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고 싶은 존재

착한 소녀가 되라는 아버지의 명제?

by giant mom

내 소녀 시절에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을까.

이미 앞서 맨스필드의 작품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오늘 그의 작품 <소녀>에 대해 나누려고 한다.

작품의 첫 문장은 이러했다.

"아버지라는 분은 그 소녀에게 두렵고

보기만 해도 도망치고 싶은 그런 위인이었다"(79)

아버지의 출근 마차가 멀어져 가는 소리를

들을 때, 그녀는 즐거운 안도감마저 들었다.


내 소녀 시절에도 그랬다. 길거리에서 비틀거리며

멀리서 걸어오는 아버지를 늘 회피하고 싶었다.

눈이 많이 나쁜 나는 아무리 먼 거리에서도

아버지의 실루엣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이 참 신기했다.

이 <소녀>를 읽는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Katherine Mansifield(왼쪽) /

Virginia Woolf(오른쪽)


작품에서 소녀가 바라보는 아버지,

"굉장히 큰 분이었다

ㅡ 손도 크고 목도 굵고 게다가 특히 하품을 할 때는

입의 크기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80)

왜 그렇게 입을 크게 벌리며

괴물 같은 소리까지 더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일까.


두 여성작가는 그런 아버지와 남성들의 세계에 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 소녀는 "자기 방에서 혼자 아버지를

생각할 때면 그는 꼭 거인처럼 생각되었다".

이런 아버지에게 본의 아니게

호되게 혼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버지의 중요한 원고를 아버지께 드리는 선물

포장으로 써버린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서.

누가 방자할까. 아버지의 원고를 갈기갈기

찢은 딸이 방자할까.

아니면 이런 딸을 호되게 꾸짖고 나무라며

매까지 든 아버지가 방자할까.


적어도 딸은 고의적으로 아버지의 원고를

쓴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매를 들었음에도

왜 자신이 맞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폭력은 타당한 근거 없이 행해지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에게도 명분은 있다,

딸에게도 명분은 있다.

과연 이들 사이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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