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를 신고,
실컷 뛰어다닐 수 있는 간편한 옷을 입고,
공원으로, 숲으로, 산으로, 바다로.
하늘과 바람과 햇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걷고 또 걷는다.
조그마한 풍뎅이 한 마리로 30분 동안 수다를 떨기도 하고,
실없는 소리에 배가 아프도록 웃기도 하고,
아무 말 없이 걷다가
‘아, 좋다.’ 말하면,
메아리처럼 두 남자의 목소리가 되돌아온다.
"아, 좋다."
"아, 좋다."
굵고 낮은 목소리와
앳되고 맑은 목소리.
좋은 순간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하다.
한참을 걷다가 아이가 말했다.
“엄마, 오늘은 이 길로 가보자!”
이미 만보 넘게 걸었는데 낯선 길로 들어섰다가
한참을 더 걷게 될까 봐 망설이고 있는데 아이가 덧붙였다.
“맨날 갔던 길만 가지 말고 안 가본 길로도 가봐야지, 엄마~”
늘 같은 것만 하게 되는 어른의 단조로운 삶에
아이는 변주를 가져온다.
처음 걷는 길이 주는 낯선 풍경이 마음을 환기 시킨다.
우거진 나무도 좋고,
울퉁불퉁한 흙길도 좋다.
길 끝에 다다르자 펼쳐진 바다 풍경도 좋다.
“아, 좋다. 쭈리 덕분에 너무 좋은 곳을 발견했네.”
“거봐 엄마~ 모든 길은 처음엔 다 가보지 않은 길이야. 이렇게 오니까 좋은 게 엄청 많잖아~”
꼬마 철학자의 말에 가슴이 쿵쿵 울린다.
맞다.
모든 길은 처음엔 다 가보지 않은 길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한발 내딛으면 그만큼 세상이 넓어진다는 것을 아이는 그냥 다 알고 있었다.
한계 짓고,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어른보다
자연의 본성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는
훨씬 더 우주의 진리를 가슴에 품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아이 덕분에 오늘도 내 삶에 작은 변주를 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