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의 미스터리

충청도의 고뇌

by 오늘도 약간 웃김

“오늘 중부지방에는 소나기가 내릴 확률이 50%입니다.”
텔레비전 속 기상 캐스터는 상냥하게 말했다.
그녀는 내일의 운명을 반쯤 알려주고, 반쯤 숨긴 채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아, 내일 우산 챙겨야겠군.”
왜냐고? 나는 서울 사람이었으니까.
서울은 언제나 중부지방에 포함되어 있었고, 중부지방은 곧 서울이었다.
서울은 날씨의 중심, 행정의 중심, 그리고 아무튼 중심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사를 했다.
청주로.

청주는… 애매했다.
서울보다 남쪽이지만, 그렇다고 대구처럼 남부스럽지도 않았다.
그래서 뉴스에서 “중부지방에 소나기”라 하면 우산을 들까 말까 늘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 날엔 늘 하늘도 같이 망설였다.
소나기는 커녕 햇빛이 쨍쨍하고, 반팔 티셔츠를 입고 나간 나는 괜히 민망해했다.
‘아, 역시 여긴 중부지방이 아닌가 보다.’

그래서 조사를 해봤다.
조선시대엔 중부지방이란 것이 있었다.
그때는 한성부, 황해도, 강원도, 경기도였다.
그러니까 청주는 아니었다.
분단 이후에는 서울, 경기, 강원.
청주는 또 빠졌다.
근데 요즘은... 충청북도 일부를 중부에 넣기도 한단다.
“일부”란 말의 정체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기상청은 침묵하고, 청주는 눈치를 보고, 나는 우산을 쥔 채 집 앞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충청도가 중부냐 남부냐?
그건 마치 자리가 나면 앉을 수 있는 1.5인용 의자와 같다.
앉기엔 좀 좁고, 서있자니 비어 있는 느낌.
누가 양보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누가 앉아버리면 내 자리가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제안하고 싶다.
남북통일이 당장 되지 않는 이상, 새로운 구분이 필요하다.
서울과 경기는 북부지방, 충청도는 진짜 중부지방, 그리고 그 아래는 남부지방으로 부르자.
그러면 청주는 적어도 뉴스에서 버림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내일 아침엔 우산 대신 커피를 들고 나설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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