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며칠 전 가람이랑 오랜만에 만나 밤 늦도록 수다를 떨었어.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서 가게 점원이 문 닫을 시간이라고 말하자 완전 울상이 돼버렸지.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보내던 날들이 어색하지 않았던 20대 시절이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져. 요즘은 밤 냄새를 킁킁 맡으며 밤거리를 걷고 있으면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말이야.
그날은 얼굴이 발갛게 물들 때까지 술잔을 기울이면서 온갖 이야기를 주고받았어. 가람이가 술에 취하면 늘 하는 말이 있거든.
“지미야, 넌 20대의 네가 좋아, 아니면 30대의 네가 좋아? 난 30대인 지금의 내가 너무 좋아. 그땐 너무 불안했고, 불안정했고, 힘들었으니까. 난 지금이 너무 좋아.”
수십번도 넘게 나에게 건넸던 말인데 그날도 또 얘기하더라구. 난 그러면 마치 처음 듣는다는 듯 그 얘기를 조잘조잘 이어가는 가람이를 바라봐. 지금이 너무 좋다는 그 말을 할 때마다 걘 정말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거든. 그 표정을 보는 게 좋아서 ‘너 술만 마시면 그 얘기 하는 거 알고 있냐’는 구박 대신 가만히, 잠자코 듣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