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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May 21. 2024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힘든 거야 “

군대를 제대하고 첫 직장에 취직했던 25살. 이후로 나는 같은 직종 내에서 몇 군데 회사를 옮기게 되지만 옮길 때마다 상사들과 어른들이 항상 물어보던 말이 있었다.


젊어서 좋아 참! 그래 꿈이 뭐야? 아니면 계획은 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말했다.


특별한 꿈은 없구요. 돈 벌기 위해 취직했으니 돈 열심히 벌고 낭비하지 않고 저금 성실히 하면서 살려구요.


그러면 대부분의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은 마땅치 않은 표정으로 항상 젊은이는 꿈을 원대하게 가져야 한다, 무모해도 좋다, 젊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열거하며 내가 너 나이였으면 을 시작으로 일장연설을 시작하는 상사 분이 꼭 한 명쯤은 있었다. 벌써 10여 년 전의 이야기라 지금은 많이 바뀌고 저 당시의 분들 중에는 지금은 정년을 맞이하신 분들도 많이 있지만 아마 지금도 이러한 가치관을 그대로 물려받은 현재의 기성세대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듣던 말이 있었다.


살아보니까 남들 하는 거 다 하면서 사는 평범한 삶을 사는 게 제일 힘들더라


어릴 때는 이 말들이 그저 형식적으로 느껴졌고 지겨운 잔소리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새 30대 후반에 들어서고 서민으로서 바쁘고 고된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나고 모르게 주변에 대한 감사와 도리를 잊고 살아갈 때가 많아진다. 오래전 의리와 전우애로 넘쳤던 친구들과도 점점 연락이 뜸해진다. 아니 잊어버리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게 된 친구들은 더 이상 매일 살을 부대끼며 정을 나누던 사람들이 아니게 되었다. 지금은 떨어져 사는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 고된 삶 가운데 친구들과 가족이라는 존재는 결코 걸림돌로서가 아니라 자주 연락하고 찾아뵙지 못하는 죄송스러운 마음의 짐으로 가슴 한편에 짊어지고 살아가게 되었다.


이렇듯 주변의 인간관계와 나의 삶을 밸런스를 맞추어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아니 직접 살아보니 어렵더라. 나는 다시 10여 년 전으로 돌아가서 젊은이의 야망과 꿈을 강조하던 어른들과의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나에게 너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열심히 돈 벌고 빚지지 않고 꾸준히 저금을 하며 삶을 살아간다는 것. 주변 인간관계를 원만히 유지하며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충분히 대단하고 멋진 일이라고 20대의 나의 등을 밀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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