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의 욕망대로, 삶의 정수를 누리는 모습이 보고싶을때
드디어 읽었다. 유튜브와 다른 분들의 책리뷰로 먼저 접했던 박혜윤 작가님의 [숲속의 자본주의자]
워낙 좋은 평을 많이 보았고, 유튜브에서 보이는 꾸밈 없고 단조로운 삶의 모습이 좋아보여서 어떤 책일지 정말 많이 궁금했다. 다 읽은 후, 나는 작가님의 다른 책 '오히려 최첨단 가족'을 구입했다.
박혜윤이라는 한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더 알고 싶어졌고, 더 듣고 싶어졌다.
내게 끝없이 새로운 질문을 하게 하는 작가님의 글을 더 읽고싶고, 그래서 더 나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
모든 사람의 진실한 삶이 다 각각 달라야 하듯, 하나의 책을 읽는 것도 그렇게 달라야 한다. 나의 감상 방법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유롭게 각자의 느낌에 맞게 읽을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작가님의 말대로 책을 읽고 난 후 사람마다 다른 여러 모양의 감상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자연에서의 삶에 관한 책이라고 여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이 책을 소로 [월든]에 대한 헌사이자 오마주라고 여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속세로 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이 책은,
자신에게 스쳐가는 한 올의 감정과 생각들을 붙잡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한 사람의 삶에 관한 책이다.
다른 누구의 소리도 아닌 '나'의 소리. 그것을 붙들고, 들여다보고, 파헤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에 관한 책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의 삶은 진정 자기의 것이다.
소로의 말처럼, 삶의 골수를 전부 빨아먹는 삶.
모든 삶의 순간이 내 것이 되는 삶.
타인의 소리에 귀를 활짝 열고, 사회의 요구에 충실히 따라오던 내가 달라지기로 결심한 이후
이런 책을 만나면 온 몸이 뜨거워진다.
특히 이 책은 더욱 내게 크게 다가온다.
정말 거짓 없이, 누군가에게 잘보이기 위함 없이, 생각의 흐름을 정리한 문장들이 내 마음의 감각 하나하나를 일깨웠다.
내 몸에 딱 맞는 코트가 쓸모 있는 것이지, 솔기를 잡아당겨가며 맞지도 않는 코트를 억지로 입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남들이 보기에 좋아보이지만, 내 몸에는 꼭 맞지 않는 코르를 솔기를 당겨가며 입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내 몸에 맞지 않는 코트의 솔기를 억지로 끌어당겨 입고 사는 것은 아닐까?'
'내게 맞지 않는 코트는 무엇일까, 내가 입고 싶은 코트는 무엇일까?'
떠오르는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아 글로 적어보아야겠다.
잠을 설치면서까지 생각에 잠기게 한 부분은 [그것은 나의 권리가 아니다]와 [일단, 감사와 이해를 멈추다]라는 꼭지였다.
엄마로서 느끼는 죄책감과 불안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나를 부족한 엄마로 보거나 언젠가 내 아이들이 나를 원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날을 걱정하며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기르고 싶지 않다.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좋은 엄마'가 아이들에게도 좋을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내 방식대로 엄마이면 그만이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따라서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한다거나 어떻게 커야한다는 기준이 없고, 더욱이 엄마인 나에 대해 아이들이 감사하거나 사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엄마가 되고, 너는 네가 되고 싶은 딸이 되면 그만이다.
변호사가 바구니를 산 것 역시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변호사 자신이 필요하니까 샀을 뿐이다. 갑자기 솟아난 선의를 충족시키려고 그랬든, 귀찮아서 그랬든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전혀 감사하거나 기뻐하지 않아도 된다. 이 세상이나 타인에게 기대하거나 원망하는 마음과 감사하고 기뻐하는 마음은 사실 똑같은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중략)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기대가 배반당했을 때 나는 여전히 무슨 약속이라도 받았던 것처럼 분노한다. 내 안에 여전히 당위적인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거기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바람직한 행동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마음과 행동이 나중에 내가 감사와 대가를 기대할 때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 억울한 마음으로. 어쩌면 감사하는 마음도 나 자신의 ㅡ이로움, 올바름을 위한 것으로 사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의 삶에 아주 큰 영향을 줄 것 같은 구절이다. 더 깊이 생각해봐야겠다.
좋은 책을 만나 생각에 빠질 수 있어 행복했다.
끝없이 생각을 자극하고 더 '나'라는 사람에게로 다가가고, 나 역시 삶의 골수를 남김없이 빨아먹겠다는 소로처럼 삶의 정수를 누리며 살아가고 싶다.
내가 가진 건 자존감이 아니라 적극적인 탐구 끝에 얻은 나에 대한 이해다. 언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지, 무엇이 나를 채워주는지, 어떤 거리감이 좋은지, 나를 아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쫓아다니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