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동료 본가에 놀러 감

도쿄 노른자 땅인데 무려 3층 가옥에 마당에서는 캠프 파이어가 가능한

by 감은 홍시가 된다



때는 일본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기들이 비교적 많지 않아 우리는 초반부터 온갖 고생을 공유하며 나름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사내 연수의 일환으로 조별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같은 조원 중 한 명이 본가에 나를 초대했다.

본가라 해봤자 도쿄 한가운데 있어서 이미 그곳에서 통근을 하더라(부럽습니다).






그렇게 나와 다른 동기 한 명이 나카메구로역에서 만나 걸어갔다.






꽤 으리으리한 3층 목조 주택이었다.


처음 가 본 나는 도대체 이 집의 문이 어딘지를 알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이 문이 어디로 통하고 저 문은 어디로 통하는지 한 번에 캐치하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일단 초인종이 달린 문 앞에서 가서 딩동-하고 기다리자,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동기가 아닌 그의 어머니였다.


처음 본 우리를 몇 번 본 사람처럼 반겨주셨지만 나는 그저 머쓱한 표정과 쑥스러운 듯한 몸짓으로 '실례합니다…' 하며 엉거주춤 들어갔다.

약간 어질러진 좁은 신발장 한구석에 스케이트 보드가 세워져 있던 것이 기억난다.






마당으로 가려면 그렇게 집 안을 쭉 가로질러 들어가야 했다.


주택은 총 3층으로 바로 옆 맨션과 엇비슷한 높이였지만

층마다 면적 자체는 넓지 않은 전형적인 일본 주택으로,

여기가 어딘지 모를 복도를 이리저리 걸어 다닌 것 같다.


평범한 4인 가구답게 양쪽 벽에는 잡동사니가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미로의 끝에는 어느 가게 화장실이라 해도 믿을 만큼 넓은 욕실과 세면대가 있었고

그 문을 열자 마당이 펼쳐졌다. 수풀이 우거졌다.

울타리는 있었지만 맞은편 맨션 사람들과 얼굴을 트고도 남을 만큼 건물이 착 붙어있었다.






아무튼 동기 셋이서 뜬금없이 단란한 캠프 파이어를 하게 되었음.


사실 일할 때는 서로 많이 봤지만 사적으로 만난 건 이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사실 좀 어색했는데 더 친해지려고 감).

우리는 분위기를 띄우고자… 대형 마트에 가서 먹을 걸 사 오기로 한다.






마트는 좀 멀어서 차로 가자며 주차장으로 데려갔다.

이런, 무려 벤츠였다.

일본에서는 도요타가 우리나라의 현대 같은 느낌이고 여기도 외제차는 도쿄의 부내 나는 사람들이 많이 탔다.

이 친구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부잣집 자식인가 보다.

같이 간 동기도 '이야, 신입 사원이 외제차 타고 다니는 거 봐라' 며 몇 번이나 능글맞게 놀렸다.


소시지, 돼지고기, 야채, 마시멜로 등 이것저것 카트에 담았다.






돌아와서 손질을 좀 하고 불판에 올렸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고기 친구들



아, 사실 불 살리는 데 한참 걸렸다.

생고기를 올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구워질 기미가 안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번갈아 가며 부채질을 했다.


역시 집주인이 불을 가장 잘 살렸다.









신나게 부채질하다가 지옥의 불쇼를 관람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마당을 태워먹지는 않았다






회사에서는 몰랐던 서로의 프라이빗한 모습들을 더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몇 년생이야?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딱히 나이를 묻지 않아서 우리도 이때 서로의 나이를 처음 알았다.


의외로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서 신기했다.

특히 일본은 대학 졸업도 전에 취업하는 분위기라 훨씬 더 어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외국에 다녀오거나 신기한 경험치가 있는 동기들은 나보다 나이가 더 많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나보다 나이가 어린 입사 선배들이 결혼을 하는 걸 목격했다…)






중간에 이 친구의 형님이 집에서 나오셔서 잠시 이야기 나누다 갔다.

모 대기업을 다니다 퇴사하고 집에 있다고 했다…



회사에서 본 이 친구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캐릭터였다.

실제로 재미로 본 이상형 1, 2위를 다툴 정도로 동기들이 정말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가족 분들을 만나 뵌 느낌은 또 달랐다.

이 친구도 미국에 잠시 있었다더니 정말 자유분방하고 마인드가 굉장히 개방적인 집안이었다.

의외의 면모가 있었다.


국적 불문 친구의 집에 놀러 가보는 건 이래서 재미있는 것 같다.

내가 몰랐던 세계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재미.






캠프 파이어의 끝은 역시 마시멜로.





집에 가는 길도 우리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했다.

탑승감은 좋았으나 이 친구, 안전운전만 할 것 같은 이미지와 다르게 꽤나 과속을 해서 동기랑 나는 손잡이를 꽉 잡아야 했음(...).

물론 한적한 고속도로에서의 짧은 장난이었고 그 뒤로는 규정 속도를 지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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