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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May 10. 2024

50년의 시간을 건너 돌아온 Let It Be

2021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Let It Be 세션의 모습을 담은 피터 잭슨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The Beatles:Get Back(2021)은 Let It Be 앨범의 50주년 디럭스버전의 발매와 함께 전 세계의 수많은 비틀즈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그리고 2024년 그 원전이 되는 마이클 린지 호그 감독의 1970년작 Let It Be(1970)가 2024년 5월 8일 50년의 세월을 넘어 드디어 새롭게 리마스터링 공개가 되었다.


이 작품은 개인적인 추억이 있다. 약 20년 전 고등학생인 나는 엑스재팬을 필두로 헤비메탈과 하드록에 푹 빠져 지내던 메탈헤드였다. 비틀즈는 그 존재는 알았지만 그냥 발라드가 대부분인 옛날밴드 정도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전이었고 일본의 앨범이나 영상물을 구하기 위해서는 용산전자상가나 당시에도 상당히 낙후된 상가였던 세운상가의 불법복제 CD들을 구하러 다녀야 했었다. 당시 나는 심심하면 용산이나 종로에 놀러 가 CD들을 탐방하고 다녔었는데 어느 날인가 자주 가던 가게의 진열장에 포스트잇으로 갈겨쓴 글씨로 붙여진 불법복제 VCD(비디오가 저장되어 있는 CD. DVD가 상용화되기 전에는 많이 유통되었다.)를 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비틀즈 전설의 그 작품! 렛 잇 비 드디어 입고! “ 하지만 당시 헤비메탈에 빠져있던 나는 큰 관심 없이 지나갔고 그 이후 20년이 지나 30대 후반이 된 지금에서야 렛 잇 비의 오리지널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비틀즈가 짧은 활동기간 동안 촬영한 영화들 중 가장 마지막에 개봉된 영화이자 비틀즈의 마지막 황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멤버들은 날이 서있다. 영화 중간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인 조지 해리슨과 폴 매카트니의 언쟁은 비틀즈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수십 년간 여겨져 왔다. 밴드의 리더인 존 레논은 아내인 오노 요코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집중하였고 또 당시 암암리에 존 레논은 아내 요코와 함께 헤로인에 중독되어 있던 시기로 알려져 있기도 해서 더욱더 세션에 집중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비틀즈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링고의 노력 역시 그의 모습에서 체념의 그림자가 비추기도 한다. 이러한 어두운 분위기와 당시의 상황들이 알려지며 이 영화는 지난 수십 년간 비틀즈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비틀즈 팬들에게 안좋은 의미의 영화로 여겨져 그동안 그들이 만든 여러 영화들, A Hard Day's Night, Help!, Yellow Submarine, Magical Mystery Tour 등이 몇번씩 리마스터링 되어 재발매될 동안 Let It Be는 마치 불길한 아이 데미안 같은 취급을 받아오며 단 한 번도 재발매되지 않았었다.


폴 매카트니와 조지 해리슨의 언쟁장면. 존 레논과 링고스타는 방관한다.

하지만 2021년 코로나 팬데믹과 피터 잭슨 감독 사단이 Let It Be 세션의 방대한 영상물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만든 AI 사운드 추출 기술 ‘Mal (많이 알려졌다시피 비틀즈의 로드매니저인 Mal Evans의 이름을 따왔다)’ 의 개발 등을 이유로 1년 미루어진 Let It Be 50주년을 기념한 일련의 프로젝트로 인해 오리지널이 되는 본 영화에도 관심이 쏠렸다. 수십 년간 공식적인 공개가 되지 못하고 있는 이 영화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는 전 세계의 비틀즈팬들의 큰 관심사였다. 아니나 다를까 애플 코퍼레이션에서 곧 Let It Be의 오리지널 영화의 리마스터링과 공개를 발표하였다. 하지만 공개일정을 발표하지 않았기에 언제 나올지는 몰랐지만 햇수로 3년이나 걸릴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드디어 공개된 오피셜포스터

이렇게 문명의 이기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Let It Be는 50여 년의 세월을 넘어 돌아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영화를 본 이후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매우 불친절하고 편집이 난잡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복잡하고, 그로 인해 서사를 감지하기가 힘들었다. 비틀즈가 왜 처음에는 TV쇼로 앨범제작과정을 녹화하기로 했다가 라이브 연주를 피로하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하고 다시금 애플의 옥상에서 그 유명한 ‘루프탑 콘서트’를 하기로 변경하였는지에 대한 서사를 영화 Let It Be만을 보고서는 이해하기가 힘들다.

영화에서는 조지 해리슨이 팬들 앞에서 라이브연주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을 표현했다고 폴 매카트니가 존 레논에게 알리는 장면에서 바로 비틀즈 멤버들이 루프탑으로 올라가는 씬으로 연결된다. 반면 자세한 세부사항들은 2021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The Beatles: Get Back에서는 관련 영상들과 자막들을 이용하여 비틀즈의 노선변경에 대해 충분한 설명으로 서사를 관객에게 각인시켜 준다.


자 그럼 2021년의 겟백도 이미 스트리밍 된 지 시간이 꽤나 흘렀고 Let It Be의 50주년도 꽤나 지난 현재, 이 영화를 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럼에도 대답은 예스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가치란 무엇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비틀즈와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이 영화는 우리가 사랑하는 앨범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담은 첫 오리지널 영화라는 점,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너무 긴 러닝타임의 영화 겟백의 다이제스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의 음악을 사랑한다면 오리지널 퍼스트 프레스 바이닐을 귀하게 여기듯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현대문명의 이기인 AI를 이용한 최신 리마스터링으로 매우 선명한 영상과 사운드는 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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