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없고, 충청도식 유머는 있다

서울 사람의 지방 도시 적응기

by 오늘도 약간 웃김

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다녔고,
‘10분 간격’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건 “운이 안 좋은 상황”이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 나는 지방 도시에 살고 있다.

내가 사는 이 도시는 아담하고, 공기도 좋고, 사람들도 좋다.
하지만 분명히… 이상한 점이 있다.

우선 음식값이 서울보다 비싸다.
이건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서울은 비싸기도 하고 싸기도 한 느낌이다. 그래서 골라서 갈 수가 있다.


하지만 여긴… 그냥 비싸다.
물수건은 셀프고, 주문도 셀프고, 맛은 종종 ‘무맛’이다.
같은 체인점인데 왜 이리 맛이 다를까?
나는 전국적으로 균일한 맛을 내는 걸 프랜차이즈의 미덕이라 배웠는데,
이건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참조용 레시피’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건: 지하철이 없다.
정말 없다.
지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아예 도시 전체에 철이 없다.

나는 처음에 버스를 탔을 때, 배차 간격이 40분이라는 말을 듣고
“하루에 네 번만 다니는 건가요?”라고 진심으로 물었다.
기사님은 웃지 않았다. "뭐여?" 하는 듯 했다.


트램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독일 소도시에 가본 적이 있다.
거긴 트램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선진국이라면서 왜 트램이 없을까?”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일단 차가 막히지 않는다.
이건 진심이다.
거의 캐나다급이다.
신호 두 번 넘기면 시골이다.
도심에서 5분만 나가면 논밭이고, 10분 더 가면 염소가 나온다.

또 하나, 충청도 사람들의 느릿한 유머는 중독성이 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금은 무슨 말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웃긴다.

그리고 사람들 모두, 어딘가 잘 살고 있는 느낌이 난다.
서울처럼 명품 옷에 바쁘게 뛰어다니진 않지만,
속으로는 ‘나름 괜찮게 살고 있음’이 흐르고 있다.

다만…
아이에게는 좀 미안하다.
아이가 틴에이저가 되자,
이 도시는 갈 곳이 없다는 걸 너무 잘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말없이 집에 있는다.
그렇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중년 남자인 나는,
이제 지하철 없는 도시에서, 셀프 계산대 옆에서,
맛없는 체인점에서, 염소를 보며
이상하게도…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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