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컵 속의 추억

번데기 국물과 함께 삼킨 어린 날의 용기

by 오늘도 약간 웃김

한때는 이랬다.
거리의 구루마(손수레) 앞에 서서, 신문지를 돌돌 말아 만든 뿔 컵에 담긴 번데기를 받아 들었다.
뜨끈한 국물은 조심하라고 했지만, 우린 대범하게 들이켰고,
그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자연의 맛’(신문지맛과 어우러진)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 옆에서는 소라(사실은 다슬기, 올갱이였지만)를 팔았다.
우리에겐 그저 ‘길거리 바다 간식’이었다.
누가 그런 이름을 따지고 살던 시대였나.

핫도그는 또 어땠던가.
산처럼 미리 쌓아놓은 걸 골라 집어 들었고,
떡볶이는 길거리의 먼지를 다 받아먹은 것을 퍼 담았으며,
오뎅은 남이 맛있게 찍어 먹은 간장통에 나도 같이 맛있게 찍어 먹었다.

그때 우리는 그게 더러운 줄도 몰랐다.
아니, 몰랐기에 더 맛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손 씻는 걸 그렇게 강조하지 않았다.
손은 흙을 만지고, 콧물을 닦고, 음식을 먹는 데 자연스럽게 쓰였다.
식중독? 그런 걸로 병원 가는 사람은 약한 편이었다.
보통은 하루쯤 고생하고 털고 일어났다.

그러던 세상이 변했다.
이제는 샐러드 하나를 사도 ‘HACCP 인증’을 확인하고,
소시지 하나를 먹어도 5가지 무포함을 믿어야 한다.(그렇게 하면 100가지 무포함도 가능한데)
손은 30초 이상 씻어야 하며,
도마는 고기용과 야채용을 구분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시대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참 대단했다.
이 모든 위생 무풍지대를 버티고 살아남았으니.
마치 지구 최강 생명체, 바퀴벌레처럼.

하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조금은 먼지가 묻어 있었던 그 시절의 음식들이
가장 따뜻한 추억과 웃음을 남긴 건 아닐까 하고.

다시 신문지 뿔 컵을 들고, 번데기 국물을 훌쩍 들이켠다 상상해 본다.
아무리 깨끗한 세상이라도, 그 맛은 다시 만나기 힘들 테니까.

"그래도 우리는 참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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