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눕작가 Nov 11. 2023

서로 오해하고 살기엔 삶은 너무 짧으니까

청력과 바꿔 얻은 교훈

‘삐—’

오른쪽 귀에서 지난 10년 넘게 끊이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재생되고 있는 소리이다.

이명이라고 부르면 대충 설명이 되려나.




'건방지게 일병 주제에 훈련을 거부했다고?'


사건은 2011년 가을,
경기 북부의 한 시골 마을에서 국방색 누더기를 걸치고 바닥을 기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밤중 영문도 모른 채 총을 쏘러 사격장으로 끌려간 김 일병은 "귀마개가 떨어졌으니 그냥 쏴라" 라는 교관의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자그마한 스펀지가 뭔 대수일까 했지만, 그 결정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이명’이라는 흉터를 남겼다.


오른편의 소리가 일절 들리지 않던 것이 1주일, 전화는 꼭 왼쪽 귀로만 받던 것이 약 5년이다. 

(다행히 지금은 약간의 불편함을 제외하면 일상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을 정도는 되었다.)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사건 며칠 뒤 사격 훈련에 한 번 더 나가라는 것이다.

이대로는 진짜로 평생 귀를 쓰지 못하게 되겠다는 생각에 강렬히 거부했다.


갑자기 내가 일병 주제에 건방지게 훈련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서 뒤에서 얼마나 씹어 댔을까. (직장으로 치면 대리 정도로 보면 된다) 

내가 적극적으로 해명한 덕에 소문은 금방 사그라 들었지만 그 충격과 억울함은 평생 잊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그 뒤로 무슨 일이든 상대방에게 내 의도와 진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게 되었다. 아니, 오해를 병적으로 싫어하게 되었다는 편이 더 맞겠다.




서로 오해하고 살기엔 우리 삶은 너무나 짧으니까.


대부분의 사람은 늘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한다. 자신이 보고 들은 것만이 전부이고 그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또 듣고 본 그것에 자신만의 의견을 더해 주변에 퍼트리기도 한다.


이쯤 되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과연 맞는건가 싶기도 한다.



수 많은 사건 사고와 상처를 겪고 나서 스스로 세운 ‘인간관계 4가지 규칙’을 세워 보았다.   


1. 좋은 말만 옮기기
- 나쁜 말은 옮기면 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2. 한 쪽 당사자 말만으로, 눈 앞에 보이는 것으로 단정 짓지 말기

- 한 쪽 말만 맞는 경우는 잘 없다. 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잊기 마련이다.

- 우리가 감지한 사실은 몇 개의 점이 찍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타인이 그 점들을 잇는다고 과연 진실이라 할 수 있을까.


3. 눈치껏 행동하기 

(더 설명이 필요할까...?)



과장 좀 보태서 인간관계의 절반은 오해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별거 아닌 원칙이지만 이것만 지켜도 대부분의 쓸데없는 갈등은 막을 수 있다.


왜냐고? 서로 오해하며 싸우고 살기엔 삶은 너무나 짧으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해변에서 모래알 하나 없어졌다고 뭐 그리 대수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