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와 체면 사이, 중년은 조용히 무너진다
내가 처음 혼자 카페에 간 건, 어쩌면 잘못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선택은 좋았으나, 그곳의 조도(照度)와 분위기가 문제였다.
요즘 카페는 무척이나 밝다. 햇빛도, 조명도, 사람들의 시선도.
거기에 내가 앉았다. 중년의 남자. 혼자. 케이크를 앞에 두고.
사실 그날 나는 분명히 아메리카노만 마시려고 했다. 그런데 카운터 앞에 진열된 케이크가 문제였다.
몽블랑, 티라미수, 레드벨벳…
그리고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나를 향해 이렇게 속삭였다.
“아저씨, 오늘 힘들었잖아요. 그냥 나 하나쯤 괜찮잖아요…?”
정확히 그렇게 들렸다. 물론 내 귀에만.
그래서 나는 주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랑, …딸기 생크림 케이크요.”
“드시고 가시나요?”
(그 질문은 늘 그렇다. 그냥 ‘네’라고 답하면 되는데, 꼭 뭔가 심문처럼 느껴진다.)
“…예. 먹고 갈게요.”
자리로 가는 길은 멀었다. 아니, 멀게 느껴졌다.
자꾸만 카페 구석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대학생들, 사진 찍는 연인들, 그리고 같은 딸기 케이크를 시킨 열여섯 즈음의 소녀들과 마주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앉았다. 딸기 케이크와 함께.
포크를 들어 한 입 베어무는 순간—케이크의 단맛이 혀에 닿기도 전에, 내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지나갔다.
“도대체 나는 왜 지금 이걸 혼자 먹고 있는 걸까?”
그리고 이내 케이크보다 더 부드럽게 체념했다.
사실 이런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다. 나처럼 중년의 남자가 혼자 케이크를 먹기란, 삼겹살을 혼자 굽는 것보다, 카라멜 마키아토의 스펠링을 기억하는 것보다 어렵다.
하지만 때론 달콤한 것이 필요하다.
누가 뭐래도. 아니,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나는 오늘도 조용히 카페에 들어가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딸기 케이크를 주문한다. 아주 작고, 아주 고요하게.
중년의 단맛은 원래 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