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의 기술

혹은 중년의 위엄

by 오늘도 약간 웃김

나는 혼자 밥을 잘 먹는 사람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혼밥’이 유행이 되기도 전부터 조용히, 묵묵히, 그리고 꿋꿋이 혼자 밥을 먹어왔다. 문제는,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떡볶이가 무척 먹고 싶었다. 한때는 친구들과 입천장을 데워가며 나눠먹던 그 추억의 음식(나는 신당동에서 학교를 나왔다!!)

분식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쪽 구석엔 10대 학생들이 김밥을 세로로 먹고 있었고, 한 켠에선 연인이 떡볶이를 젓다가 손을 맞잡았다.


그 사이에 나는 앉았다. 중년의 남자. 혼자. 떡볶이를 시키며.


“매운맛으로 드릴까요?”

“…보통으로 주세요.”

(그 순간 내 입에서 나왔어야 할 말은 “세상 맛있게 매운맛으로 주세요”였지만, 고춧가루보다 뜨거운 시선들이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건 안 되겠다. 차라리 라면이다.


라면은 관대한 음식이다. 편의점에서 혼자 먹어도, 한강 고수부지에서 앉아 먹어도,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라면 앞에서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심지어 상당히 매운맛을 먹으면 눈물이 흐른 걸로 오해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면만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뭘 해야 하느냐—답은 간단하다. 백화점 푸드코트로 가는 것이다.


푸드코트는 혼밥의 오아시스다. 모두가 혼자이면서도 혼자가 아닌 척할 수 있다. 나는 삼겹살 정식을 들고 앉는다. 하지만 그 과정은 험난하다. 줄을 서고, 진동벨을 받고, 벨이 울리면 줄을 또 서고, 반찬이 적다고 생각하면 다시 줄을 서야 한다. 삼겹살을 굽는 건 고깃집이 아니라 내 인내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쯤 되면 누구나 생각하게 된다.

“차라리 일본 음식점처럼 1인석이 줄지어 있으면 좋겠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생각 없이 밥만 먹을 수 있는 자리. 가끔 “혼자 오셨어요?”라는 질문도 없이, 그냥 당연하다는 듯 나를 받아주는 그 평온함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요즘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그런 곳엔 혼자 온 중년 남성이 유독 많다. 마치 ‘이곳은 우리만의 성역이다’라는 듯, 누구도 누구를 신경 쓰지 않는다. 트레이를 들고 자리를 잡고, 포장을 풀고, 햄버거를 조용히 먹는다.

고기패티는 작아졌지만, 존재감만은 흔들림이 없다.


나는 중년이다. 분식집에서도, 푸드코트에서도, 버거킹에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혼자 밥을 먹는 일이 더 이상 용기가 아니라 생활 습관이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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