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엄마의 간섭 영역 정해주다

청소년기 외모 관심

by 샤미용
이제 약속을 지키세요.
(엥! 약속한 게 없는데,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머리카락 많이 길렀으니 파마시켜 주세요.
(또 시작이군.)

2주 만에 만나서 시작하는 말은 늘 외모였다.

평소에 소식이 닿지 않아 생활부터 물었다.

짜증을 내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좀 더 기르면 카드를 주겠다고 했다.

원하는 펌 스타일 사진을 자꾸 투척한다.

미용실 선생님이 더 길러서 오라 했단다.

감사하다. 전문가가 내 편을 들어줘서.


갑자기 친구가 쓴다는 컨디셔너 사진을 보내왔다.

처음 알려주는 상품명. 모르냐는 핀잔.

약알칼리성 클렌징폼을 산다고 카드를 달란다.

비누만 쓴 지 10년이 넘었다. 비누도 알칼리성인데...

감사하다. Chemistry를 얘보다 더 오래, 많이 공부해 봐서.


OO에게 호감을 표현했단다.

쌍방 썸인 줄 알았는데 ㅠ.ㅠ를 보내왔다.

여보, 얘 혼자 훨훨 타오르던데! 상처로 남을까?

감사하다. 아들의 성 정체성을 확인해서.


너무

너무

외모만 얘기했다.

감사하다. 여과 없이 부모와 공유하려는 자유영혼을 가져서.


가끔 만나는데 외모 얘기 밖에는 할 말이 없니?
일들은 (내가) 하면 되지만, 외모는 (엄마) 도움이 필요해요.

괜찮다. 외모라는 화두라도 던져서 목소리를 듣게 해 주어서.

안타깝다. 크고 깊은 학문의 바다에 몰아칠 폭풍을 보지 못하는 눈.


괜찮다. 중간고사 많은 실수를 했지만 만회할 기말이 있어서.

안타깝다. 기말고사에 대한 예의마저 상실한 무뎌진 마음. 자만했다고 말하는 자만의 늪에 빠진 발.


괜찮다. 이제라도 풀어진 나사를 깨달아서.

안타깝다. 평생 자산으로 삼을 수 있도록 기다려준 엄마를 헤아리지 못한 손. 아빠가 알려주기 전까지 감사를 담지 못한 혀.


사춘기는 성별마다 양상이 다를 뿐이지 외모에 관심이 많다. 어미로서 어느 정도로 반응을 해야 흩어진 에너지를 집중 배치하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맡은 본분마다 임하고 성취할 때 목푯값이 있다. 아들은 1등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다. 다만 어미가 앞서 걸어가 보니, 숫자를 목표하면 성장이 아니라 고된 기억만 남았던 것 같다. 숫자는 애정의 결과일 뿐 열정을 확인하고 키우라고 가르쳐왔다.

학업을 국한할 게 아니라 친구, 외모, 운동, 악기, 언어, 독서, 예배와 경건 생활 같이 다양한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사랑한 결과가 결승의 성취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 사용과 열정의 균형을 찾아가는 연습을 어찌 학업에만 제한하겠나.

너의 에너지가 매우 분산되어 있다고 경고음을 내긴 했다. 부드러운 질문이어서, 자극이 너무 약했다. 그 질문마다 짜증을 내는데... 혀에 몽둥이를 장착했다면 관계만 나빠지지 않았을까.

잔소리: 맞는 말인데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
헛소리: 틀린 말인데 들으면 기분이 묘하다.

평생 뼈에 새길 교훈을 스스로 깨닫는 날이 올 거라 믿고, 잔소리 낼 것도 참으며 기다렸다. 화려한 성적표와 두둑한 장학금을 던지듯 내놓았을 예의를 상실한 사춘기 특유의 짜증과 엄마에 대한 일관된 무시를 봤기 때문에 더 참았다.


그 폭풍 속에서 어떤 말과 반응이 지혜였을까.

뇌의 무질서도가 급증해 버린 아들에게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의 표현뿐이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오래 참고.

오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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