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인데,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린다
요즘 마트는 사람보다 기계가 많다.
계산원이 없고, 종이 가격표도 없다.
모든 것은 바코드와 스캔과 “삑”이라는 소리로 진행된다.
나는 바나나 한 송이와 두부 한 모, 그리고 우유 한 통을 들고 셀프 계산대 앞에 섰다.
사람들이 줄을 선 일반 계산대는 너무 길었고,
셀프 계산대는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신도 이제는 셀프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나는 갔다.
그리고 재난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시련은 바코드였다.
나는 물건을 스캔기에 갖다 댔고, 기계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나는 더 가까이, 더 세게 눌렀다.
기계는 갑자기 삑— 하고 울더니
“오류입니다. 직원을 호출하세요.”
라는 말과 함께 나의 셀프를 박탈했다.
직원이 날아왔다.
세 번의 터치로 문제는 해결됐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말했다.
“덕분에 셀프를 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고비는 그다음이었다.
나는 종량제 봉투를 사고 싶었다.
터치스크린을 두드리며 ‘봉투’, ‘환경’, ‘기타’ 탭을 눌러봤지만 종량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 내 옆으로 다가온 직원 한 명.
말은 친절했지만, 눈빛은 ‘이 사람 또 길 잃었구나’였다.
“종량제 봉투… 찾고 계시죠?”
“아, 네… 다 보셨나요?”
“예. 다들 그 메뉴 못 찾아요.”
그녀는 손가락 두 번으로 ‘종량제 봉투 20리터’를 소환했다.
늘 있는 일이다 싶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봉투까지 샀고, 계산도 마쳤다.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문제가 또 발생했다.
나는 출구를 몰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의 출구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여긴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다)
그래서 결국 또 직원이 다가왔다.
“저쪽으로 가시면 돼요.”
“아… 네…”
“그냥 나가시면 됩니다.”
직원은 마지막까지 친절했다.
하지만 그녀가 나에게 보내준 미소는…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였다.
그건
‘괜찮아요, 오늘도 두 명째예요’와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사이의 어딘가였고,
‘이분은 아마 평생 셀프 계산은 못 하시겠군요’라는 깊은 이해가 담긴,
아주 선진국적인 미소였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문을 나섰다.
어쨌든 계산은 완료했고,
나는 셀프로 뭔가를 해낸 듯한 기분이었다.
… 물론 대부분은 직원계산대처럼 직원이 해주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