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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May 22. 2024

주목받지 못했지만 주목받아야 할 앨범들 1

Pink Floyd - More (Original Film Soundtrack) 1969


이 글은 오랜만에 듣다가 삘 받아서 가끔가다 참 좋은데 이상하게 주목받지 못하는 앨범들에 대해서 생각날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연재해 볼까 하고 시작된 글이다. 이 글의 첫 주제는 맨 위에 사진과 앨범명이 떡 하고 걸려있기에 알겠지만 위대한 핑크 플로이드의 그렇지 못한 앨범 취급을 받는 3집 앨범 More (Original Soundtrack)이다. 이 앨범은 그 중요성에 비해 많은 플로이드 팬들과 음악팬들에게 50년 넘게 저평가를 받아온 작품이다. 핑크 플로이드가 영화에 제공한 두 장의 사운드트랙 앨범 중 최초의 작품인 본 작은 타이틀에서 보이 듯 More라는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프랑스의 영화사조인 누벨바그의 일원이던 감독 바벳 슈뢰더(Barbet Schroeder 1941~)의 영화인 More는 1960년대 젊은 세대들의 자유로운 사랑과 약물문화의 이면을 파헤치는 작품으로 프랑스에서 법학을 공부하던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게 된 미국인 히피여성인 여주인공을 만나게 되면서 히피즘에 빠져들게 되고 함께 스페인 이비자섬으로 히피 트레일을 떠나게 되고 낙원과 같은 섬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곧 마약과 자유로운 섹스에 탐닉하게 되며 점점 파멸에 치달아가는 내용을 담고있다. 영화는 사랑과 자유 그리고 약물의 탐닉 같은 당대의 화두의 이면을 보여주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마치 히피의 낭만과 이념이 일장춘몽에 불과하다는 듯 꿈속을 거니는 듯 몽롱하고 사이키델릭 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에 맞추어 만들어진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 역시 그들 디스코그래피 중 그 어떤 앨범들보다 몽롱함과 전원적이고 원시적인 사이키델릭 포크에 집중한 작품이 되었다.


이 작품의 또 특기할 만한 점은 바로 밴드 초창기에 절대적인 카리스마와 재능으로 밴드를 이끌어가던 시드 바렛의 이탈 이후 처음으로 온전히 4인의 밴드로서 만들어진 첫 앨범이라는 점이다. 그로 인해 평단에서는 갈팡질팡하며 정돈되지 못하고 방향성이 안 느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점이 가장 후대의 평단과 리스너들에게 이 앨범을 간과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그 부분이야 말로 이 앨범의 매력이자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절대적인 카리스마의 리더이자 친구의 이탈 이후의 젊은 핑크 플로이드 멤버들은 당연히 두려웠고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는 밴드 활동에 불안해했다. 실제로 이들은 1970년 Atom Heart Mother 앨범이 UK 차트의 정상에 오르기 이전까지 계속해서 밴드를 그만두고 공장이나 학업으로 돌아가야 할지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했다고 한다. 이 앨범 More는 그러한 아티스트의 불안한 감정과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동서고금 젊은이의 고뇌와 갈등은 언제나 매력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것이 우리가 이 앨범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자 가치의 재고를 고려해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 작품 More는 결코 그들이 이후에 발표하게 될 금자탑과도 같은 작품들에 비할 작품은 아니지만 훗날 전설을 써 내려갈 아직 재능을 발화하지 못한 뮤지션들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 높은 차원으로 오르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전설적인 70년대 핑크 플로이드의 청사진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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