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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미 Mar 11. 2024

AI와의 협력으로 먹고 노는 미래 그려보기


2015년 알파고를 공개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AI의 존재감을 알렸던 구글 딥마인드가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의 울트라 버전을 지난달 15일 공개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제미나이가 텍스트뿐만 아니라 음성, 이미지, 비디오 같은 다양한 입출력 방식을 제공하는 멀티모달 AI라는 점을 강조했다. AI 분야의 선두 주자인 오픈AI가 내부 사정으로 주춤하는 사이, 제미나이가 구글의 위상을 다시 세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제미나이는 시작부터 주춤했다. 제미나이의 데모 영상이 공개되자, 영상에서 성능을 과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세 유럽 왕족을 흑인으로 묘사하는 이미지를 생성하며 PC주의적 출력값만 내놓는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일부 답변에는 아동성애를 옹호하는 듯한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결국 구글은 지난달 22일 기능 도입 20일여 만에 이미지 생성 기능 서비스를 중단했다.


구글은 자존심이 꽤나 상했겠지만, 사람들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I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아직 인간을 따라오기는 멀었구나.' 아니, 아직 안도하기는 너무 이르다. AI의 맹점이 드러나고 있긴 하지만 AI, 특히 챗지피티 같은 생성형 AI가 인간의 직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연구가 속속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진이 대졸자가 주로 맡는 444개 일자리를 대상으로 챗지피티를 활용한 그룹과 활용하지 않은 그룹의 일 효율을 분석한 결과, 챗지피티를 활용한 그룹이 업무를 37% 더 일찍 끝냈고 결과물 또한 우수했다.


AI의 능력은 단순히 인간을 도와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컴퓨터가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예술 및 창작 분야에도 AI는 파고들었다. 몇 줄의 설명만으로 높은 퀄리티의 그림을 그려주는 AI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대략적인 개념만 제시해도 이를 기반으로 소설 한 편을 뚝딱 만들어주기도 한다. 전문직 분야도 안전하지는 않다. 오픈AI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연구진의 조사는 생성형 AI가 회계사, 통역사, 작가, 기자, 웹디자이너 등 고소득 전문직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 기계로 인한 자동화는 블루칼라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높은 수준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AI의 등장으로 이제는 화이트칼라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AI가 어떤 쪽으로 인간의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지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WEF(세계경제포럼)가 전 세계 27개 산업 클러스터에서 1,130만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803개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일자리 변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생성형 AI를 경험한 2023년에는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욱 커져 1,400만 개의 일자리가 줄거나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 진행한 여론조사를 봐도 AI가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59.3%에 달한다. 하지만 비관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2023년에 ILO(국제노동기구)가 생성형 인공지능이 일자리의 양과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는 AI가 일자리를 없애기보다는 증강할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일자리와 산업들이 부분적으로만 자동화에 노출될 것이므로, 대체보다는 보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내용이다.


의견이 분분해도 기술의 변화가 노동 시장에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은 변함없다. 봉건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넘어왔던 과도기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강력하고 획기적인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AI는 노동 시간 감소에 큰 도움을 준다. 최근 법조계에는 법률 분야 업무를 보조할 수 있는 기술인 '리걸테크'가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생성형 법률 AI인 '렉시플러스 AI'는 법률정보 및 자료를 학습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법률 정보 리서치와 분석, 초안 작성에 도움을 준다. 리걸 테크 기술을 이용하면 업무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실제 사용 후기에 따르면, 렉시플러스 AI를 활용하고 주당 평균 11시간을 절약했다고 한다. 이처럼 각 분야에 특화된 AI 기술을 개발하여 업무에 사용한다면,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AI의 생산 효율이 극대화되며 인간의 직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대다수의 일은 AI에 맡기고 인간은 여가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AI로 인해 발생한 노동 소득으로 모두가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향한 기대는 너무 허무맹랑한 걸까? 경제학자 칼 폴라니는 그의 저서 “거대한 변환”에서 자본주의가 상품화되면 안 되는 분야를 상품화시키면서 체제 불안정성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노동, 토지, 화폐 같은 허구적 상품이 시장에 들어오며 시장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요인들까지 포함된 인위적 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젠가 AI가 인간 노동의 대다수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면, 온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소수의 일만이 독자적 시장을 구축할 것이다. 그곳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아닌, 인간 노동 시장의 독자적이고 '인간적인' 법칙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과 이윤을 향한 현대인의 무한한 욕망을 내려놔야 한다. 마샬 샬린즈는 원초적 풍요사회를 말한다. 수렵 채집 사회가 '겨우 먹고 살던 시대'라는 편견을 부정하며 오히려 목적하는 바에 비해 수단이 많았던 '풍부함 위에서 작동하는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풍부함이 절대적인 물질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욕망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다. 미래의 희소성을 전제로 두고 이윤 증식에만 사로잡힌 생각은 이제 뒤로하고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에 중점을 둔 생산으로 전환한다면, AI가 번 돈으로 인간은 먹고 놀 수 있는 사회도 그리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AI가 인간 세계를 지배하고 장악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보다는 AI와 인간의 협력으로 만들어질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싶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가 저물고 공산주의가 도래하면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철학책을 읽는 삶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이룰 수 없었지만,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력하는 시대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던 마르크스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싶다.




[참고문헌]

강윤경, 임성호. (2023). 일자리 위협하는 AI 전문직도 예외 아냐. 마이더스, 2023(6), 80-81.

김태종. (2024. 3. 5.). “구글 공동창업자 브린 “제미나이 오류, 철저히 테스트 안한 탓.””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40306004200091?input=1195m. (접속일: 2024. 3. 10).

이광택. (2023). 여는 글 - “인공지능(AI)은 일자리를 없애기보다는 증강한다”. , 1-3.

이권진. (2024. 3. 8.). “인공지능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기업과 일자리를 창출할 것.” 중소기업뉴스. http://www.kbiz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7840. (접속일: 2024. 3. 10).

홍성민. (2024. 3. 7.). ”[포럼] 생성형AI 시대, 과학기술 일자리 격변한다”. 디지털타임스.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030802102369660002&ref=naver. (접속일: 2024. 3. 10).

홍윤지. (2024, 3, 8). ”생성형 AI 접목한 “렉시스플러스AI” 한국 상륙…출시 앞두고 사전 행사 개최*”*. 법률신문.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030802102369660002&ref=naver. (접속일: 202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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