 의미심장한 커버아트이다. 커버아트 디자인은 디자인 그룹 Tantra Designs가 담당했다.


3. Genesis - Nursery Cryme (1971)

전면커버아트와 바이닐을 펼쳤을때 펼침커버.

제네시스의 전성기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초기걸작 Nursery Cryme (1971) 이다. 음악적으로 풍부한 멜로트론과 오케스트레이션을 사용하여 매우 장엄하고 웅장한 사운드스케이프를 들려주는 앨범이다. 커버아트는 영국의 유명한 화가이자 그래픽 아티스트 Paul Whitehead가 디자인하였는데, 앨범의 첫곡 "The Musical Box"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The Musical Box는 영국의  중세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잔혹하고 섬뜩한 내용의 가사를 가지고 있다. 원래 밴드의 프로그레시브 시대의 리더 Peter Gabriel이 연극의 대본을 상정하고 만든 스토리가 가사와 앨범커버아트로 재탄생한 것이다. 왼쪽의 고풍스러운 집은 실제 피터 가브리엘이 유년시절을 보낸 실제 빅토리아 시대의 집이라고 한다. 중세시대 특유의 환상적인 판타지감이 살아있는 멋진 커버아트로 원래 그려진 작품은 색감이 너무 현대적이어서 중세시대의 분위기가 안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피터 가브리엘이 즉흥적으로 그림에 벌꿀을 발랐고, 우연히도 이런 빈티지한 색감을 띄게 되었다고 한다. 여담으로 발매 당시에는 크리켓을 하는 젊은 아가씨가 치려고 하는 공이 잘 보면 잘린 아이의 목이라는 섬뜩한 그림이라 많은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4. Klaatu - Hope (1977)


클라투의 두번째 작품이자 클라투의 최고걸작으로 꼽히는 Hope (1977) 이다. SF적인 상상력이 가득 담긴 커버아트로 마치 SF소설의 삽화나 애니메이션의 스틸컷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완성도의 작품이다. 앨범의 내용역시 매우 SF적인데, Klaatu성인들이 멸망한 모행성을 떠나서 우주를 떠돌다가 발견한 Politzania라는 행성에 정착하게 되고, 또 수많은 세월이 지나 이 Politzania마저 멸망의 시기를 맞게된다. 하지만 광대한 우주의 어딘가에서 여행자들과 표류자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우주의 등대지기가 Klaatu성인에게 그럼에도 희망 (Hope)를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앨범의 커버아트는 멸망의 순간을 맞이한 Politzania의 황량한 모습을 담고 있다. 커버아트는 그래픽 디자이너인 Ted Jones가 밴드의 전작에 이어 작업을 했다.


5. Jethro Tull - Thick As a Brick (1972)

제쓰로 툴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Thick As a Brick (1972) 이다. 이 앨범은 제쓰로 툴과 당대 프로그레시브 록씬의 대작주의를 상징하는 앨범 중 하나로 앨범은 LP 앞뒷면을 통틀어 1곡만 수록되어있다. Thick As a Brick이라는 대곡을 파트 1과 2로 나누어 수록한 것인데, 파트 1이 22분, 파트 2가 21분으로 약 43분의 대곡 한 곡을 LP 수록시간의 한계상 나누어 놓은 것 이다. 커버아트는 인상적이게도 신문으로 꾸며져 있는데 오리지널 LP는 커버 아래가 열리면서 안쪽 내부슬리브에 12 페이지짜리 신문으로 디자인 되어있다. 전면의 기사 이외에는 크게 중요한 내용은 없다. 전면의 기사는 앨범의 주제와 일맥상통 하는데, 약관 8살의 천재 문인 Gerald Bostock이 쓴 서사시가 큰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8살 소년이 썼다고 하기에는 너무 신랄하고 염세적인 내용이었고 이에 심사위원들은 제랄드 보스톡을 영문학의 걸작 "실낙원"을 발표한 존 밀턴의 이름을 따서 "Little Milton" 이라고 불렀다는 내용의 기사이다. 이 앨범은 이 천재소년의 서사시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컨셉"의 컨셉앨범이다. 사실 밑줄로 컨셉을 강조한 이유가 있는데 저 기사와 스토리, 제랄드 보스톡이라는 소년, 그가 쓴 서사시라는 것 까지 전부 제쓰로 툴의 리더 이언 앤더슨의 머리에서 나온 컨셉이다. 실로 기발한 컨셉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멋진 작품이 아닐 수 없다.


6. Yes - Close To The Edge (1972)


전면커버아트와 펼쳤을때의 내부커버아트

예스 최고의 명반이자 프로그레시브 록 역사상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인 Close To The Edge (1972) 이다. 프로그레시브 록 사상 최고의 대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 동명의 곡 Close To The Edge가 A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다. 19분에 달하는 대곡 안에 당대의 비르투오소 (이탈리아어로 뛰어난 예술가나 뛰어난 연주자라는 뜻) 밴드였던 그들의 연주력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곡이다. 밴드의 보컬이자 리더 존 앤더슨이 작곡을 했는데 평소 흠모해 마지않던 18세기의 핀란드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교향곡과 헤르만 헤세의 걸작 "싯다르타"에 영감을 받아서 작곡했다고 한다. 커버아트는 예스앨범의 대부분을 작업한 영국의 디자이너이자 화가 로저 딘이 작업했다. 커버아트가 중요한 프로그레시브 록의 세계에서도 특히 예스의 앨범은 로저 딘의 커버아트와 함께 그 세계관이 완성된다. 로저 딘의 판타지감이 충만한 필치의 작품들은 훗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미술관에 큰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7. Emerson, Lake & Palmer - Brain Salad Surgery (1973)


특이하게도 가운데 부분을 다이컷 형식으로 처리하고 중앙을 기점으로 열리는 방식으로 제작 되었다.

프로그레시브 록계의 슈퍼밴드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의 명반 Brain Salad Surgery (1973) 이다. 이 앨범 역시 프로그레시브 록의 전성기에 나온 앨범인 만큼 30분에 달하는 대곡인 Karn Evil 9이 큰주목을 받았는데 이 곡은 너무 길어서 B면 한면에 다 담을 수가 없어서 A면의 끝부분에 첫번째 부분인 1st Impression Part 1 이 담겨있고 나머지 부분인 1악장 파트 2 부터 3악장까지 B면에 담겨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LP의 시대에 나온 작품이지만 이 앨범을 온전히 감상하기에는 CD가 더 좋은 매체라는 의견도 있지만, CD로는 커버아트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기 힘들다. 기계적이고 기괴한 묘한매력의 커버아트는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화가인 H.R. 기거의 작품으로 그는 훗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걸작 호러SF영화 "에일리언"의 디자인을 맡게되면서 세계적인 작가가 된다. 에일리언의 기괴한 디자인의 원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다이컷방식으로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있고 중앙을 기점으로 열리는 특이한 방식의 커버아트가 주는 특별한 감흥은 분명 LP만의 강점이다.


8. Reale Accademia Di Musica - Reale Accademia Di Musica (1972)


"왕립음악아카데미" 라는 고풍스러운 밴드명을 가진 이탈리아의 아트록 밴드 Reale Accademia Di Musica의 데뷔작인 셀프타이틀 앨범이다. 비영미권 밴드들도 프로그레시브 록계에서는 강세인데, 특히 이탈리아의 밴드들이 프로그레시브 팬들에게 큰사랑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Reale Accademia Di Musica는 조금 마이너한 편인데 이 데뷔작만큼은 인지도가 꽤 있다. 이유인 즉슨 앨범의 수록곡 중 서정적인 곡인 "Padre" 라는 곡이 7,80년대 당시 우리나라 음악다방 등지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앨범은 Padre 이외에도 양질의 이탈리아 아트록을 들려주고 있으며 이탈리아 특유의 클래시컬한 스타일과 포크적이고 신비로운 무드의 곡들이 담겨있다. 앨범커버아트는 신비로우면서도 조금은 공포스럽게 보이는 꼭두각시 피에로의 공허한 표정이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9. Camel - Moonmadness (1976)


가슴시린 서정성을 느낄 수 있는 커버아트와 앨범 카멜의 Moonmadness (1976) 이다. 밴드의 리더이자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 앤드류 라티머의 애달픈 플룻연주와 기타연주와 개인적으로 프로그레시브 록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키보디스트라고 생각하는 초일류 키보디스트 피터 바든스의 콤비네이션이 완벽하게 합을 이룬 걸작이다. 카멜은 특유의 서정성을 무기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의 인기가 자국의 인기를 뛰어넘은 밴드 였다. 우리나라에도 은근히 이들의 팬이 많은 편이다. 앤드류 라티머의 서정성의 끝을 보여주는 플룻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Song Within a Song과 라티머의 기타와 바든스의 키보드가 불을 뿜는 명연주곡 Lunar Sea가 추천 곡이다. 앨범커버는 눈덮인 산속에 얼음같이 차가운 느낌을 주는 달이 떠있고 이 달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머리가 긴 누군가를 그리고 있다. 안에 담고 있는 음악과 굉장히 잘 매칭이 되는 명커버아트 라고 생각한다. 


10. Flower Travellin' Band - Satori (1971)


일본의 사이키 -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플라워 트래블링 밴드의 두번째 작품이자, 70년대 아시아 록의 금자탑 중 하나인 Satori (1971) 이다. 초기 블랙 사바스와 딥 퍼플에 강한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강력한 하드록과 사이키델릭, 프로그레시브 록 적인 시도가 혼재되어있는 복합적인 작품이다. 앨범은 총 5곡으로 Satori가  Part 1부터 Part 5까지 나뉘어져 있다. 제목인 "Satori"는 일본어로 득도를 의미한다. 커버아트는 앨범의 컨셉에 맞게 정좌하고 있는 부처의 실루엣에 사이키델릭한 콜라주로 꾸며져 있다. 불모지였던 70년대 아시아의 록 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에서 의미있는 성공을 이뤄낸 역작으로 동시대의 영미권 밴드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퀄리티의 연주와 곡들로 이루어진 사이키 - 프로그레시브의 명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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