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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Nov 10. 2023

그들이 전하는 마지막 인사 (3)

레코딩시대를 대표하는 비틀즈, 그들이 제시한 AI 시대의 청사진

존 레논은 자신의 곡 "God"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And That's Reality, The Dream Is Over." 비틀즈의 마지막 신곡 발표라는 행복한 꿈에서 깨어날 때가 왔다.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자, 이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1995년 비틀즈는 앤솔로지를 발표하며 신곡 Free As a Bird와 Real Love를 함께 발표했다. 저 당시에도 비틀즈의 마지막, 비틀즈의 마지막 인사라는 기류가 있었고, 정말 그게 끝이라고 생각하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존멤버인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아무리 비틀즈를 끝내려고 한다 한들, 앞으로도 비틀즈 관련 상품과 음원들의 발표는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비틀즈는 아직도 "돈"이 된다.


나는 이번 Now And Then의 발표는 끝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한 시작이라고 본다. 다시 한번 말하게 되지만 Get Back의 다큐멘터리 작업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 AI Mal이 사용되었다. 이 AI는 피터 잭슨 감독 사단이 Back 영화 작업을 위해 개발된 AI이고 당시 영화 Get Back을 위해 촬영된 필름이 작업하기에는 너무 오래되어 소리가 열화 되어 알아듣기 힘든 부분을 주변소음과 필름 열화에 의한 잡음마저도 제거하여 원음을 추출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이를 최신 리마스터 기술로 깨끗한 소리로 바꿀 수 있게 해 주었다. AI에게 원음만을 학습시킨 후 학습한 원음만을 골라내게 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 AI를 사용하여 Now And Then의 데모테이프에서 존 레논의 목소리만을 깨끗하게 추출할 수 있었고, 2022년에 발표된 Revolver의 50th Anniversary Edition도 이 AI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 글의 시작에 이는 오히려 거대한 시작이라고 적었다. 나는 이 AI 리마스터링 기술이 많은 것을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는 거대한 시작이다.

2017년 비틀즈의 첫 50주년 기념 리마스터링 프로젝트의 첫 주인공은 비틀즈의 걸작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이하 페퍼상사)였다. 물론 대중음악역사상 마땅히 기려야 할 중요한 걸작이고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당시에 팬들 사이에서 이런 담론도 오고 갔다. "초기앨범들은 다 건너뛰고 페퍼상사라고? 그래도 순서가 있지." , "다른 건 몰라도 확실한 걸작인 Rubber Soul, Revolver도 건너뛴다고?"

비틀즈의 첫 50주년 기념 리마스터링 작업에 페퍼상사가 첫 주인공이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순차적으로 50주년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게 된다면 1집 앨범인 Please Please Me가 처음이 될 텐데, Please Please Me는 1963년에 발표가 되었으니 2013년에 리마스터링을 발표해야 했지만 전체 리마스터링 이후 불과 4년 만에 다시 리마스터링을 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었다는 점, 두 번째로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했다. 페퍼상사는 당시에는 최첨단 기술인 16 트랙 리코딩이 이루어진 거의 첫 번째 앨범이었다. 이는 비틀즈처럼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하나의 곡에 여러 가지 악기들을 사용하는 복잡한 스타일의 음악에 최적화되어있는 리코딩 기술이었다. Revolver 까지는 세계적으로도 4 트랙 레코딩만 하더라도 최신기술이었고 Revolver 역시 4 트랙 리코딩으로 녹음된 앨범이다. 비틀즈는 Revolver에서 굉장히 실험적인 스타일을 선보였고 비좁은 4 트랙의 리코딩에서 여러 가지 악기들을 사용했다. 하나의 트랙에 기타, 드럼, 베이스를 겹쳐서 녹음을 하고, 또 다른 트랙에는 보컬과 프렌치 호른, 또 다른 트랙에는 리코더와 마라카스, 이런 식으로 하나의 트랙에 복수의 소리들을 녹음해 놓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리마스터링은 볼륨조절 이외에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악기들을 하나하나 일일이 떼어놓고 하나하나 손을 보고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 리마스터링의 기본인데 당시에는 4 트랙도 최신기술이고 멀티트랙, 심지어는 모노트랙 리코딩도 흔한 시절이었다. 그에 반해 페퍼상사는 16 트랙 리코딩을 하였고, 많은 악기들이 사용된 만큼 트랙들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나뉘어 있었다. 리마스터링에 용이하게도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비틀즈의 첫 50주년 기념 리마스터링은 페퍼상사가 되었다. 하지만 2022년 드디어 리마스터링 불가의 영역이었던 Revolver 역시 성공적으로 리마스터링 되었다. AI Mal을 사용함으로 인해 드디어 하나의 트랙에 몰려있던 악기와 보컬들을 하나하나 개별 추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AI가 세상을 바꿔왔듯이 음악계에서도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틀즈가 활동하던 1960년대는 4 트랙 리코딩도 최신기술이었고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틀즈같은 대스타 정도는 되어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당대의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개러지 록, 사이키델릭 록 씬의 수많은 명반들이 멀티트랙으로 제작되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서 레코딩시대의 초기를 대표하는 수많은 재즈 걸작들이나, 포크 블루스, 엘비스 프레슬리와 척 베리의 로큰롤 시대로 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모노트랙 레코딩이 대부분이다. 나는 이 AI 리마스터링 기술이 보급되어 보편화가 된다면 레코딩시대의 여명기인 1910년대부터 90년대 초기까지, 릴테이프형식 마스터테이프가 존재하는 레코딩시대의 모든 걸작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대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레코딩시대의 초기걸작들이 무수히도 많이 AI 리마스터링 되어 발매될 것이라고 본다. 이론상으로는 1930년대에 로버트 존슨이 남겨놓은 열악한 음질의 초기 델타 블루스 클래식들이나 1950년대 카라얀이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레코딩도 오케스트라 멤버 하나하나의 연주를 일일이 리마스터링이 가능해진다. 이는 음악사적으로도, 음악산업적으로도 AI의 등장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만한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레코딩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 중 하나인 비틀즈는 마지막 곡으로 또 한 번 거대한 화두를 던졌다. 음악팬으로서 앞으로의 음악씬이 비틀즈가 제시한 청사진대로 발전해 나갈 것인지 큰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다. 대중음악의 전성시대를 열었고, 자신들의 역사를 끝마치며 또 다른 시대의 문을 열어젖힌 비틀즈. 과연 그들은 새 시대의 음악에서도 파이오니어, 선각자로 불릴 수 있을 것인지 비틀즈의 팬으로서, 음악팬으로서 기대를 가지고 새 시대의 음악씬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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