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늘 내가 집에 가려는 순간에만 쏟아졌다.
회사 건물 앞 유리문 위로 회색 하늘이 낮게 내려앉았다. 낮부터 이어진 야근의 기운이 몸에 들러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눈 아래에는 밤을 옮겨 심은 듯한 그늘이 고여 있었다. 유리문에 비친 얼굴은 하루 전보다 낯설었다. 다크서클은 화장을 밀어내고 경계를 넓히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고쳐 메고 정류장까지의 거리를 머릿속으로 재었다. 뛰면 막차를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반복하던 계산이었다.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려는 순간, 누군가 말을 걸었다.
“비가 많이 내리네요.”
뒤돌아보니 출근길 엘리베이터 앞에서 자주 마주치던 남자였다. 말을 많이 하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눈매는 아래로 길게 내려와 있었고, 시선은 늘 바닥 근처에 머물렀다. 깔끔하게 다린 셔츠와 반쯤 접힌 소매, 물에 젖어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는 구두. 비 오는 날에도 서두르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가방 속을 잠시 더듬더니 작은 우산을 꺼내 내 손에 쥐여주었다. 젖은 손잡이가 손가락에 닿았다. 차가웠다.
“감사합니다.”
내 말이 그에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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