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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Jun 21. 2023

Kestrel - Kestrel (1975)


음악계에는 "원히트원더 (One Hit Wonder)"라는 용어가 있다. 단 한곡의 히트곡만을 남긴 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곡이나 아티스트를 지칭하는 말인데, 긴 대중음악의 역사를 돌아보면 원히트원더는 커녕 단 한곡의 히트도 기록하지 못하고 앨범 한 장 딸랑 남겨놓고 사라진 아티스트들이 참 많다. 오늘 소개할 Kestrel의 데뷔작이자 유일작 Kestrel (1975) 역시 앨범 한 장만을 남겨놓고 단명한  아티스트와 앨범의 이름이다. Kestrel은 영국의 뉴캐슬지역에서 결성된 프로그레시브 록밴드로,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남겼지만 2000년 일본의 한 컬렉터가 만든 레이블에서 25년 만에 재발매되면서 재발견된 밴드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팬들은 멜로트론 연주를 참 좋아한다. 멜로트론으로 한 획을 그었다고 회자되는 프로그레시브 록밴드들이 킹 크림슨, 무디 블루스, 제네시스 등 프로그레시브 록 굴지의 밴드들이 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 특유의 소리가 주는 감성이 있다. 멜로트론은 일종의 신시사이저의 프로토 타입이라고 부를만한 전자악기이다. 소리들을 녹음하여 건반을 누르면 그 소리가 재생되는 형태라 기존의 악기들로는 불가능한 소리 표현이나 이론상으로는 멜로트론 한 대로 풀오케스트라 연주도 유사하게 가능했다. 킹 크림슨이나 무디 블루스 같은 밴드들은 이 멜로트론으로 장엄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들려주었다. 


단명한 밴드 Kestrel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왜 갑자기 멜로트론 얘기를 했는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이 앨범이 재발굴된 큰 이유 중 하나가 멜로트론을 유효하고 적절하게 사용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재발매한 일본의 레이블도 프로그레시브 Rare Groove (희귀한 음반이나 음악들) 전문 리이슈 레이블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이 앨범이 이번에 대한민국의 레어 그루브 리이슈 전문 레이블인 비트볼뮤직에서 재발매가 되었다. 음악팬으로서 참 기쁘기 그지없다.


필자는 솔직히 이 앨범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레어 그루브지만....) 꽤나 오랜 세월 음악을 디깅 해오고 희귀한 작품들도 많이 접해 봤다고 자부했었는데, 이런 숨겨진 작품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을 보면 참 세상은 넓고 들을 음악은 참 많은 것 같다. 예전에 프로그레시브 록 관련 해외 웹사이트에서 커버아트는 본 것 같기는 한데 음악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요번 리이슈로 들어 볼 수 있게 되어서 필자 같은 중증의 음덕들은 참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거기다 새로운 커버아트와 함께 Unreleased 앨범까지 같이 리이슈 되었다. 앨범 곡들의 Alternate 버전들이 담겨있어서 소장가치를 더더욱 높여준다. 그만큼 리이슈도 공들여서 잘 만든 티가 나고 대한민국에서 제작한 리이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멋들어진 Obi (띠지)까지 제작한 것을 보면 "역시 믿고 사는 비트볼 뮤직 퀄리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음질이 좋은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음악이다. 앨범을 두세 번 연속해서 들어본 결과, 정통 프로그레시브 록이라 불릴만한 킹 크림슨이나 제네시스, 예스,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등의 클래식한 프로그레시브 록을 들려주는 앨범은 아니지만 멜로트론이 아름답게 수 놓인 팝센스가 빛나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수작이었다. 동시대의 미국의 Kansas나 Boston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할까? 캔자스와 보스턴의 음악이 복잡하고 정교하면서도 팝적인 감각을 유지하는 것처럼 Kestrel의 유일작인 본 작도 뛰어나고 복잡한 악곡에 팝적인 감각이 번뜩이는 수작앨범이다. 듣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런 뛰어난 음악들이 당대의 대중들에게 왜 먹히지 않았는지가 미스터리로 다가온다.


결론적으로, 프로그레시브 록을 좋아하고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는 음악 애호가들은 필히 구해서 들어볼 가치가 있는 꽤나 멋진 앨범이다. 비트볼 뮤직의 리이슈 또한 비트볼 이름 석자에 어울리는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으니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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