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아다치구 우메다 도서관
도쿄 도서관 탐험기 그 첫 번째 칼럼(이라기엔 어딘가 허전한)으로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도서관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실 이곳은 실제로 이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절대 갈 일이 없을 법한 아담한 도서관이다. 그래서 더욱 신비롭게 다가오는 것은 나뿐일까. 그럴지도.
도서관의 외관과 주변
위치적으로 묘한 곳이다. 매우 조용한 주택가를 헤치고 들어가다, 문득 정신 차리고 보면, '아, 여기구나?' 하고 어느새 도착해 있는 느낌이랄까.
도서관의 바로 앞에는 작은 공원이 있다. 이곳에서 부모와 아이가 캐치볼도 하고, 어르신들은 가벼이 운동도 하고, 벤치에 앉아 햇볕을 쬐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나는 이곳을 가로질러 집과 도서관을 왔다 갔다하곤 한다.
지나다니는 차도 없고, 참 조용하다.
도서관의 휴무일과 서비스, 이번 달의 도서관 프로그램 등을 공지해 놓은 게시판.
참고로 한국의 도서관은 보통 월요일에만 휴관을 하나, 일본의 도서관은 도서관마다 정말 천차만별이다.
해당 도서관의 구글 맵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각 도서관의 휴무일을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이곳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하지만 미취학아동의 경우 오후 6시까지).
휴무일은 매달 마지막 평일과 매달 셋째 주 월요일이다.
일본 도서관답게 커다란 자전거 주차장이 있다. 아침에는 한적하지만 특히 주말 오후에 방문하면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가 된다.
참고로 이 건물은 총 3층인데, 이 사진 좌측의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1층 입구는 도서관이 아니라 다른 행정 센터인 것 같았다. 처음 대출증을 만들러 왔을 때 1층으로 잘못 들어가서 여기 도서관 맞나요, 하고 물어봤다가 '으휴, 삼백 일흔 여섯번째의 같은 질문이 또 왔군'이라고 말하는 듯한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하하.
이곳 도서관은 자전거 주차장을 나오면 보이는 2층의 입구로 들어간다. 2층에 모든 서적과 자료들이 있고, 3층에는 열람실과 작은 휴게실이 있다.
구름에 살짝 가려 보이는 도쿄 스카이트리. 도쿄는 우리나라와 달리 산맥도 없고 높은 건물도 많지 않아서 10km 이상 떨어진 곳도 훤히 보인다.
2층 도서관 입구
입구에서 반겨주는 손소독제. 이곳을 기점으로 하여 왼쪽이 어린이 도서 코너다.
2층 어린이책 코너
일본어 공부를 할 겸 나는 어린이, 청소년 도서 코너를 자주 둘러보고 간다. 어떤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그 나라의 아이들이 어릴 때 어떤 책을 읽고 자라는지' 보면 공부의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 나라의 교육 방향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어린이 책, 의외로 보통의 단행본보다 어렵다.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차량'의 이름을 소개해주는 얇은 동화책에는 덤프 트럭, 오토바이, 화물차, 포크레인 등 특수 차량들의 이름을 일본어 버전으로(한국어랑 명칭 자체가 다르다) 알려주기 때문에, 그런 용어를 접할 길이 없던 나로서는 오히려 처음 보는 단어들의 연속이라 멘붕이 왔던 기억이(그리고 책을 덮었다).
책상과 의자가 어린이들 맞춤 사이즈였다. 앉아 보니 초등학생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히라가나(일본어의 알파벳) 순으로, 또 한편에는 분야별로 어린이 책을 나눠 놓았다. 한자 위에 읽는 방법(요미가나)이 착실히 쓰여 있는 점이 어린이 코너의 특징.
일본의 전래동화와 해외의 전래동화를 분리해 놓은 모습이다.
2층의 구석구석
급하게 찍느라(카메라는 무음으로 설정했다) 초점이 전부 안 맞는 기분이지만, 도서관 직원 분들이 일하시는 곳은 저 카운터 너머다.
당연히 도서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도 있다. 아쉬운 점은 사용법이 조금 복잡한 느낌.
이 주변의 구와 현, 일본 전국의 지도가 실려 있는 책들. 지도 코너가 있다.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몰 토크는 단연 '고향, 출신'이야기가 아닐까(어디 출신이세요?).
정말로 그렇다. 우리나라도 어색한 사이에서 고향 이야기는 좋은 대화 소재인데, 특히 일본은 한국보다 지역의 수가 훨씬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그 대화 소재가 참 질리지 않나 보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있을 건 있다. 아기의 기저귀를 갈거나 이것저것, 아기와 보호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둔 배려가 따뜻하다.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가끔 일본에서, 우리나라에는 절대 출판되어있지 않을 법한 기획의 도서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쏠쏠한데, 우연히 발견한 이 책도 그러했다. <격투! 축구 VS 프로야구 퀴즈>라는 제목의 어린이 도서다. 물에 젖은 흔적, 얼룩이 묻어 있다는 내용이 표지의 씰에 체크되어 있다. 프로 야구선수의 등번호를 보고 어느 선수의 번호인지 맞히는 퀴즈도 있었다. 역시 야구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리나 편지에 쓸 수 있는 예쁜 문자 쓰기 책도 있었다. 어릴 적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다.
일본 도서관에는 '비즈니스 코너'라는 것이 필수로 있는 듯하다. 주로 취업과 이직에 관한 책이나, 업무상 쓰일 법한 기술들을 써 놓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2층 문학 코너
이 도서관의 흥미로운 점은 문학 코너만이 특별히 다른 방에 있다는 점이다. 예술, 생활, 역사, 과학 모든 코너를 합친 정도의 규모였다. 역시 문학의 나라답다. 필자도 일본 문학을 대학에서 꽤 공부했었는데, 부끄럽게도 원작을 읽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언어의 장벽 때문이다. 외국어를 공부해도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 모든 책의 활자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다. 이것이 외국어를 공부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필독 도서로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필자는 아직 전 시리즈를 독파하지 못했다.
작가들의 이름 순(히라가나 순)으로 진열해 놓았다. 문학 코너 안에서도 문학, 에세이, 평론, 기행 등 테마별로 정리되어 있다.
한 번 읽어 볼 가치가 있다!
문학 특집 코너, 읽어 볼래요?
기분 탓인지 일본에는 여전히 종이를 활용한 판넬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뿐 아니라 일본에 거주하게 된다면 단 며칠만 방치하여도 우체통이 전단지로 가득 찰 것이다. 종이 대국이다. 아무튼, 기분 탓이겠지, 그렇겠지.
2층 단행본 코너
대형 도서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분야별로 건실히 책들이 들어차 있다. 지적 호기심을 해결해주기 충분한 양이다.
신문을 읽으러 온 어르신들과 열람실 이용자들이 도서관의 주 고객이 아닐까. 그래도 역시 도서관의 고객들은 나를 안심시켜 주는 존재다.
컴퓨터 코너: 컴퓨터 사용법부터 구조까지, 다양한 책이 진열되어 있어요!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IT 열풍인 걸까. 필자의 최근 관심사 중 하나도 IT이기에, 이 코너가 눈에 들어와 잠시 발길을 멈추고 들춰 보았다.
잡지 코너에 있던 귀여운 잡지들을 찍어 보았다. '멍멍'을 일본에서는 '왕왕'이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잡지 이름이 '멍'. 개 전문 잡지가 아닐까?
그리고 우연히 집어 든 디저트 전문 잡지에서 한국의 디저트, 그것을 일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놓은 코너를 발견했다. 일본의 이러한 점이 가끔 좋다. 하나의 분야를 '오타쿠'의 태도로 파고드는 것!
도서관 사무 카운터 옆에는 작게 테이블과 의자, 10대들을 위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인 명탐정 코난의 소설판이 있었다. 소설판이 존재하는 줄은 정말 몰랐는데, 다음에 꼭 대출해서 읽어볼 것을 다짐했다.
신문, 잡지 최신호의 복사는 불가합니다.
당일 신문을 끼워두는 곳. 신문은 꽤 인기가 많다. 그래서인지 한번 가져가서는 30분 가량만 읽고 돌려 놓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10대들의 도서 코너에서 재미있는 책을 또 발견했다. '10대의 피지컬 헬스'라는 시리즈인가 본데, <담배>와 <술>이라는 짧고 강렬한 제목에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 꺼내 들었다.
<담배>에서는 '담배는 멋진 건가요?'라는 질문을 소제목으로 한 내용이 있었다. 아마 자라나는 10대들에게
담배와 술의 위험성을 알리는 책인 듯하다.
일본도 역시 코로나와 위생의 영향으로 서적 소독기가 존재했다. 이 기계만 최첨단인 느낌이라 주변과의 위화감이 조금 느껴졌다.
3층
오래된 건물이지만 내부는 상당히 깨끗하다. 일본은 참 청결을 중요시 생각하는 듯하다.
열람실(독서실) 이용 시에는 좌석권이 필요합니다.
카운터에서의 수속을 부탁드립니다.
여전히 아날로그를 고수하는 일본답게 열람실 자리 지정 방식은 여기 걸려있는 번호표다. 도서관 회원증(아다치구에 주소가 등록된 사람만 만들 수 있다)을 보여주면, 확인 후 원하는 좌석 번호를 물어본다. 나는 대충 알아서 골라달라고 하는 편인데, 여성 전용 좌석이 있어 이곳에 주로 배정받는 편이다.
평일에도 개장 시간부터 사람이 꽤 찾아온다. 노트북을 사용해도 되지만, (콘센트는 당연히 없을뿐더러) 아무도 사용하고 있지 않을 때가 많고 대부분은 학생들 혹은 어르신들이며, 그들은 정말 종이만 넘기고 있다. 옛날 독서실에 온 기분으로 함께 공부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열람실 한편에는 참고할 수 있는 종이 사전과 서적들이 잔뜩 즐비되어 있다. 이 작은 도서관에 사전이 한가득이라니, 사실 조금 놀랐다.
일본에 살면서 생긴 취미 하나는 화장실 탐험이다. 정말로 어딜 가나 먼지 한 톨 안 보이는 듯한 일본이기에, 어느 곳을 가든 우선 화장실이 얼마나 깨끗한지 보러 가는, 일종의 치기 어린 오기 같은 취미랄까? (설마 여기도 화장실이 깨끗해? 같은) 역시나 이 오래된 도서관의 화장실도 예상대로 깨끗함 그 자체였다.
휴게실은 사실 휴게실이라기보다 자판기가 있는 공간이라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테이블과 의자도 없기 때문(...). 그래도 뚜껑이 있는 음료수는 열람실에서 섭취 가능하다고 한다.
이상, 이상한 타이밍에서 끝난 첫 도서관 탐험 일지였다. 구석구석을 전부 공유하고 싶다 보니 글이 너무나 길어졌다. 분량 조절 실험을 조금씩 해야할 것 같다.
이 지루한 도서관 소개 글을 다 읽은 그대는 진정한 학자다.
도쿄도 아다치구 우메다 도서관 Tokyo, Adachi City, Umeda, 7 Chome−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