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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미 Mar 10. 2024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에 대한 단상


누구나 살아가면서 '나만 이렇게 느껴?'라고 한 번쯤은 말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맥락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만 기분 나빠?'다. 이 질문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제야 나는 기분이 나쁜 사람이 되고 아무도 없다면 나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이 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여성스럽다'는 단어에 반감이 든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성'을 떠올리면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어떠한 특성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서 여성이 주로 하는 일과 거리를 두고 싶었고 남성스러워지고 싶었다. 나는 이것을 '젠더 이데올로기에 대한 피해망상'이라고 칭하겠다. 그리고 다음은 내가 느꼈던 피해망상이다.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이라는 단어가 껄끄러울 수 있지만 편의를 위해서 사용한 점을 양해 바란다



#1

단적으로 생물학적 성과 성적 고정관념에 의한 성격을 양축에 두고 사람의 유형을 4가지로 구분해 보면 남성스러운 남자, 여성스러운 여자, 남성스러운 여자와 여성스러운 남자가 있다.


주안점은 생물학적 성별이 아닌 성격이다.


남성스러운 남자는 대체로 어떤 사회 집단에서든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상남자’다. 상남자는 남자 중의 남자라는 의미로 터프하고 가식 없고 진솔하며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을 칭할 때 사용된다. 상남자가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하남자'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하남자는 소인배스럽고 속이 좁은 남자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속이 좁고 쩨쩨한 사람은 '남성스러움'이 부족한 것이다.


긍정적인 남성스러움의 이미지는 남성스러운 여성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성스러운 여자는 보통의 여자답지 않게 털털하고 시원시원하고 솔직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여성을 시쳇말로 '상여자'라고 한다. 상여자는 여성스러움이 가득한 여자 중의 여자가 아니라 '남성스러움'으로 중무장한 여자다. '상'은 해당 성별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는 의미가 아니라 남성이 갖고 있는 긍정적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上(상)' 등급이다.


여성스러움은? 어디서든 사랑받긴 하지만 특히 전문성이 강조되는 집단에서는 여성스러움으로 대표되는 특성을 하등하게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철두철미한 커리어의 세계에는 부드러움과 같은 여성스러움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듯이. 특히 남성 중심 집단에서 여성스러운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명시적이거나 은근한 무시와 배제로 점철돼 있다. 물론 그들을 향한 시선 속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성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음에 대한 무시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성스러움 자체를 경시하는 시선이 섞여 있다.



#2

암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회의 남성스러움에 대한 숭배와 여성스러움에 대한 괄시는 여성들이 주로 하는 행위에 대한 배척으로 이어진다. 가령 과거부터 여성들이 주로 맡아 온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의 가치를 저하하고 사회 내에서 이들의 존재를 지우기도 한다. 집 내부의 일보다는 바깥 사회생활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고는 주부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집에서 놀고먹기만 하면 뭐하나?”


위의 과정이 반복되며 남성스러움은 갖춰야 할 덕목이 되고 여성스러움은 부가적인 곁다리가 되고 여성조차 이러한 생각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내가 느낀 피해망상을 많은 사람들이 느낀다면 실체가 되고 나만 느낀 것이라면 그저 자신의 피해망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나만 이렇게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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