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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미 Jun 27. 2022

차곡차곡 책 읽기 / 6월 넷째 주


알로하, 나의 엄마들 / 이금이


출간 되었을 때 부터 인기가 많았던 책이다. 


하와이 이주민들, 특히 '사진 결혼'을 통해 하와이로 가게 된 우리나라 여성들의 이야기가 소설의 소재이다.


이주 여성들이 겪어야만 했던 고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간 여성들간의 우정, 연대, 신뢰가 일구어가는 단단한 삶의 터전.

전형적인 내 취향의 소설이다.


『여성, 연대, 희망』 이 키워드인 책들. 나는 이런 책들이 너무너무 좋다.


재미있게 읽었다. 같은 류의 책으로 최은영 작가님의 '밝은 밤'이 있다. 사실 '밝은 밤'을 읽을 때 훨씬 더 가슴 절절했고, 대를 이어 전달되는 여성들간의 연대와 사랑, 굴곡진 삶의 모습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밝은 밤'의 등장인물 중 한 명과 나를 깊이 동일시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 레이먼드 챈들러


너무 재미 없었다.


책 읽으면서 재미 없어서 머리 아프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재미 없거나 읽기 힘들다 싶으면 안 읽고 덮어버리면 됐을텐데,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에세이 모임의 주제 도서였고, 그래서 읽어야만 했다. 하..ㅠㅠ


레이먼드 챈들러.

처음 앍게 된 작가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주 많은 영향을 받았고, 하드보일드 소설의 대표 작가라고 했다.

책은 레이먼드 챈들러가 생전에 편집장, 독자,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모아 놓은 서간집이다.


레이먼드 챈들러를 처음 알았고, 호기심이 없는 상태에서 읽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나는 웬만한 책은 다 좋아하고, 회피와 도피의 수단으로 책을 사용하는 사람이라 스스로 '활자중독인가?'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결코 활자 중독은 아닌 것 같다.


맞지 않는 책을 보며 이렇게 머리 아프고 그 날 기분까지 안 좋아졌으니.. 활자중독 일리가 없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요조, 임경선


요조를 좋아하게 됐다.

요조라는 사람이 너무 궁금해져서 읽게 된 책이다.


대학생 시절 '홍대여신 요조' 정도로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고 어떤 색깔을 가진 사람인지 아는 바가 없었는데 우연히 유튜브 '겨울서점'에 나온 요조의 영상을 보게 됐다.


책과 글쓰기에 대해 차분하게, 그리고 강약 없이 이야기 하는 모습에서 이상한 동질감 같은 게 느껴졌다. 그리고 요조의 영상을 더 찾아봤다.


요즘 나는 달리기에 빠져서 달리기 예찬론자가 된 2개월차 초보 러너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달리기에 대한 내 마음을 똑같이 말하고 있는 요조의 인터뷰가 있는게 아닌가. 어쩜 이렇게 내 마음과 같지? 생각하며 듣다가 또 하나 놀란 사실은, 요조도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 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도 월수금은 달리기, 화목은 요가를 하며 건강해져가는 내 몸에 엄청나게 만족 중인데, 어머어머.

이때부터 벌써 마음 속의 친밀감은 쑥쑥 자라났다.

언젠가 꼭 동네책방을 열고 싶다는 나의 소망을 요조는 벌써 몇년 전부터 이루어서 제주도에 책방 무사라는 동네 책방을 운영하고도 있었다.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고 정말 나와 많이 비슷한 사람인지 궁금하던 차에 도서관에 요조의 책이 있어 빌려왔다.


임경선 작가와 요조의 공저 책이다.


임경선 작가님의 글은 나와 잘 안 맞다.

'40대에는 ~해야한다.', '~하면 안 된다.' 같은 문체가 읽기 힘들다.

그 글을 읽고 나면 40대에 무언가 하지 않은 사람은 묘한 패배감을 느낄텐데, 그게 너무 안타깝다.

사실 살아가면서 '몇 살에 꼭 무엇을 해야한다'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충고와 조언은 가볍게 넘기는 편이다. 몇 살에 무얼 해야만 하고, 어떤 상태에 도달해야만 하는 그런 것으로부터 세상 모든 사람이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각자 자기다운 삶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어떤 모습이 되어있겠지, 생각한다.


임경선 작가님과는 거리감이 느껴졌지만

요조의 글을 읽고 나서는 친밀감이 느껴졌다.

책을 욕망하는 것, 내 안의 생각을 책에서 만났을 때 느끼는 기쁨, 책을 통해 생각의 단단한 벽을 조금씩 허물어 가는 것, 그런 모습들이 내 모습 같았다.



어떤 사실은 교묘하게 감추고 어떤 사실은 티 안 나게 부풀리면서 저는 제 글 속에서 언제나 실제의 저보다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변모해요. 제가 제 험담을 하는 순간조차도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며 저에게 매력을 느껴주기를 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쓴 수필들을 보면 그렇게 가증스러워요.



요조의 이런 솔직함이 좋다. 적당한 솔직함 속에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모가 좋다.


요조가 말한 그 '가증스러움'이 드러나는 글과 영상까지도 좋다. 악의 없는 부풀리기는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선언처럼 느껴진다.


나도 요조의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리 모두는 완벽한 성녀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에

부풀려가며, 노력해가며, 가증스럽게 가식도 떨어가며 하루하루 내가 생각하는 '좋은 모습'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한 가지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매일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다가 언젠가 요조 작가님과 만나 책 이야기를 실컷 나누고 싶다. 

아, 달리기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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