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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Nov 08. 2023

그들이 전하는 마지막 인사 (1)

비틀즈의 마지막 곡이 지난 11월 2일 발표되었다. 타이틀은 Now And Then. 비틀즈의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가장 유명한 존 레논의 미발표 데모곡으로 알려진 지 오래지만 드디어 오랜 시간을 넘어 정식으로 발표가 되었다. 

신곡은 12인치 LP, 7인치 LP와 CD, 카세트테이프 등 모든 음반포맷으로 발매된다.

나 역시 오랜 비틀즈의 팬, 비틀매니아로 살아왔고, 당연히 이 곡의 존재 역시 알고 있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존 레논의 데모곡 버전을 전 세계의 비틀즈 팬들이 나름의 어레인지를 가한 음원들을 즐겨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비틀즈가 만든 음원을 들어보고 싶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비틀매니아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비틀즈팬들의 염원에 화답이라도 하듯, 비틀즈는 거짓말처럼 대중들 앞으로 돌아왔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많은 비틀즈팬들의 마음을 울린 4명이 한자리에 자리한 장면.

이 곡, Now And Then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979년 존 레논 사망 1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7년 경부터 작업 중이던 Free As a Bird와 Real Love, 그리고 이 곡 Now And Then은 1979년 존 레논의 뉴욕 다코타 아파트의 자택에서 존 레논 개인소유의 테이프레코더에 의해 녹음되었다. 시간은 흘러 1995년, 1980년에 사망한 존 레논을 제외한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세명의 비틀이 비틀즈의 역사를 총망라하는 프로젝트 "Anthology" 작업을 위해 모이게 된다.

Anthology 작업 중인 비틀즈. 좌측부터 링고 스타,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Anthology" 란 비틀즈가 초기부터 해산하기까지 레코딩 작업물들을 소개하는 음반과 비틀즈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세명의 비틀의 작업장면들이 합해진 8부작에 달하는 장편 다큐멘터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비틀즈의 신곡이 각 앨범에 수록된 다는 소식이었다. 앤솔로지 음반은 3부작으로 나누어져 각각 초기, 중기, 후기 곡들의 데모트랙들과 다른 버전들이 수록되었는데, 앤솔로지 1에는 신곡 "Free As a Bird"가, 앤솔로지 2에는 역시 신곡인 "Real Love"가 수록되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앤솔로지 3에는 신곡이 수록되지 않았는데, 그 연유는 그 자리에 들어갈 신곡인 Now And Then의 녹음상태가 고르지 못하고 테이프레코더가 피아노와 너무 가깝게 위치해 있던 탓에 존 레논의 목소리가 그의 피아노 연주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90년대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하나의 트랙에 녹음된 목소리와 악기소리를 분리해 내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고, 95년 당시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는 Now And Then의 작업을 포기하고 신곡은 두 곡만 발표하게 된다. 다음 해인 1996년, 다시금 모여서 Now And Then을 완성시키기 위한 또 한 번의 세션을 가졌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시금 좌절의 쓴맛을 맛보게 된다.


왼쪽부터 Anthology 1, 2, 3 앨범의 커버아트. 콜라주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은 흘러 2001년, 비틀즈의 막내이자 비틀즈의 철학자 조지 해리슨이 폐암투병 끝에 사망하게 되면서 Now And Then의 완성과 발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는 듯했다. 그들이 좌절을 맛본 후 무려 25년의 세월이 흐른 2021년,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온다. 때는 반지의 제왕 등으로 유명한 감독 피터 잭슨이 자신의 사단을 이끌고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Let It Be의 레코딩세션을 담은 다큐멘터리 "Get Back"의 작업을 위해 개발한 인공지능 AI 통칭 "Mal (Mal은 비틀즈의 로드매니저 Mal Evans를 지칭한다.)" 을 활용해 레코딩세션에서 노래와 연주 소리 외의 잡음들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에 성공한다. 수십 개에 달하는 멀티트랙 레코딩이 기본인 현대의 레코딩과 다르게 비틀즈가 활동하던 1960년대에는 4 트랙 레코딩도 최신식 녹음방식으로 평가받았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하나의 트랙에 노래와 연주를 전부 담는 모노트랙 레코딩을 하고 있던 시대였다. 이듬해 발표 된 비틀즈의 사이키델릭 시대의 명반 Revolver의 50주년 리마스터링 작업 역시 이 "Mal" 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비틀즈 처럼 한 곡 안에서도 매우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한 실험적인 음악을 세세한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려면 기 타면 기타, 노래면 노래, 이런 식으로 노래의 모든 요소들을 하나하나 떼어내어 작업을 해야 하는데, 리볼버 앨범은 4 트랙 레코딩으로 한 트랙 안에 기타와 베이스 프렌치 호른이 함께 들어가 있다거나, 또 다른 트랙에는 노래와 드럼연주가 들어가는 식으로 트랙 당 하나 이상의 악기들이 채워져 있어서 각각 분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Mal"의 활약으로 모든 연주들을 일일이 분리할 수가 있었고 리볼버앨범은 무사히 최신 리마스터링 기술을 적용하여 뛰어난 음질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다.


리볼버 리마스터링 작업 당시 총괄 프로듀서였던 자일스 마틴과 폴 매카트니의 머릿속을 어떤 생각이 순간 스쳐지나갔다. "이 최신기술을 Now And Then에 적용할 수 있을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피아노에 묻혀있던 존 레논의 맑은 목소리가 성공적으로 분리 되었다. 존 레논이 만든 곡과 그의 노래,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의 연주와 백보컬, 조지 해리슨이 1995년과 1996년 Now And Then을 작업했을 때 남겨놓았던 연주를 덫입혔다. 완전한 비틀즈의 새 노래이자 스완송이 26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완성이 된 순간이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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