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또 다른 작품
지난 학기에 진행한 <서양고전문학> 일명 학생들은 이 강의를 '서고전'이라 부른다. 그때를 떠올려 보면 참 뜨거웠다. 교양과목임에도 불구하고 6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의 열의는 신비스러울 정도였다. 공부를 하고 안 하고는 그다음 문제다. 수업을 듣고 교수자인 내가 수업과 관련된 주제를 그들에게 던지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놓았고 그 누구보다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게다가 조별발표 시간에는 조원들이 함께 읽은 책을 다른 조원들과 공유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늘은 한 조가 발표한 세르반테스의 <개들이 본 세상>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 작품은 재활병원에 있는 두 마리의 개가 나눈 대화를 시작으로 한다. 캄푸사노가 머물었던 비아톨리드 시에 있는 재활병원에 두 마리 개, 시피온과 베르간사가 있었다. 어느 날 이 둘이 한 밤중에 이야기하는 것을 캄푸사노가 듣고 친구 페랄타에게 얘기해 주지만 믿으려 하지 않는다. 베르간사는 도살장에서 태어났다. 선의의 행동에 대해 오히려 매를 지독하게 맞은 이후 도망하는데 이후 천태민상의 인간 집단들을 만나 그들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게 된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불평은 좀 하더라도 아무에게도 상처를 입히거나 죽이지 말라는 거야. 그 불평이 비록 많은 사람을 웃기게 할지라도, 누군가를 죽인다면 그 불평은 도를 지나친 것이지. 만일 불평하지 않고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현명한 사람이겠지.” (58)
개들이 바라본 인간 세상의 모습이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 이 구절을 읽고 나는 고등학교 시절의 한 경험이 떠올랐다. 나는 원래 공부보다는 노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매일 복습하고 방과 후에는 곧장 독서실로 가 공부에 몰두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준비한 시험 날, 특히 자신 있던 국어 시험을 보게 되었다. 시험 시간도 여유로웠고 문제도 비교적 쉽게 느껴졌다. 시험을 잘 본 것 같아 안도하고 있었는데, 시험이 끝난 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친구들이 말하는 문제는 내 기억에 없던 내용이었고, 알고 보니 마지막 장에 있던 문제를 아예 넘겨보지 않아 풀지 못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크게 낙담했다. 시험지를 꼼꼼히 검토하는 습관이 없었던 나는, 처음으로 제대로 공부했음에도 너무나 아쉬운 실수를 해버린 것이다. 그날 집에 돌아간 나는 참지 못하고 분한 감정을 부모님께 쏟아냈다. 부모님은 내 이야기를 안타까워하시며 위로해 주셨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분노와 불평은 부모님께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때 내가 불평불만 하면서 난리 쳤던 걸 이야기하곤 하신다. 이 구절의 말처럼, 감정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그 감정이 누군가를 해치게 된다면, 그것은 ‘도를 넘는’ 일이 된다. 나는 내 실패에 대한 분한 마음을 아무런 잘못도 없는 부모님께 분출함으로써, 결국 나만의 문제를 타인에게 떠넘기는 실수를 한 셈이다. 이 구절을 통해 나는 감정은 나 자신 안에서 충분히 소화하고, 타인에게는 따뜻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리더의 용기>에서 그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말한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감정을 분출하는 내가 누구인가를 살펴보는 일. 사람들은 생각보다 스스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스스로를 잘 모른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자신감 없고 자격지심에 나를 짓누르는 것이 무엇인지 뒤돌아 보려고 한다. 이 학생의 말처럼 내 감정을 내가 잘 추스를 수 있어야 하는데라고 했지만 인간은 그렇게 될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아니 내가 그렇게 될 수 없는 존재이다. 내 감정에서 다 드러난다. 내 딸아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하면 딸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다 보여. 엄마만 모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