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사람이 그리웁다 #6

by 채온





나의 일상을 이루는 수많은 습관들.

늘 눌렀던 핸드폰 번호로

상대가 다른 메시지를 날려 보내기도 하고,

비밀번호를 바꿔 놓고도

바뀌기 전의 비밀번호를 눌러대서

매번 로그인을 몇 차례 반복하기도 한다.


7년이라는 세월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그 습관의 깊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어쩜 또 그만큼의 시간을 반복해야 할지도,

혹은 그 보다 더한 시간을

흘려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것보다

잊히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훨씬 빠른 속도감을 보여왔다.


하나의 습관을 버리는 것.

그건 하나의 사랑을 잊는 것과 같은 것.


며칠째 아들과 씨름을 하고 있다.

서른일곱 해 동안 누려보지 못했던

명절의 휴일.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아들과 먹고, 자고, 놀고 하였다.

아들과 함께 파워레인저와 뽀로로를 보았고,

영화 '괴물'을 시청하였고,

책들을 이것저것 뒤적거렸으며,

풍성한 찬으로 끼니를 이었다.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자고 싶을 때 잤고,

놀고 싶을 때 놀았으며,

웃고 싶을 때 웃었다.


명절을 이렇게 보낸 기억은 아직,

나의 삶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과 함께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지낸다.


사실은 얼떨떨하다.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 정말 당연한 것일까.

나는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인가.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생각을 한다.

변한 것은 없다.

정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2008. 2. 9.




2026. 2. 28.


한 사람에게 익숙해지고

그 사람과 일상을 공유하며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들을

다시 덜어내는 것.


H의 수술이 끝나자마자

이제 정말 숙제처럼

삶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순조롭고 편안하길

기대하긴 했었다.

하지만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다 여겼다.


누군가와 만나기가 참 어렵다.

서로 어울려 사는 것도 어렵다.

그리고 헤어지는 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