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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퍼레논 Jun 17. 2024

The Sounds of Summer 비치 보이스 1

여름이다.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살과 해변의 싱그러움을 담은 음악, 비치 보이스의 레코드를 꺼내 들 계절이 찾아왔다. 너무나 유명한 여름의 상징과도 같은 그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틀즈나 퀸과 같은 밴드에 비하면 이상하게도 비치 보이스는 거의 안 알려져 있다시피 하다. 심지어는 음악애호가들 사이에서 조차 “그냥 60년대 초반에 서프록으로 인기를 끈 밴드” 정도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는 리스너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그들은 진정으로 아메리카 음악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아티스트들이다. 이 글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히는 비치 보이스 초심자들과 서프록 스테레오 타입만을 가지고 있는 리스너들을 위한 입문 가이드이다.


1960년대 초반경 클래식 라인업 좌상단 부터 시계방향으로 칼 윌슨, 알 자딘, 데니스 윌슨, 브라이언 윌슨, 마이크 러브

비치 보이스는 1961년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된 밴드이다. 윌슨가의 브라이언, 데니스, 칼 윌슨 삼 형제가 중심이 되어 시작된 밴드는 친척이었던 마이크 러브, 윌슨 패밀리와 소꿉친구였던 알 자딘이 합류하며 패밀리 그룹의 성향을 강하게 띄게 된다. 거기에 1965년 경 브라이언 윌슨의 신경쇠약과 펫 사운즈의 완성을 위해 투어를 멈춘 그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영입된 브루스 존스턴까지 6명을 비치 보이스의 전성기 라인업으로 본다.


*멤버소개


1. 브라이언 윌슨

물론 다른 멤버들 역시 중요하지만 역시 비치 보이스 신화의 대부분은 리더이자 작곡가 & 프로듀서 브라이언 윌슨의 천재성에 크게 기대어 있다. 수십 가지의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멀티인스트루멘탈리스트이자 비치 보이스의 생명인 아름답고 치밀한 보컬 하모니에 대한 감각과 하모니 메이킹 또한 뛰어나다. 밴드의 초창기부터 1970년까지 그가 리더로서, 작곡가로서, 프로듀서로서 보여준 능력은 대중음악의 역사를 돌아보아도 손에 꼽힐 만한 천재성의 발현이었다.


2. 데니스 윌슨

밴드의 음악성을 형 브라이언이 대변한다면, 밴드의 드러머인 둘째 데니스는 밴드의 정신성을 대변한다. 밴드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사랑한 리얼비치보이이자 서퍼, 그리고 Sex, Drugs & Rock and Roll을 실천한 히피이기도 하다. 남자답고 잘생긴 외모로 밴드의 얼굴마담이자 여성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인기멤버이기도 하다. 또한 형 브라이언에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상당한 음악적 재능을 지닌 훌륭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3. 칼 윌슨

아름다운 미성을 지녀 모두가 메인보컬의 자질을 지닌 비치 보이스에서도 가장 많은 리드보컬로서 활약한 The Voice of Beach Boys. 또한 큰형 브라이언이 신경쇠약과 각종 마약중독으로 밴드에서 영향력이 감소한 이후 밴드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간 타고난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70년대 비치 보이스의 리더.


4. 마이크 러브

비치 보이스의 맞형이자 음악적 리더가 브라이언 윌슨이라면 투어에서의 존재감과 분위기메이커적인 카리스마로 투어를 이끌던 밴드의 콘서트마스터이다. 밴드에서 최장신이기도 하고 패션센스가 뛰어나 공연에서 한 몸에 시선을 끄는 멤버이기도 했다. 부드러운 팝발라드 성향의 칼 윌슨과 다르게 다이내믹하고 다양한 보이스를 지닌 보컬로서 The Voice of Beach Boys 2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많은 리드보컬곡을 지닌 밴드의 메인보컬리스트.


5. 알 자딘

알 자딘은 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멤버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밴드 내의 분위기메이커이다. 튀지는 않지만 개성 강한 밴드멤버들을 조화롭게 이끌어 준 밴드 내의 정신적 리더이기도 하다. 또한 뛰어난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로 비치 보이스의 여러 히트곡들과 명곡들에서 그 능력을 엿볼 수 있다.


6. 브루스 존스턴

브라이언의 투어에서의 대타로 참여하게 된 브루스 존스턴이지만 브라이언이 없는 밴드 내에서 브라이언이 맡던 프로듀싱과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적 접근을 다시금 가능하게 해 준 다재다능한 멤버이다. 다양한 악기를 다룰 줄 알며, 뛰어난 프로듀서이자 편곡자이면서도 뛰어난 보컬리스트이기도 하다. 브라이언의 침체기에 밴드의 희망이 되어 준 구원투수.


이중 위의 5명이 클래식 라인업이라 할 수 있고 1965년 브루스 존스턴의 가입과 함께 6인의 비치 보이스가 최고의 라인업을 이룬 전성기 비치 보이스라고 할 수 있다.


*무엇부터 들어야 할까


사실 스트리밍 시대가 도래하기 이전에는 베스트 앨범이나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중요했지만 현재에는 그 가치와 중요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현재에는 리스너들이 폭넓게 사용하는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스포티파이 등에서 비치 보이스를 검색하면 많이 플레이된 인기곡들 순서대로 큐레이션 되어있는 플레이리스트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플레이리스트에서 인기순으로 쭉 들어보며 좋은 곡들 위주로 선정하여 해당곡이 수록된 앨범을 들어보는 방식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깊게 그들의 음악세계를 탐구해보고 싶은 리스너들을 위해 그들의 대표적인 필청앨범들을 시기순으로 소개한다.


1. All Summer Long (1964)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빛나는 명곡 “I Get Around"가 수록된 앨범으로 초창기 서프록 시기의 비치 보이스의 정수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초기 비치 보이스는 매우 정력적으로 활동을 해서 그런지 앨범도 많고 싱글도 많은데, 초기 비치 보이스에서 단 한 장만 골라야 한다면 단연 이 작품이라고 할 만큼 서프록 시기의 비치 보이스의 에센스가 담긴 작품이다.


2. The Beach Boys Today! (1965)

비치 보이스 음악의 전환점이자 위대한 Pet Sounds 시대의 청사진으로 여겨지는, 서프록의 시대를 넘어 아티스트로 발전해 가는 비치 보이스의 역량을 느껴 볼 수 있는 마스터피스. 앨범의 B면을 전부 발라드로 채우면서 브라이언 윌슨의 섬세한 사운드메이킹과 멜로디메이킹이 빛나는 첫 작품이다. 이 시기부터 브라이언이 본격적으로 투어를 멈추고 자택에서 작곡에 매진하며 내면으로 침잠하기 시작했고 LSD에 손을 대기 시작하며 사이키델릭의 강력한 영향력이 드러나기 시작한 작품이다. 특히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의 B면을 여는 곡 Please Let Me Wonder는 브라이언의 작곡을 넘어 대중음악역사를 두고 보아도 강하게 LSD의 영향력이 드러나는 가장 초창기의 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3. Pet Sounds (1966)

설명을 더하면 사족이 되어버리고 미사여구가 빛이 바래는 작품들이 있다. 바로 Pet Sounds 같은 작품말이다. Phil Spector에 영향을 받은 Wall of Sound를 체화한 브라이언의 섬세하고 치밀한 사운드메이킹과 스튜디오조차 하나의 악기로 활용되었다고 평가받을 만큼 다양하고 혁신적인 스튜디오 테크닉, 브라이언의 천재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곡들, 멤버들에게는 완벽한 보컬 하모니에 주력하게 하고 연주는 당대 최고의 세션연주자 집단 렉킹 크루에게 맡기며 만들어진 완벽한 보컬 하모니와 연주가 어우러진 마스터피스이다. 개인적으로 대중음악의 특이점의 시대 1960년대에 등장한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명반들 중에 열손가락 안에는 여유롭게 들어가고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Sound of 60s 라고나 할까.


4. SMiLE Sessions (2011)

원래 비치 보이스의 SMiLE 앨범은 원래라면 1967년에 발표될 예정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일명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발표 작품” 중 하나였다. 음악분야에서 가장 베이퍼웨어(매우 유명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발매되지 않아 실체가 없는 것을 뜻함.)에 부합하는 지위를 오랜 세월 누린 작품이기도 하다. 비틀즈에 크게 경쟁의식을 불태우던 브라이언 윌슨이 그들을 뛰어넘기 위해 준비하던 비장의 카드였지만 브라이언의 정신질환에 비틀스에 대한 강박과 더불어 환각제와 각종 향정신성약물이 더해지며 브라이언은 내면의 자아부터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이 앨범 작업 중 완전히 깨어지고 만다. 그 결과 스마일은 앨범커버아트 디자인도 끝나있었고 캐피톨 레코드사에서는 브라이언에게 마스터 테이프만 건네받으면 공격적으로 바이닐 제작과 홍보준비까지 끝나있었지만 결국 브라이언으로부터 마스터 테이프가 도착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앨범작업 중이던 1967년 2월, 라이벌 비틀즈의 역사적인 싱글 Penny Lane/Strawberry Fields Forever가 발표되고 새로운 차원에 돌입한 비틀즈의 싱글을 듣고 한차례 전의를 상실해버리고 만다. 이어서 5월 비틀즈의 예술적 도달점 중 하나인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발표되고 브라이언은 좌절하고 만다. 브라이언은 이를 듣고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 그들이 먼저 도달했어.” 이후 브라이언은 앨범 스마일 프로젝트를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었던 SMiLE은 기적적 이게도 2011년 작업기간의 데모트랙들 중 가장 완성도가 높아 사실상 완성된 곡들인 트랙들을 엄선하고 비치 보이스 멤버들의 검수 하에 최대한 1967년 발매 당시의 모습을 갖춘 SMiLE을 겨우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완성된 SMiLE 앨범은 거의 프로그레시브 록의 경지에 이른 복잡하고 장대한 구성, 아메리카 루츠와 미국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음악과 가사, 당시 심각한 정신질환과 환각제와 마약 등으로 혼란스러운 브라이언의 내면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몽환적이고 혼란스러운 세계관, Pet Sounds를 능가하는 복잡하고 치밀한 보컬 하모니까지 더해져 큰 찬사를 받았고, 1967년에 만약 예정대로 발표되었다면 대중음악의 역사는 뒤바뀌었을 것이라는 평가까지도 받아낸 걸작으로 남게 되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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