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갑옷 아래 내가 존재한다.
고전 중에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내용을 자세히 모르더라도 <스타워즈>라는 스토리를 통하여 각종 다양한 굿즈가 창조되었고, 그 물건들은 티셔츠, 레고, 수첩, 각 캐릭터의 피규어 등 중고가격으로도 상당한 가격에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안다. 나 역시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BB유닛-8"을 해외직구해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사주었던 기억이 있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인물은 전부 매력적이고 다 갖고 싶은 정도로 죄다 귀엽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은하계의 저항군인 루크가 악의 화신 다크 베이더와 마주하는 장면이다. 루크는 은하계의 어둠의 최강자 다크 베이더만 무찌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둘 만의 결투에서 다크 베이더는 자신이 너의 아버지라고 밝힌다. 그 순간 루크는 관객이 이해할 수 없는 비명의 소리를 지른다. 나누고 분류하고 자르고.. 하는 작업들은 이분법적인 사유가 철저하게 개입되지 않으면 어려운 작업이다. 루크는 저 검은 갑옷 아래 자신의 아버지, 또 다른 자신의 자아가 있다는 생각 때문에 몸서리치지 않았을까. 자신은 항상 악이 아니라 선이라고 생각했고 그 선 때문에 싸움에서 늘 대범하고 당당했는데.. 실은 자신의 피는 저 검은 갑옷 아래 있었다. 검붉게 말이다.
내 아버지 역시 폭행을 행했지만 그 폭행을 행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논할 수 없다. 그 폭행과 나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별개다. 어린 시절에는 폭행을 행한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가족을 위한 단 한 번도 돈벌이를 한 적이 없었다. 가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먹일까 입힐까를 고민한 적이 없으셨다. 책 보는 것 좋아하시고 술 드시는 것 좋아하시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셨다. 수영하고 글씨를 쓰는 일도 좋아하셨다. 그런 아버지가 7년간 아팠을 때, 병석에 누워 괴로워하며 말도 못 하는 아버지에게 우리를 사랑한 적이 있기나 했냐고 물었다. 심지어 드시지도 못해 목에 구멍을 내어 액체로 된 물질을 부을 정도였는데 말이다. 아버지는 사랑했다고 하셨다. 당신의 방식으로 우리를 사랑한 것이다.
자녀들이 놓치는 것이 있다. 아버지 안에 내가 있어 괴롭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방식대로 나를 사랑했음을. 뒤틀린 방식일지라도 아버지의 사랑이 존재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랑이 더 어렵다. 사랑이 그 갑옷 안에 있어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