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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네 마음을 더럽히지 마"

비엔나 1900년 꿈꾸는 예술가들 (5)

by giant mom

오늘 소개할 그림은 에곤 실레의 <개종Ⅱ>이다.

이 그림의 여인의 뒷모습은

복수심과 정의, 원망의 기억으로 점철된

내 마음과 같다.

재산을 다 잃어버린 후에도

뻔뻔한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

그럼에도 그 복수가 단순한 복수심이 되질 않길

늘 기도하는 마음.

햄릿의 아버지가 햄릿에게 나타나 이런 말을 한다.

"이 아비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대로 내버려 두지 마라. 덴마크 왕의 침실이 음란하고 저주받을 근친상간의 자리가 되도록 그냥 두지 마라. 그러나 이 일을 어떻게 행하든 네 마음을 더럽혀선 안된다. 네 어머니는 하늘의 심판에 맡기고 양심의 가시에 찔려 고통받도록 내버려 주어라"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보다,

이 마음은 나 스스로를 경계하고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 될 것 같다.


종교적 상징을 담은 <개종 II>는 인간 내면의 변화를 주제로 하여 영적 각성이나 내적 갈등을 표현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어깨에 천을 두른 여성의 비틀거리는 듯한 뒷모습에서 고독과 불안함이 느껴지듯, 내 인생에 고독과 불안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결단코 이 고독과 불안감은

나를 죽이는 것이 아니며,

내 가정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님을.


이 시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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