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진해에 가기로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네비게이션을 켰다.
그러자 화면이 말했다.
“예상 소요 시간 4시간 50분”
그 순간, 나는 잠시 목적지를 양평으로 바꿔보았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다잡고,
“진해”
를 눌렀다.
이번엔 진짜였다.
진해엔 벚꽃이 있고, 바다가 있고, SNS에서 본 맛집도 있었다.
나는 결심했다.
이번엔 간다. 무조건 간다. 진짜다.
그리고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첫 번째 관문은 숙소였다.
나는 3시간 동안 숙박 앱을 뒤적였다.
리뷰는 수상했고, 가격은 높았고, 사진은 너무 예뻤다.
사진이 예쁜 숙소는 믿으면 안 된다는 교훈은
지난 강릉 여행 때 이미 얻었다.
(그땐 “오션뷰”라더니 창밖으로 보이는 건 옆방 창문이었다.)
두 번째 관문은 식당 예약이었다.
진해 맛집을 검색했다.
그런데 상위권 10개 중 8개는 광고였다.
블로그 사진 속 음식은 모두 똑같은 접시에 담겨 있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진짜 맛집은 왜 이렇게 찾기 힘든가?”
아마 진짜 맛집은 홍보를 안 하는 게 미덕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내가 그들을 찾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세 번째 관문은 가족이었다.
나는 회의를 열었다.
“이번 주말에 진해 갈까?”
아내는 달력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날 병원 예약 있어.”
아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 시험인데요.”
그래서 나는 다시 양평을 검색했다.
하지만 양평도 간단하지 않았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뭘 먹을지, 어딜 예약해야 할지…
결국 다시 네비게이션을 껐다.
내 머릿속에는 진해와 양평, 속초, 부여, 정읍이 동시에 떠 있었고,
내 일정표에는 아무 데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계획한 부산 여행이 갑자기 취소됐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였다.
그날 아침,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날씨 앱을 확인했고,
“부산, 흐리고 가끔 비”
라는 문장을 보고 조용히 이불을 다시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