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을 보기 위해 서울로 간다

지방 거주자, 주말 예약 실패자, 미쉐린 꿈나무의 고백

by 오늘도 약간 웃김

나는 한때 별에 관심이 없었다.
밤하늘의 별도, 연예인의 별도, 식당 입구의 별도.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을 펼쳤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너무 하찮은 곳에서 밥을 먹어왔다는 사실을.

미쉐린 가이드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별이 하나 있는 집은 “괜찮은 식당”이고,
별이 둘이면 “음식이 아주 뛰어난 집”이며,
별이 셋이면… 그냥 “여기 말고는 인생을 낭비하는 겁니다”라는 뜻이다.

그리하여 나는 결심했다.
죽기 전에 미쉐린 별이 있는 서울 식당은 다 가보자.

물론 그 직후 바로 후회했다.

첫 번째 문제는, 내가 서울에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에서 기차로 두 시간 거리다.
즉, 별을 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별이 뜨기 전에 기차를 타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미쉐린 식당은 주말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일에 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평일엔 일한다.

세 번째 문제는, 그 가격이다.
별 하나짜리인데 코스 요리가 18만 원?
별 셋 짜린 예약조차 안 되고, 메뉴판도 없다.
나는 일주일치 식비를 2시간 안에 입에 넣고 씹어 삼켜야 하는가?

네 번째 문제는, 혹시 맛이 없으면 어쩌지?라는 인간적인 고민이다.
내 입이 아직 미쉐린의 혀를 따라잡지 못했을 수도 있고,
셰프가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도 있고,
나만 너무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지금 미쉐린 가이드의 맛집을 전부 스크린숏만 저장해 둔 상태다.
파일명은 모두 “언젠가는. jpg”로 통일되어 있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죽기 전에 다 갈 수 있을까?
아니,
죽기 전에 한 군데라도 갈 수 있을까?
아니,
죽기 전에 이걸 갈지 말지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별 하나짜리 레스토랑은 못 가봤지만,
동네 집 앞 국밥집 사장님은 나를 알아본다.

그건 어쩌면 별 셋보다 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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