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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미 Apr 17. 2024

상속세, 폐지해야 할까?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주의 역학 속에 내재된 불평등을 역설했다. 신분제 사회에서 현대로 오며 점차 줄어들었던 불평등이 현재 다시 신분제 사회 정도로 회귀했다는 것이다. 이는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로 파악할 수 있다. 신분제 사회에서는 본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다. 즉, 자본을 많이 가진 자가 더 큰 이득을 얻으며 부가 특정 계층으로만 집중됐다. 현대 사회로 접어들며 재분배 정책이 도입돼 자본수익률은 경제 성장률과 비슷해졌지만, 198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 광풍이 불며 재분배 정책은 후퇴했다. 결국 자본의 투자 수익률은 다시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불평등은 불가피하다. 초기 부존 자원의 차이를 인위적으로 재조정해야 불평등은 개선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과세 제도가 상속세다.


상속세는 물려받는 불로소득에 해당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공평과세의 측면에서 상속세의 당위성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한국의 상속세가 다소 시대에 동떨어진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 상속세에 본인이 물려받은 재산과 관계없이 모든 유산에 과세하는 연대납세의무를 부과한다. 연대납세와 같은 가족단위의 과세는 과세편의주의와 과거 호주제에 기인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세 체계는 90년 째 바뀌지 않고 유지되고 있어 현재의 개인주의적 사고방식과 유리된다. 게다가 가족단위로 과세하는 상속세와 실제 피상속자가 받는 만큼 과세하는 증여세를 따로 과세하는 이중과세 문제도 존재한다. 또한 현재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대 60%에 달해 세계 평균보다 높다는 점도 상속세의 변화를 촉구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이로 인해 대기업 및 고소득층은과도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각종 꼼수를 부린다. 세율은 높은 반면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이유기도 하다.


상속세율을 낮춰야 하는 필요성은 충분하다. 다만 세율을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상속세 저하를 주장하기 위해 많이 언급하는 근거다. 대기업이 상속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가부양에 적극적이지 않아 한국 주식시장의 가치저하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상속세를 낮추자는 건 재분배 정책의 목적에 반하는 것으로 주객전도와 다름없다. 기업의 꼼수 세금 회피를 막는 동시에 재분배의 취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세율을 낮추는 동시에 부여한 만큼의 세금을 온전히 걷을 수 있도록 세금 체제 개선이 병행된다면 가능하다. 독일의 경우 30%의 상속세율을 유지하는 반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도입했다. 가업으로 영위되는 비상장기업이 다수인 독일은 상속세를 면제받은 중소 비상장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었기에 기술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다만 한국은 독일과 달리 공제대상 기업의 자산규모가 이미 높아 영세기업의 지속을 위해 생긴 가업상속공제의 취지에 부합하지않는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준을 경쟁력 유지가 어려운 소규모 기업으로 한정하여 공제 혜택이 대기업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제도의 존폐 여부를 따질 때는 그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상속세율을 낮추는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합리적 조세와 부의 재분배라는 양면을 모두 고려한 대안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캐나다는상속제 폐지 이후 상속받은 시점에서 물려받은 재산을 처분할 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차후 수익에 과세하겠다는 취지로 이중과세를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이 참고할 만하다. 상속세를 낮추는 대신 현재 상속세 과세의 미비한 점을 보완해 상속세가 제대로 걷힐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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