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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Jun 13. 2023

2022년 내게 찾아온 시련이자 축복

이 글은 내가 작년 봄에 기흉이라는 병을 앓고 수기처럼 쓴 글이다. 1주년을 맞아 약간의 리마스터링을 거쳐서 다시 적어본다.


어느 봄 아침의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면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패닉에 빠져있는데 다행히 역무원분의 도움으로 응급실로 갈 수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고 조금 숨을 가다듬으니 조금은 나아져서 의사분께 증상을 설명을 했다. 그러자 바로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고 병명이 나왔다. 기흉..... 폐에 기포가 생기고 그 기포가 터지면서 폐가 쪼그라들고 빈 공간에 공기가 들어차는 병이란다. 의사분의 말."담배 태우세요?, "...... 네" 얼마나 태우셨냐는 질문에 그때서야 내 흡연력을 처음 생각 해보게 되었다.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피우다 보니 언제 처음 피웠더라? 하고 한참을 생각하게 되더라. 햇수로 18년. 새삼 생각을 해보니 탈 날 때도 됐구나 싶었다.

부끄러운 골초인증... 금연을 하며 설치한 어플에서.


많은 복잡한 생각들이 들더라. 처음에는 많은 흡연자들이 그렇듯 친구들과 같이 호기심에 시작했었다. 부끄럽게도 고등학교 2학년 때 나의 흡연력이 시작되었다. 왜 이렇게 구구절절 미성년 때부터 흡연을 했다는 창피한 얘기를 하느냐면 이제 담배를 끊으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긴 글은 나의 흡연에 대한 반성의 글이자, 금연에 대한 결의의 글이다.


10대 후반의 흡연은 삼십 대 중반이 된 현재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이 악연이 이런 결과로 돌아올 줄 알았다면 저 많은 돈과 건강을 낭비하진 않았을 텐데... 결국 담배 때문에 기흉이라는 병을 얻어 지금까지 연이 없었던 병원에 3일간이나 입원하게 되었다. 가슴옆을 칼로 조금 째고 관을 폐에 집어넣어서 공기를 빼야 폐가 다시 펴진다고.... 처음에 설명을 들었을 때는 너무 무섭더라 "어떻게 저 긴 관을 폐에 찔러 넣냐"하면서.... 사실 시술자체는 생각보다 참을만했다. 부분마취 후에 째는 거라 큰 고통은 없었지만 마취가 점점 풀리고 관이 신경들을 건드리면서 말도 못 하는 고통이 엄습했다. 첫날에는 진짜 팔도 못 들고 움직이지도 못해서 그날 하루는 쫄딱 굶었다. 그래도 다음날이 되니 조금은 적응이 돼서 아프지만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해졌다. 하루에 두 번 엑스레이를 찍어서 폐가 얼마나 펴졌나 보는 것 외에는 할 것도 없고 정말 무료하더라. 그렇게 3일간 입원을 하고 폐가 펴졌다며 퇴원하라고 해서 주말 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퇴원 전 의사 선생님이 "담배 무조건 끊으셔야 합니다. 담배 안 끊으시면 조만간 다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흉이라는 병이 재발이 빈번한 병이라 흡연하시면 7,80%는 재발한다고 보셔야 해요"라고 하신 말씀이 계속 마음에 걸리고 가벼운 PTSD증상까지 생겼다. 가슴이 조금만 아프거나 숨이 조금만 쉬기 힘들어져도 쓰러졌던 역, 낯선 응급실 풍경, 흉관삽입의 고통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에이씨. 이럴 바엔 끊고 만다!" 하면서 금연을 결심했다. 당연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담배가 피우고 싶다. "18년 폈으니까 딱 20년 채우고 끊을까...", "하루에 딱 한대만....." 이런 번뇌가 끊이지 않고 머릿속을 떠돈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 결심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로 삼고 딱 끊어보려고 한다. 금연적금도 들고 금연클리닉도 다녀보려고 한다. 진짜 이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글은 반성의 글이자 결의의 글이다. 이제 진짜 안녕을 고할 때다. 안녕. 힘들 때 옆에 있어주었고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해질 때 항상 함께해 줬지만 고약한 쓰레기 같은 친구. 이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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