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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미 Jul 05. 2022

고독을 즐기는 ISFP의 비밀스러운 속마음

새벽 다섯시, 알람이 울린다. 고갈된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 하루 중 가장 생기를 띠는 시간, 혼자만의 시간이다. 침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면 새벽은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맞이한다. 아무도 깨어있을 것 같지 않던 짙은 겨울의 새벽을 지나 밝고 낯선 여름의 새벽이다. 

여름의 새벽은 언제나 낯설다. 새벽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스름한 빛깔도, 짙은 고독의 느낌도 여름 새벽에는 없다. 이미 집 구석구석까지 들어온 햇살이 너무 희망차서 고독해지기 머쓱한 시간. 물을 마시고 식탁에 앉아 책을 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고요가 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 시간만큼은 아무도 나를 침범할 수 없다.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도, 얼른 답해야하는 카톡도, 어디선가 나를 찾는 목소리도 없는 시간. 해야할 일 같은 것은 없다. 두시간 삼십분 후 시작될 역할과 책임에서 사뿐히 빗겨나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한껏 게으르게 나만의 시간을 유영한다.  책을 읽고,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기고, 글을 쓴다. 이토록 게으르게 모든 일에 무심해진 채 나에게 집중하는 내가 너무 좋다. 한도를 모른 채 차오르는 생기를 가득 머금으며 고독을 즐기는 내가 좋다. 

하루의 고독을 충분히 누린 날이면 나는 무엇인가에 계속 가닿고 싶다. 연결되고 싶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세상의 법칙보다 자기만의 도덕을 따르며 사는 사람과, 타인의 욕망 보다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과, 그리고 어떤 날은 세상 모두와 연결되고 싶다. 하늘이 파랗고 바람이 선선한 날이면 그날의 한가운데 나를 데려다 놓고 자연과 깊숙이 연결되고 싶다. 차박차박 발걸음을 옮기며 그날의 자연에 나를 스며들게 해본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끊임없이 연결되고 싶어하는 내안의 작은 욕망. 오늘도 나는 충분한 고독을 누렸으니 어디로 연결될 수 있을까 이곳저곳을 서성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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